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인터뷰] 세무사·빵집 직원이던 '전 독일 하부리거' 27세 한가람, '2년만의 프로 데뷔골'로 K리그서 꿈을 쏘다

임기환 기자 2025. 10. 21.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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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안양)

머나먼 타지에서 세무사와 빵집 등 여러 일을 병행해오며 축구에 대한 꿈을 놓지 않았던 독일 하부리그 출신 K리거가 마침내 한국 무대에서 꿈을 터트렸다. FC안양의 미드필더 한가람(28)이 늦깎이 K리그 데뷔골을 신고하며 팀의 대승을 이끌었다.

한가람은 18일 오후 2시 안양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1부) 2025' 33라운드 김천상무전에서 전반 1분 만에 과감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상대 수비에 맞고 흘러나온 공을 지체 없이 때린 결정타였다. FC안양은 한가람의 선제골을 시작으로 문성우와 모따의 연속골이 이어지며 김천상무를 4-1로 완파했다. 올 시즌 김천을 상대로 거둔 첫 승이자, 7경기 연속 무패의 기세를 잇는 의미 있는 결과였다.

경기 직후 만난 한가람은 데뷔골의 짜릿함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김천을 상대로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는데, 리그 2위 팀을 상대로 대승을 거둬서 너무 기쁘다"고 입을 열었다. 하지만 이 골엔 흥미로운 뒷이야기가 있다. 한가람은 "감독님이 어제 회의 때 '슈팅은 자제하라'고 하셨다. 나도 사실 자신이 없었는데, 그 순간엔 이상하게 '한 번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놀랐고, 감독님도 놀라셨을 것 같다"고 웃어보였다.

한가람에게 이날 골은 2년 만의 결실이었다. 독일 유학 시절, 축구를 하면서도 학업과 생계를 병행했다. 그는 경기 후 "독일에서는 축구만 한 게 아니다. 세무사 일을 배우기도 했고, 빵집에서도 일했다. 대학생이기도 했다. 그런 시간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축구라는 꿈 하나로 약 10년을 독일에서 버텨냈다. 한가람은 "'잘한 선택이었을까'라는 고민을 수없이 했지만, 그 시간이 없었다면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성남 미금초등학교와 대신중학교를 졸업한 빠른 1998년생 한가람은 국내에 남지 않고 바로 독일 축구 유학길에 올랐다. 2013년 독일 브레멘 지역의 블루멘탈러SV와 TuS코메트 아르스텐을 거쳐 2017년 독일 브레멘리가에 속한 FC오버노일란트에서 성인 무대 데뷔전을 치렀다.

2021년에는 VfL슈포르트프로인데로테, 2022년에는 BSV슈바르츠바이스레덴에서 뛰었고, 재작년 12월 28일 메디컬테스트를 거쳐 안양에 입단했다. 안양 입단 전에는 잠시 5부리그 TNT FC에 속해 있기도 했다. TNT는 선수의 폼을 되살려 프로에 다시 배출하는 팀으로 알려져 있다.

2024시즌에는 안양이 K리그2(2부)에 있었기 때문에 한가람은 대한민국 프로 데뷔 무대를 2부에서 치렀다. 쉽지는 않았다. 8경기에 나서 492분을 뛰는데 그쳤다. 슈팅은 2개였고, 유효타는 1개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번 시즌 현재까지 9경기 1골을 기록하며 프로 2년차에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아직 스플릿 5경기가 남아 있어 프로 첫 두자릿 수 출장은 물론, 더 나은 스탯에도 도전해볼 수 있다. 안양 유병훈 감독도 남은 경기들에서 한가람, 문성우 등 다른 자원들도 잘 활용해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더군다나 한가람은 FC안양 입단 2년차 되는 해부터 팀 내 부주장을 맡아 주장 이창용과 함께 팀을 잘 이끌어 오고 있다. 이러한 구단의 결정에 그는 "솔직히 놀랐다. 나보다 경험 많은 형들도 많은데, 나에게 그런 역할을 맡겨주셔서 감사했다. 아마도 사람들과 소통하는 부분을 좋게 봐주신 것 같다"며 "감독님은 항상 '경기를 뛰는 11명뿐 아니라 그 외의 선수들도 중요하다'고 말씀하신다. 그 사이를 잇는 역할을 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에서 보인 활약도 빛났다. 이동경을 전담 마크하며 김천의 공격 루트를 차단한 그는 UEFA B 라이선스를 보유한 '공부하는 선수'이기도 하다. 한가람은 "그걸 땄다고 대단한 것도 아니고, 자격증이 경기장 안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주진 않지만, 경기 준비 과정에서 시야를 넓혀준 건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김천전 스스로의 평점에 대해 묻자 "골을 넣었으니까 7.7점쯤은 줄 수 있을 것 같다. 핸드볼 상황에서 아쉬움이 있었다. 다음엔 8점대까지 가보겠다"며 웃었다.

현재 안양의 분위기는 최고조다. 한가람은 "시즌 초반 한 경기를 이겼을 때 너무 들떴다. 그래서 연승이 없었다. 이후엔 (이)창용이 형을 중심으로 '기쁜 마음은 묻어두자'고 했다. 그게 지금의 안정된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부담감은 여전히 있지만, 그것마저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며 "팀의 목표는 잔류지만, 개인적으로는 한 골 넣고 시즌을 마무리하자는 목표를 이미 달성했다. 남은 다섯 경기에서는 팀을 위해 더 많은 걸 채우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세무사 사무실과 빵집을 오가며 꿈을 놓지 않았던 20대 후반의 청년은 이제 한국 프로축구 최상위 무대에서 당당히 자신의 이름을 새기고 있다. FC안양 한가람의 첫 골은 단순한 득점이 아니라, '포기하지 않은 시간'의 결실이었다.

글=임기환 기자(lkh3234@soccerbest11.co.kr)
사진=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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