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쉼 잇는 워케이션] ④ 부산 워케이션 거점센터
지역 산업·관광 자원 연계
기업·청년 창업자 등 교류
부산 특화 프로그램 제공
시, 라발스호텔 라운지 등
올해 2곳 추가… 6곳 운영
서울서 KTX로 2시간30분
이용객 교통 접근성 높여
보육·반려동물 돌봄 지원
참여자, 최근 1년 새 2배 ↑
본사·지사 이전 11곳 성과

지난해 부산 워케이션 거점센터에서 해외 디지털노마들이 참가하는 비즈니스 네트워킹 이벤트가 열렸다. 해외 디지털 노마드들은 부산 워케이션을 체험하며 다양한 부산의 경험과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경험한다.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
◇오늘은 부산이 사무실= 오전 9시, 기자는 부산으로 출근했다. 오늘의 일터는 창원이 아닌 부산 워케이션 거점센터다. 버스와 전철을 이용해 부산역에 도착했다. 걸어서 5분 거리에 위치한 거점센터는 고층 호텔의 꼭대기 층에 자리 잡고 있었다. 며칠 전 부산 워케이션 사이트를 통해 거점센터 이용을 예약했고, QR코드로 체크인한 뒤 바로 입장했다. 이용료는 무료다.

부산 워케이션 거점센터에서 참가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박준혁 기자/

부산 워케이션 거점센터 내의 회의실과 개별 업무 공간. /박준혁 기자/
독립형 1인실, 소규모 미팅룸, 화상회의 전용 공간이 구비돼 원격 업무에 최적화돼 있었다. 고속 인터넷은 기본, 탕비실과 사물함 등 편의시설도 갖춰져 있었다.
이른 아침에도 20여 명의 이용객들이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 부산항을 바라보며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은 인기가 높았다. 외국인 이용객들도 눈에 띄었다. 기자는 이곳에 워케이션 취재를 하러 와 관계자와 인터뷰하며 자료를 정리했다. 서울의 한 IT 회사에 근무 중이라는 한 이용객은 “출장차 부산에 왔다가 하루 더 머물며 센터를 이용하고 있다”며 “업무 후 창밖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맑아진다. 오후 5시까지 근무한 뒤 바로 옆 부산역에서 기차를 타고 서울에 갈 수 있어 정말 좋다”고 말했다.
낮 12시, 새벽부터 부산으로 와 일을 하니 배가 고팠다. 부산역 주변이라 맛집이 많아 다행이었다. 센터를 나와 부산 명물 돼지국밥을 먹으며 잠시 여유를 찾았다. 식사 후 ‘커피 도시’ 부산에 맞는 분위기 좋은 카페에 들러 휴식을 즐겼다. 일을 하는 걸까, 여행 중인 걸까.
다시 거점센터로 돌아와 일을 시작할 준비를 했다. 탕비실에는 커피와 다과류가 비치돼 있어 심심할 틈이 없었다. 몇몇 이용객들은 이곳에서 담소를 나누거나 도시락을 먹기도 했다.
오후 1시, 원래 자리로 돌아와 다시 업무를 시작했다. 전화 취재를 할 일이 있으면 따로 마련된 부스로 들어가 하면 된다.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는 잠시 야외 테라스로 나가 바람을 쐰다. 졸리면 푹신한 소파에 누워 낮잠을 청할 수도 있다.
단체로 온 이용객들은 미팅룸에서 회의를 하며 사업을 논의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용객들은 저마다 노트북 앞에서 바쁘게 일하고 있었다. 겉으로 봐서는 편한 복장으로 일하는 이들이 직장인인지 여행객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부산 워케이션 거점센터에서 참가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박준혁 기자/

