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신생대 두호층 고래화석·결핵체’ 천연기념물 지정 예고…국내 최대 규모 주목
결핵체도 온전한 보존도·미적 가치 인정… “포항, 지질유산 중심지로 재부상”

포항의 신생대 지층에서 발견된 고래화석과 결핵체가 국가지정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전망이다.
국가유산청(청장 허민)은 21일 '포항 신생대 두호층 고래화석'과 '포항 신생대 두호층 결핵체'를 천연기념물로 각각 지정 예고했다고 밝혔다. 두 유산은 각각 학술적·심미적 가치가 높아, 지질학계뿐 아니라 지역사회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지정 예고는 포항이 가진 신생대 해양생태의 흔적을 국가유산으로 격상시킨 의미 있는 결정이다. 고래의 뼈와 광물의 결정이 수천만 년의 세월을 건너 도달한 자리에서, 포항은 다시 한 번 한국 지질학의 중심 무대로 떠오르고 있다.

△ 국내 최대 규모의 신생대 고래화석, 수염고래아목 첫 발견
'포항 신생대 두호층 고래화석'은 신생대 제3기(신진기, 약 2000만~2500만 년 전)의 두호층(斗湖層, Doho Formation)에서 발견된 고래 화석이다. 두호층은 포항 분지에 넓게 분포하는 해양성 퇴적층으로, 당시 포항이 얕은 바다였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질층이다.
이 화석은 2008년 9월 포항 장량택지개발지구의 굴착 과정에서 발견됐다. 당시 학술조사단이 긴급 발굴을 진행한 결과, 하나의 개체가 퇴적암 안에 거의 온전한 상태로 보존된 사실이 확인됐다. 척추, 늑골, 두개골 일부가 연결된 상태로 남아 있으며, 국내 신생대 고래화석 중 단일 개체 보존도가 가장 높다.
무엇보다 이 화석은 국내 최초로 확인된 수염고래아목(Mysticetes) 계통의 화석으로 평가된다. 수염고래아목은 오늘날 대왕고래나 참고래처럼 수염판을 이용해 먹이를 거르는 대형 해양 포유류다. 기존의 국내 신생대 고래화석이 주로 이빨고래아목(Odontocetes)에 속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발견은 한반도 해역의 고래 진화사 연구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셈이다.
현재 이 표본은 국가유산청 천연기념물센터(대전 서구) 지질유산 수장고에 보관되어 있으며, 전체 길이는 약 7m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이 화석이 "국내에서 가장 크고 완전한 신생대 고래 표본으로, 동아시아 고래의 계통 분화 연구에도 중요한 단서가 된다"고 평가하고 있다.

△ 광물이 빚어낸 예술품, '포항 신생대 두호층 결핵체'
함께 지정 예고된 '포항 신생대 두호층 결핵체'는 2019년 9월 포항시 북구 우현동의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발견된 두 개의 대형 결핵체(concretion) 다. 결핵체란 퇴적물 입자 사이의 빈 공간에 탄산칼슘이나 철산화물 등 광물이 침전하면서 만들어진 단단한 덩어리로, 수백만 년 전 퇴적 환경과 화학적 변화를 보여주는 자연의 기록물이다.
포항에서 발견된 결핵체는 지름 60cm 안팎의 타원형 구조로, 표면에 미세한 광물층이 동심원처럼 발달해 있다. 이는 광물이 일정한 속도로 침전하며 중심핵을 감싸 형성된 결과로, 형성 당시의 화학적 환경을 정밀하게 추적할 수 있다. 두 개의 결핵체 모두 깨짐 없이 온전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어, 국내 결핵체 중에서도 보존도가 가장 뛰어난 표본으로 꼽힌다.
특히, 이번 표본은 결핵체 내부에서 미세 화석 잔존물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져, 당시 포항 분지의 해양 생태와 지질학적 조건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 연구자들은 "이 결핵체는 단순한 지질 표본이 아니라, 자연이 만들어낸 조형물로서 미적 가치 또한 높다"고 강조한다.
△ 포항, 한반도 지질유산의 중심지로
포항은 이미 신생대 해양퇴적층이 집중 분포한 지역으로, 고래화석 외에도 식물 화석, 조개 화석, 암층 단면 등이 잇따라 발견돼 '지질유산의 보고(寶庫)' 로 불린다. 이번 천연기념물 지정 예고는 포항의 신생대 해양생태계가 한반도 자연사 연구의 핵심 지역임을 다시 한번 입증한 셈이다.
국가유산청은 앞으로 30일간의 예고 기간 동안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 뒤, 자연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지정 여부를 확정할 예정이다. 지정이 완료되면 두 유산은 천연기념물 보호 대상에 포함되어 학술적 보존과 전시·교육 활용이 본격화된다.
또한 국가유산청은 "향후에도 학술적 가치가 높은 지질유산을 적극 발굴하고, 시민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전시·체험 프로그램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시민에게 개방되는 지질유산
천연기념물센터는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에 지질유산 수장고를 일반에 개방한다. 이곳에서는 '포항 신생대 두호층 고래화석'과 '두호층 결핵체'를 비롯해, 국내 각지에서 수집된 암석, 화석, 광물 등을 직접 관람할 수 있다.
센터 관계자는 "포항에서 발견된 두 표본은 학술적 가치를 넘어 시민들이 자연의 시간을 눈앞에서 체험할 수 있는 살아 있는 교육자료"라며,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면 포항의 지질학적 위상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