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이야기] 송어, 추울수록 제맛…낚시광 헤밍웨이도 가족과 즐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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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노인과 바다' '무기여 잘 있거라' 등으로 유명한 미국의 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전쟁터를 누비는 종군기자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두 개의 심장을 가진 큰 강'에는 부친과 함께 송어 낚시를 하던 그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겨 있다.
조선 후기 실학자 서유구의 '난호어목지'에도 등장하는데 "동북 강해(江海) 중에 나며 모양이 연어와 비슷하나 더 살지고 맛이 있다"며 "살의 빛깔이 붉고 선명하여 소나무 마디와 같으므로 그 이름을 송어라고 하였다"고 언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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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좋아 ‘스포츠 낚시’로 인기
붉고 선명한 빛 띠는 생선살
소나무 마디와 닮아 ‘송어’
연어보다 기름기 적고 담백
동서양 모두에서 사랑받아
튀김·매운탕 등 다양하게 조리
소금에 절인 송어회 요리 유명
빵·크래커에 얹어 핑거푸드로

소설 ‘노인과 바다’ ‘무기여 잘 있거라’ 등으로 유명한 미국의 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전쟁터를 누비는 종군기자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모험을 좋아하고 정열적인 기질을 지닌 그는 사냥·복싱·낚시 같은 스포츠를 즐겼다고 한다.
1920년대 스페인에 체류하던 그는 한적한 바스크지역에서 대표작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를 집필했다. 작품 속 주인공 제이크와 빌이 강에서 송어 낚시를 즐기는 모습이 나오는데, 실제로 헤밍웨이도 글을 쓰다 종종 낚시하며 여유로운 한때를 보냈다. ‘두 개의 심장을 가진 큰 강’에는 부친과 함께 송어 낚시를 하던 그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겨 있다. 주인공 닉 애덤스는 미시간주 세니(Seney)를 방문해 텐트를 치고 야영하며 송어를 낚는다. 어린 시절 헤밍웨이도 가족과 함께 갓 구운 팬케이크와 직접 잡은 송어 요리를 먹으며 캠핑을 즐겼다고 한다.

송어는 북미지역에서 ‘스틸헤드(steelhead)’라고 불리며, 연어만큼 크고 힘이 좋아 스포츠 낚시의 인기 어종으로 꼽힌다. 치어 때는 담수에 살다가 어느 정도 성장하면 바다로 나가고, 산란기가 되면 자신이 태어난 강으로 다시 돌아와 알을 낳는다. 슈베르트의 가곡에 등장하는 물고기가 바로 송어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숭어’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는 일제강점기 당시 잘못된 번역이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온 것으로 2010년 이후부턴 수정이 이뤄지고 있다. 참고로 숭어는 농어목에 속하며 송어와 달리 먼 바다에서 산란한 뒤 봄철이 되면 연안으로 돌아온다.
송어는 살이 연분홍색을 띠고 있어 연어와 비슷하다. 다만 맛을 보면 연어보다 기름기가 적어 훨씬 담백하고 살이 단단하다. 무려 선사시대부터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사랑받아온 생선이다. 우리나라 기록을 보면 ‘세종실록지리지’에 함경도 지방의 토산물 목록에 송어가 포함돼 있다. 조선 후기 실학자 서유구의 ‘난호어목지’에도 등장하는데 “동북 강해(江海) 중에 나며 모양이 연어와 비슷하나 더 살지고 맛이 있다”며 “살의 빛깔이 붉고 선명하여 소나무 마디와 같으므로 그 이름을 송어라고 하였다”고 언급됐다. 특히 서유구는 “알이 진미”라고 덧붙였다.
오늘날에도 송어는 다양한 방식으로 식용된다. 하천에서 잡은 자연산 송어는 기생충 감염 우려가 있어 회로 먹을 수 없지만, 양식 송어는 익히지 않아도 안전하다. 송어회는 가늘게 채 썬 양배추와 초고추장·콩가루를 곁들여 먹는다. 콩가루는 담백한 송어 살에 고소한 맛을 더해주는 역할을 한다. 기름기가 적어 튀겨 먹어도 좋고, 칼칼하게 매운탕으로 끓여도 의외로 잘 어울린다. 살짝만 익힌 송어 스테이크도 별미다.

서양에서는 생선 요리를 우리나라처럼 즐기지 않지만 잔가시가 거의 없는 송어는 포크로도 쉽게 잘라 먹을 수 있어 다양한 조리법이 발달했다. 유럽에서 특히 송어를 많이 먹는 나라는 노르웨이로, 피오르해안에서 대규모 양식이 이뤄진다. ‘라크피스크(rakfisk)’라는 소금에 절인 송어회 요리가 유명한데 사워크림과 양파를 곁들여 먹는다. 빵이나 크래커에 얹어 가벼운 핑거푸드로 즐기기 좋다.
가을이 깊어지는 10월은 강원 영월·평창 등지에서 송어가 제맛을 내기 시작하는 시기다. 날씨가 추워질수록 살에 기름이 오르는데 11월경에 특히 맛이 좋고 영양가도 높다고 한다. 단풍잎처럼 발그레한 송어 살을 맛보며 계절을 만끽하는 운치도 누려볼 법하다.

정세진 맛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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