부산 워케이션 거점센터 내의 회의실과 개별 업무 공간. /박준혁 기자/
◇부산, 워케이션 허브로 도약= 부산시가 추진하는 ‘부산형 워케이션’이 새로운 근무 문화와 도시 정책의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단순히 ‘휴가지에서 일하기’가 아니라 지역의 산업·관광 자원과 연계해 기업과 청년 창업자, 프리랜서가 교류할 수 있는 산업 네트워킹 허브로 기능한다. 실제로 센터에서는 스타트업 간담회, 창업 강연, 지역 브랜드 협업 프로그램이 정기적으로 열리며, IT·금융·영상콘텐츠·해양 산업 등 부산의 특화 분야와 연계된 맞춤형 프로그램도 추진되고 있다.
이용객을 위한 혜택도 크다. 제공되는 지원은 크게 숙박, 업무공간, 관광·환영 키트, 네트워킹 등 실질적 체험과 편의를 두루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부산 외 지역 사업자에 속한 재직자나 대표자를 대상으로 1박당 최대 5만원 숙박비 할인 혜택이 주어진다. 최소 3박에서 최대 10박까지 지원되며, 최대 50만원까지 할인 가능하다.
부산시는 거점센터 외에도 영도구와 중구 등지에 위성센터 3곳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에는 영도구 ‘라발스호텔 라운지’, 서구 ‘그랩 디 오션 송도’ 등 신규 위성센터 2곳을 추가해 모두 6곳으로 확대했다.
다양한 이용객을 위한 편의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어린 자녀와 반려동물을 동반한 방문자를 위해 시간제 보육기관 지원 프로그램과 반려동물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달부터 6~36개월 미만 영유아 동반 참여자는 영도구 시간제 보육기관에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월 60시간 이내의 시간 단위 돌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보육료와 급·간식비 본인 부담금은 시에서 지원한다. 또한 중구 위성센터 인근 반려동물 동반 숙박시설 2곳과 반려견 놀이방 협력시설 1곳과 제휴를 통해 반려동물 돌봄 서비스도 제공한다.
성과도 눈에 띈다. 지난해 말 기준 누적 참여자가 1만194명에 달한다. 특히 2024년 한 해 동안만 6900여명이 센터를 이용했는데, 이는 전년도 3300여 명과 비교해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참여한 기업 수는 1100여 개로, 이 중 746개 기업은 숙박 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업무와 여가를 병행하며 부산의 매력을 적극 활용했다. 또한 11개의 타 지역 스타트업이 부산으로 본사 또는 지사를 이전하는 성과도 거뒀다.
박준혁 기자 pjhnh@knnews.co.kr

장영은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 워케이션 TFT 팀장/박준혁 기자/
/인터뷰/ 장영은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 워케이션 TFT 팀장
“지역별 강점 발굴해 동남권 벨트 조성을”
△부산 워케이션 사업의 핵심 경쟁력은 무엇이며, 다른 지자체와의 차별점은 무엇인지?
-서울에서 KTX로 2시간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을 만큼 접근성이 뛰어나다. 업무 공간도 우수한 편이다. 다른 지자체들이 워케이션을 ‘관광 중심’으로 추진하는 데 반해, 부산은 처음부터 ‘워크(Work)’에 초점을 맞춰 차별점을 두었다. ‘Business in Busan’을 슬로건으로, 관광이 아닌 비즈니스 중심의 장기 체류형 워케이션을 지향한다.
△부산과 경남은 생활·경제권이 맞닿아 있다. 경남이 워케이션을 추진한다면 어떤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보는지?
-경남은 부산과는 다른 지역 자원 중심의 강점이 있다. 남해·거제는 해양 액티비티, 합천·산청은 치유·웰니스, 창원은 산업 인프라 등 각 지역의 개성이 뚜렷하다.
이러한 특색을 살려 지역별 차별화 포인트를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부산은 해변과 도심이 맞닿은 인프라가 강점이듯, 경남도 그 지역만의 연결 지점을 찾아야 된다. 장기적으로는 부산·울산·경남이 연계된 ‘동남권 워케이션 벨트’를 조성할 수 있다. 워케이션 생태계는 개별 지역이 아닌 부울경 공동 생태계로 발전해야 지속성이 생긴다.
△워케이션을 단순 관광이 아닌 지역 정착형 모델로 발전시키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무엇인가?
-정착형으로 발전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비즈니스 연계가 핵심이다.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는 단순한 숙박 지원이 아니라 워케이션 참가자에게 스타트업 지원사업, 창업·투자 연계 등 ‘마중물 역할’을 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이런 구조 덕분에 워케이션을 계기로 부산으로 본사나 지사를 이전한 기업이 2023년 이후 11개사에 이른다. 참가자들이 부산 내 유관기관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투자유치나 스타트업 펀드 지원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 있다.
박준혁 기자 pjhnh@knnews.co.kr
Copyright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