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라방’ 중 숨진 유튜버, 활동 무대는 부천역… 논란 많지만 금지 못하는 이유는
부천시, 유튜버 ‘앉을 곳’ 없애 방송 불편하게 해
유튜버 “부천시, 협의도 없이 몰아내려 해”
부천 시민 “도시 이미지 망가져” “싹 없어졌으면”

국가대표도 했던 전직 프로야구 선수 고(故) 조용훈(37)씨는 수도권 지하철 1호선 부천역을 주요 활동 무대로 삼아 유튜브 방송을 찍었다. 조씨는 지난 17일 라이브 방송 중 아파트 옥상에서 추락해 숨졌는데, 이곳도 부천역 인근이었다. 추락 당시 부천역에서는 경기 부천시 주최로 ‘부천역 막장 유튜버 근절 시민대책위원회’ 발대식 후 가두 캠페인 중이었다.
2022년부터 부천역 일대에서는 유튜버들이 고성을 지르고 몸싸움을 하거나 기이한 행동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상인들은 영업에 타격을 받는다고 한다. 그러나 유튜버들을 제지할 방법은 없어 부천시도 캠페인을 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어떤 사정이 있는지 조선비즈가 알아봤다.
◇ 유튜버들 기행… 거리에서 헤엄치고 굴러
역 앞 광장과 거리는 유튜버들로 북적였다. 기자가 10분간 확인한 유튜버만 20여 명. 삼각대에 휴대전화를 고정해 둔 남성이 팔뚝만 한 노란색 단무지를 통째로 씹어 삼켰고, 옆에서는 담배를 입에 문 다른 유튜버가 “감사합니다 형님. 혹시 별풍선 100개 더 쏘실 분 없어요?”라고 외쳤다.
‘막장 유튜버를 근절하자’는 말이 나온 것은 유튜버들이 부천역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부천역에서 10개월째 방송 중이라는 유튜버 A씨는 “몇몇 유튜버가 부천에서 성공하자 전국에서 다들 따라왔다”고 말했다.
유튜버들이 주로 찾는 곳은 부천역 앞 광장과 부천역에서 150m쯤 떨어진 피노키오 광장 주변이다. 유튜버들이 보도에 앉아 삼각대를 세워둔 채 방송하는 모습이 마치 전깃줄 위에 앉은 참새와 비슷하다며 ‘부천역 전깃줄’이라는 별명도 있다. 경찰이 순찰을 나오면 유튜버들이 마시던 커피가 담긴 일회용 컵이나 담배꽁초를 버리고 도망가기도 한다.

이들은 조회 수를 노리고 기행 콘텐츠를 제작해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한다. 한 유튜버는 부천역 일대 도로에 고인 얕은 물웅덩이에 들어가 헤엄을 치는 듯한 모습을 연출했다. 옷이 더러운 물에 다 젖지만 개의치 않았다. 횡단보도를 데굴데굴 구르는 장면을 내보내기도 했다.
폭력 사건도 발생한다. 지난달 20일에는 30대 여성 유튜버가 남성 유튜버를 흉기로 찌르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상인들 “손님들이 유튜버 시끄러워 싫어해”
유튜버들이 부천역 일대에서 활개를 치자, 부천역 일대 먹자골목 상인들은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한식당 직원 강모(50)씨는 “유튜버 여러 명이 오면 가까이 시끄럽고 얼굴이 찍히기도 해 손님들이 싫어한다”며 “요즘 경기도 안 좋은데 더 힘들다”고 했다.
일반 시민들도 불편을 느낀다. 직장인 권모(50)씨는 “유튜버들은 소리 지르고 욕하는 게 일상이다. 어른이 봐도 불쾌한데 아이들 교육에는 최악”이라면서 “부천 이미지가 망가졌다”고 했다.
김모(25)씨는 “여자 유튜버가 속옷까지 웃옷을 모두 벗고 뛰어다니질 않나, 이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며 “부천에서 유튜버가 싹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부천시에는 유튜버 관련 민원이 올해 들어서만 90건 접수됐다.

◇유튜버 “불편 준 게 없는데 경찰이 방송 중단하라고 해”
유튜버들은 일부의 일탈로 모든 유튜버가 비난받고 있다는 입장이다. 부천역에서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던 유튜버 A씨는 “특별히 불편을 준 적이 없는데도 경찰이 와서 방송을 중단하라고 한다. 그 순간 시청자 흐름이 완전히 끊긴다”고 말했다. 7년 차 유튜버 이모(36)씨는 “매달 100만원씩 기부하고 선행도 하지만, 기행만 부각된다”며 “부천시가 협의 없이 유튜버를 몰아내려고만 한다”고 했다.
다만 유튜버 B씨는 “이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도 분명 있다. 내가 상인이라도 반대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부천시 입장이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부천시 관계자는 “콘텐츠 제작과 표현의 자유는 존중돼야 하지만 시민 생활을 위협하는 행위는 인정될 수 없다”며 “불법적, 기행적 방송 활동을 뿌리 뽑기 위해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현행법상 길거리 방송을 단속할 근거는 없다. 폭력을 쓰거나 웃옷을 벗는 등 명확한 풍기문란 행위가 있을 때에만 경찰이 개입할 수 있다. 그래서 부천시는 유튜버가 머물지 못하도록 환경을 바꾸는 방식으로 대응 중이다. 최근 유튜버들이 의자처럼 사용한 돌의자를 철거하는 등 앉을 곳을 없애 방송하기 불편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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