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비타민 천국… 호주, 꿀 등 청정원료 신뢰[정주영이 만난 ‘세상의 식탁’]

2025. 10. 21.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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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주영이 만난 ‘세상의 식탁’ - 각국의 건강보조식품 소비법
韓홍삼 인기… 유럽 ‘캡슐’- 일본 ‘스틱’ 선호
서울의 한 백화점 건강식품코너에서 한 시민이 건강기능식품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모로코 산악 마을에서 야생화 꿀을 살 기회가 있었다. 도시보다 훨씬 싼 가격에 잠시 의구심이 들었다. “혹시 설탕 섞은 거 아니에요?” 상인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비싼 설탕을 꿀에 왜 넣겠어요?”라고 했다. 그 말에 피식 웃음이 났다. 포장이나 밀봉은 허술했지만, 그들에게 꿀은 ‘산업 제품’이 아니라 세대를 이어온 ‘자연의 선물’이었다. 순수함을 의심했던 편견이 부끄러웠다.

여행을 하다 보면 건강을 향한 사람들의 마음은 비슷하지만, 이를 챙기는 방식은 나라별로 놀랄 만큼 다르다는 걸 체감하게 된다.

세계 최대의 건강보조식품 시장은 단연 미국이다. 시장 규모만 2000억 달러로 우리나라의 두 배가 넘는다. 대형마트 한쪽 벽이 통째로 비타민으로 채워져 있고, 선반엔 온갖 종류의 건강보조식품들이 끝도 없이 진열돼 있다. 제품 설명은 간단하다. “Better Sleep(수면에 도움이 됩니다)” “Boost Energy(기력을 증진시킵니다)” 등. 복잡한 성분 설명보다 단순하고 직관적인 메시지가 중심이다. 규제보다 개인의 선택을 우선하는 미국 문화 속에서, 인플루언서 리뷰가 의사 조언보다 더 신뢰를 얻기도 한다.

호주로 건너가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이곳 사람들은 ‘자연을 믿는’ 편이다. 프로폴리스, 마누카꿀, 밀크티슬 같은 청정 원료가 인기다. 호주 의약품관리청(TGA)은 이런 ‘청정함’을 국가기관으로서 보증한다. 그래서 호주산 건강기능식품은 단순한 영양제가 아니라 일종의 ‘자연 인증서’에 가깝다. 기내 면세점에서도 호주산 프로폴리스나 마누카꿀이 늘 인기 있는 이유다.

유럽의 건강은 ‘전문가의 손끝’에서 시작된다. 유럽식품안전청(EFSA)의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해야 제품이 시장에 나온다. 독일이나 프랑스 약국에서는 흡수율 높은 약국용 마그네슘, 고품질 오메가3를 약사의 설명과 함께 추천받는다. 건강을 챙기는 건 즉흥적인 선택이 아니라 신뢰의 시스템 속에서 유지된다는 철학이 깔려있다. 그래서일까, 요즘 한국에서도 비싼 독일 비타민이 인기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한마디로 ‘덧셈의 건강’이다. 시장은 6조 원을 훌쩍 넘었고, 소비자들은 이미 ‘준전문가’ 수준이다. ‘콘드로이틴, 폴리페놀, 루테인…’이 어디에 효과가 있는지, 과학시험에나 나올법한 ‘리포솜 제형’ ‘글루코사민’ 같은 전문 용어도 능숙하게 사용하고 지식으로 소비한다. 남보다 더 똑똑하게 건강을 챙기려는 경쟁심이 만든 풍경이다.

외국인 관광객에게 한국의 홍삼은 빠질 수 없는 쇼핑 품목이다. 흥미로운 건 홍삼 제품 구매에도 국가별로 문화와 취향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쓴맛에 익숙하지 않은 유럽 관광객은 그들에게 익숙한 캡슐형을 선호한다. 편의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본 관광객은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는 스틱형 제품의 매출비중이 높다. 인삼에 익숙한 중국 관광객은 속임수 없는 진짜라는 믿음 때문에 가공되지 않은 뿌리삼에 대한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같은 제품이라도 소비하는 방식이 이렇게나 다르다.

노년층이 늘어날수록 ‘아프기 전에 투자한다’는 인식은 커지고 있다. 건강기능식품, 항노화 치료, 맞춤형 의료 서비스는 앞으로 더 커질 시장이다. 우리는 더 똑똑해지고, 우리의 식탁은 세계 곳곳에서 온 건강보조식품들로 채워질 것이다. 미국산 활성비타민, 독일 오메가3, 호주 프로폴리스 등 건강보조식품만으로도 배가 부른 요즘, 누가 보조인지 헷갈린다. 오늘 아침, 식탁 위의 알약통을 바라보며 문득 생각했다. 비타민을 제대로 챙겨 먹었던가.

서울대 웰니스융합센터 책임연구원

■ 한 스푼 더 - 건강기능식품·기능성표시식품

건강기능식품은 인체에 유용한 기능을 가진 원료나 성분을 사용해 정제, 캡슐, 액상 등 다양한 형태로 제조한 식품이다(식품의약품안전처 인증필수, 건강기능식품 마크 부착). 쉽게 말해, 기능성을 갖춘 식품 보조제라 할 수 있다. 다만 일부 소비자들은 의약품으로 오해하거나 특정 원료가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을 표시한 ‘일반 식품’인 기능성표시식품과 헷갈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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