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재건축 선도지구인데”…분당은 불붙고, 일산은 식었다

오유진 기자 2025. 10. 21.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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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 대책의 역설…“부동산 규제, 핵심지역 위주 양극화 부추길 것”

(시사저널=오유진 기자)

21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강촌마을5단지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에 재건축 선도지구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 시사저널 오유진

"'풍선 효과'로 일산으로 수요가 이동한다던데, 하루 종일 문의 한 건 없는 날도 있습니다. 규제지역과는 또 다른 의미의 '거래 절벽'이네요."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S공인중개사)

10월21일 찾은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마두동 강촌마을5단지 일대는 쌀쌀해진 날씨만큼이나 부동산 시장 분위기도 차가웠다. 지난해 11월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로 지정된 이곳은 인근 3·5·7·8단지와 더불어 대규모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단지 곳곳에 걸려 있던 시행사·시공사의 현수막은 거의 자취를 감추고, 단 하나의 현수막이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단지 주민 이아무개씨(60대)는 "재건축 추진위가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집값이 오르는 건 체감이 안 된다"며 "투자 목적으로 집을 매수했던 사람들은 이미 서울로 옮겨간 지 오래"라고 전했다.

풍선 효과는 커녕 재건축 사업 지연 걱정하는 일산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재건축을 추진 중인 1기 신도시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규제지역 및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포함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경우 '막차 거래'가 잇따르고 있지만, 일산은 예정된 사업마저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에 거래가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9월 기준 고양시 일산동구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년 대비 0.71% 하락했다. 반면 분당 재건축 선도지구가 위치한 성남시 분당구의 아파트값은 같은 기간 10.38%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일산 재건축 선도지구 중 유일한 역세권 단지인 강촌마을5단지 전용 84㎡는 지난달 6억7000만원에 거래됐는데, 2022년 전고점(7억7000만원) 대비 여전히 1억 이상 낮다. 최근 호가도 6억원대 초반으로 역주행하는 모양새다. 일산 재건축 선도단지 중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백송마을5단지 전용 84㎡도 지난 7월 5억4500만원에 거래된 뒤 시장이 멈춰 있다.

재건축 선도지구 인근의 부동산에서도 규제지역 확대로 인한 '풍선효과'가 퍼질 것이란 기대보다는 재건축 사업 지연에 대한 우려가 컸다. 규제지역 확대로 서울 여의도·목동 등의 재건축·재개발마저 사업 지연이 확실시되면서, 재건축 사업성이 낮은 일산의 경우 사업 추진 동력이 더욱 약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강촌마을5단지 인근에 위치한 L중개업소 대표는 "선도지구를 추진하던 지난해 초만 해도 집값이 서서히 오르는 분위기였는데, 선도지구 지정 이후 1년째 급매만 거래된다"며 "재건축 호재로 집값이 뛰는 분당과는 상황이 딴판"이라고 답했다.

이어 "당초 1~2억원 수준으로 예상했던 재건축 분담금이 두세배 오를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과연 재건축 후 집값이 그만큼 오를지는 미지수"라며 "공급이 부족해야 집값도 오를텐데, 일산의 경우 3기 신도시인 창릉지구 분양도 맞물려 있어 기대수요가 많지 않다"고 전했다.

강촌마을3단지 인근의 S부동산에서도 "일산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 킨텍스역 인근을 제외하고는 시장 자체가 얼어있는 상태"라며 "같은 금액으로 주택을 매수한다면 저점을 다지고 있는 일산보다는 상승세가 뚜렷한 지역에 수요가 몰리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분당, 토허구역 지정 앞두고 신고가 경신

반면 분당의 경우 최근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 확대 지정을 앞두고 '막차 매수' 행렬이 이어졌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0월15일~19일(신고 기준) 성남시 분당구에서 23건의 아파트 매매계약이 체결됐다. 재건축 선도지구인 샛별마을라이프 전용 84㎡는 10월15일 17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으며, 시범삼성한신 전용 84㎡도 21억8500만원에 팔리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양지마을1단지 인근에 위치한 Y중개업소에서는 "선도지구 선정 이후 꾸준히 오르던 집값이 6·27 규제, 10·15 대책을 기점으로 급등하기 시작했다"며 "샛별마을, 시범단지의 경우 연내 정비구역 지정을 앞두고 있어 더 이상 거래가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 매 거래가 신고가 경신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재건축 추진 속도도 일산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일산의 경우 재건축 선도지구 4곳(강촌·후곡·백송·정발마을) 중 정비계획안을 제출한 사업지가 한 곳도 없다. 특히 연립주택 단지로 구성된 정발마을은 낮은 용적률 탓에 사업방식조차도 정하지 못해 사업이 표류하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일산에서는 정부가 선도지구 선정 당시 목표했던 2027년 이주·철거, 2030년 입주가 지연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분당에서는 선도지구 4곳 중 양지마을을 제외한 3곳(샛별·THE시범·목련마을)이 성남시에 특별정비계획안 제출을 마쳤고, 연내 정비구역 지정을 기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강력한 대출 및 지역규제를 내놓은 10·15 대책이 이같은 집값 양극화 현상을 더욱 부추길 것으로 내다본다. 대출 규제가 강력한 지역일수록 현금 동원력이 큰 고소득층의 수요가 몰리고, 핵심 지역으로의 '갈아타기'가 심화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대출 규제로 고액의 현금 조달이 가능한 자산가들 위주의 시장이 열린 이상 실거주자가 중심이었던 서울 외곽지역, 경기도 인접 지역은 집값 상승이 더욱 더뎌질 것"이라며 "강남 3구(강남구·서초구·송파구), 용산구를 비롯한 서울 핵심지역, 경기도 과천·분당 등 고급 단지의 집값만 가파르게 상승하는 양극화 현상이 극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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