MBC기자들 "최민희 과방위원장, '방송 독립' 신념 스스로 저버리나"
MBC 비공개 업무보고 중 특정 보도 두고 문제제기, 보도본부장 퇴장 명령
MBC 기자회 "스스로 강조해 온 방송 독립 신념과 충돌, 부적절해" 반발
최민희 측 "보도 납득 어려워…답 안하고 질의 평가할거면 나가라고 한 것"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2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비공개 업무보고 자리에서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MBC 보도본부장을 향해 본인에 대한 MBC 보도를 지적한 뒤 퇴장을 명령해 논란이다. MBC 기자들은 최 위원장의 문제제기는 부적절했다며 “스스로 강조해 온 방송의 독립이라는 신념과 충돌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미디어오늘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비공개로 이뤄진 과방위 현장시찰 MBC 업무보고 자리에서 최민희 위원장은 박장호 MBC 보도본부장을 지목해 특정 MBC 보도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최 위원장이 문제 삼은 보도는 19일 MBC 뉴스데스크 <고성·막말에 파행만…'막장' 치닫는 국감> 리포트다. MBC는 해당 리포트에서 국정감사 기간 여러 상임위가 제대로 운영되고 있지 않다며 법제사법위원회, 과방위 등에서 발생한 조롱과 비난, 욕설 등을 묶어서 보도했다.
과방위 관련해선 지난 14일 김우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의 '휴대전화 문자 욕설' 사태가 언급됐다. 욕설을 둘러싼 공방 중 최 위원장이 국감장에서 기자들을 퇴장시켰다는 대목도 지적됐다. 최 위원장은 지난 16일 국정감사 중 “(사진·영상 기자들이) 선택적으로 찍고 있는데 기자분들 나가 달라”며 기자들을 모두 퇴장시킨 뒤 회의를 비공개로 전환한 바 있다.

최 위원장은 20일 업무보고 자리에서 박 본부장에게 먼저 '이번 국정감사에서 어떤 국회의원이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가'라고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박 본부장이 '제가 평가할 만한 일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답하자 최 위원장은 '언론이 어느 순간 의원들에 대해 비난만 한다'는 취지로 말하며 해당 리포트를 현장에서 재생했다.
이후 최 위원장은 박 본부장에게 '이 보도가 중립적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고, 박 본부장이 개별 보도 사안에 대한 질의는 부적절하다고 답하자 최 위원장은 '왜 내 질문에 대해 평가하느냐'고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위원장은 이후 보도 당시 상황에 대한 본인의 입장을 설명한 뒤 보도본부장에게 퇴장을 명령했고, 박 본부장은 업무보고 자리에서 퇴장했다.
이날 상황과 관련해 박범수 MBC 뉴스룸국장(보도국장)은 21일 오전 보도국 편집회의에서 “보도에 대해 정치인뿐 아니라 누구나 항의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그 방식은 절제된 방식으로 나타나야 한다. 그렇지 못했던 점에 대해서 유감이다. 후배 기자들은 위축되지 말고 취재 열심히 해 주길 바란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MBC 기자들 내부에도 최 위원장의 언행이 언론 자유 위협이자 도 넘은 간섭이라는 반발이 나온다. MBC 기자회는 21일 오후 성명을 내고 “언론 보도의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권리이지만 정해진 절차에 따라 행사되어야 한다”며 “최 위원장의 문제 제기는 대상도, 방식도, 장소도 모두 부적절했다”고 비판했다. 기자회는 “방송관계법을 총괄하는 국회 상임위원장이 공영방송의 업무보고 자리에서 보도 관련 임원에게 퇴장을 명령한 행위는 부적절함을 넘어 언론의 자유에 대한 위협으로 비칠 수 있다”며 “권력기관이 언론을 위압하거나 간섭하는 것으로 오해받을 소지가 크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MBC 기자회는 “보도 내용에 이견이 있다면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한 정식 절차나 취재기자와의 공식 협의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며 “그럼에도 최 위원장은 정당한 절차를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MBC의 조직 구조상 개별 보도의 책임은 보도국장에게 있다. 상급 임원인 보도본부장이 관여하는 것은 방송법상 명백한 월권”라며 “방송법 개정 취지와 역사적 맥락을 잘 알고 있을 최 위원장이 이를 무시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MBC 기자회는 “그의 행보가 과거 스스로 강조해 온 '방송의 독립'이라는 신념과 충돌하는 점에서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언론의 자유와 독립은 정권의 유불리를 떠나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가치이다. 집권 여당의 과방위원장으로서, 최 위원장은 누구보다 그 원칙을 지켜야 할 책임이 있다. 권력의 언어로 언론을 대하지 않는 것이 바로 언론 독립의 출발점”이라고 당부했다.

전날 상황과 관련해 최민희 의원실 측은 21일 미디어오늘에 “보도 내용이 납득하기 힘든 부분들이 있었다. 특히 인용한 멘트들이 다 자극적인 발언을 들려주기만 할뿐 사실이 무엇인지는 다루고 있지 않았다”며 “최 위원장 발언을 인용한 부분도 누구 말이 맞고 틀린 지 정리하기 위해 했던 말인데 전후 맥락 없이 잘라서 보여주니 최 위원장이 욕설 문자를 보냈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최 의원실 측은 “워낙 막말이 오고갔기 때문에 피감기관은 물론 국민들 앞에 계속해 보여주는 것보다는 비공개한 상태에서 이야기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해 여야가 합의해 비공개 전환했던 것인데, 마치 전횡을 일삼는 것처럼 보도했다”며 “그래서 비공개 업무보고에서 '내가 당사자인데 사실과 다르다'고 말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동안 과방위 회의에서 개별 보도에 대한 지적은 넘쳐났고, 보도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건 부적절하다고 답한 사람은 여럿 있었으나 '질의가 부적절하다'고 말한 사람은 없었다”며 “보도본부장으로서 답변을 안 하고 질의하는 의원을 평가할 거면 왜 그 자리에 앉아있냐, 답변을 안 할거면 불편한 이야기 듣지 말고 나가시라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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