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캄보디아 빠져나간 스캠 조직, 태국서 활동 재개 정황
3단계로 나눠서 보이스피싱범 관리…경험 쌓이고, 금융 지식 많아지면 고급 인력으로 우대 돼
(시사저널=이태준 기자)

"이렇게 말씀드릴게요. 제가 관리자인데 이 일을 3년째 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 일이 끝날 거 같지 않아요. 앞으로 2~3년 정도 꾸준히 잘될 거로 생각해요."
시사저널은 지난 17일부터 21일까지 태국에서 스캠 조직을 관리·감독하는 중간관리책 A씨를 접촉했다. 그는 최근 한국 언론에서 캄보디아 인신매매 사건을 집중 보도함으로 인해 태국도 입국 심사가 까다로워졌다면서도 "언제까지 이 일을 할 것이냐"라는 취재진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캄보디아 인신매매 사건으로 촉발된 스캠 범죄의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 경찰이 캄보디아 경찰과 공조하며 사건 해결을 위해 전력을 쏟기 시작하자 스캠 단체들은 이를 비웃듯 인접 국가인 태국에 근거지를 마련하려는 듯한 정황이 취재결과 포착됐다.
취재진에게 태국으로 입국하는 과정을 설명한 A씨는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세 국가에 관한 입국 기록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국으로 입국할 때 앞서 언급한 국가를 입·출국했을 경우 조사 대상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앞서 언급한 세 국가를 자주 드나드는 한국 청년들은 불법적인 일을 하러 가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며 관계 당국에서도 이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입·출국 심사 과정에서 불필요한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해 비행기 표를 직접 예매하는 것이 좋다고 그는 조언했다. 중국 국적을 가진 A씨가 티케팅을 할 경우 비행기 표에 적힌 핀 번호가 중국어로 기재돼 불필요한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근거다.
2030 청년 노리는 스캠 조직…"주 1000만원 벌 수 있다" 유혹
스캠 조직이 수거책 및 인출책으로 모집하는 대상은 주로 20대와 30대 청년들이었다. 40대의 경우 보이스피싱 범죄를 수행하기에 말솜씨가 부족해서 능력치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이유로 선호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얼마나 근무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A씨는 "최소 3개월 이상 근무할 사람을 찾는다. 근무 기간이 길어질수록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고 취재진을 유도했다. 월급이 아닌 주급으로 임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능력에 따라 약 1000만원에서 1500만원 가량의 돈을 벌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보이스피싱 범죄는 크게 3단계로 나누어져 있었다. 1단계는 이른바 '노가다(단순 반복 노동)' 방식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전화를 계속 돌리며 범죄 대상으로 적합한 사람을 찾는 일이다. 2단계는 입담이 좋아야 한다고 했다. 이 과정을 수월하게 넘긴 이들은 3단계 작업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특히 금융권에 대해 잘 아는 이들이 3단계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고 A씨는 설명했다.
이곳에도 규칙은 있었다. ①평일엔 술을 마시면 안 되는 것 ②마약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이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면 경찰서를 드나들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스캠 조직의 정체가 들통날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뿐만 아니다. ③함께 일하는 조직원들과 개인 정보를 공유해서도 안 된다고도 A씨는 말했다. 본인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개인 정보를 밝히는 것이 손해라는 설명도 함께했다.
입사를 위해 취재진에게 A씨가 요구한 서류는 세 가지였다. 건강보험이력서와 범죄이력서 그리고 여권 앞면 사진이다. "범죄이력서는 왜 필요하냐"고 묻는 취재진에게 A씨는 "단체 내에서 백만 원을 책상에 놓았는데 들고 훔쳐가는 경우가 있었다. 잃어버리게 되면 절도 전과가 있는 사람이 먼저 의심받게 된다"고 했다. 또 "강간범의 경우에도 술을 마시고 강제로 성관계하게 되면 경찰서를 드나들게 돼 사무실이 위치가 노출돼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한국 경찰이 캄보디아 경찰과 함께 현지에서 대대적인 한인 피해자 구조 작전을 벌이는 지금 이 시각. 스캠 조직은 경찰의 감시망을 피해 태국으로 근거지를 옮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A씨가 일하는 스캠 조직에서 근무 중인 한국인만 12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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