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원청 노동자의 연대 있어야 작동한다
‘노란봉투법’이라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이 내년 3월10일 시행된다.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데 초점을 맞췄던 당초 노란봉투법안과 달리,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에는 새로운 내용이 추가되었다.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그 범위에 있어서는 사용자로 본다(노조법 제2조 2호).” 즉 하청 노동자를 직접고용하지 않은 원청업체라 하더라도 해당 노동자의 노동조건에 ‘실질적 지배력’이 있으면 ‘사용자’로 보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 노조법에 따르면 ‘사용자’가 노동조합과의 단체교섭(노동조건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는 것)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면 ‘부당노동행위’로 형사처벌을 받는다. 이번 법 개정으로 이 ‘사용자’에 ‘근로계약을 직접 체결하지 않았지만 해당 노동자의 노동조건에 대해 실질적 지배력이 있는 원청’이 포함됐다. 그렇다면 하청 노조가 원청에 ‘실질적 지배력’이 있다고 주장하며 교섭을 요구했는데 원청이 거부하면 어떻게 될까? ‘실질적 지배력이 있다’고 인정될 경우, 해당 원청은 부당노동행위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기업들이 대형 로펌에 꾸려진 ‘노란봉투법 TF’를 앞다퉈 찾는 이유다.
어떤 경우에 실질적 지배력이 인정될까? 법원은 이번 법 개정 전에도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을 인정한 바 있다. CJ대한통운 사건이 대표적 사례다. CJ대한통운의 하청 격인 전국의 각 대리점과 택배업무 위탁계약을 맺은 택배 기사들이 ‘①배송 상품 인수 시간 단축 ②집화 상품 인도 시간 단축 ③배송 출발 장소인 서브터미널 작업환경 개선 ④주 5일제 실시 ⑤건당 수수료 인상 ⑥배송 사고 시 손해배상 책임분담 비율 개선’ 등을 원청인 CJ대한통운에 요구했다. CJ대한통운은 자신은 ‘노조법상 사용자’가 아니라며 교섭을 거부했다. 그러나 2023년 1월 서울행정법원은 ‘택배 기사들이 위탁계약을 맺은 대리점이 아니라 원청인 CJ대한통운이 실질적 지배력을 가지므로 CJ대한통운이 택배 기사 노조와 교섭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단, 주 5일제와 건당 수수료 인상, 사고 시 손배 책임 비율 개선은 CJ대한통운과 대리점이 함께 택배 기사 노조와 교섭하라고 결정했다.
이때 서울행정법원은 실질적 지배력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①원청과 하청의 관계(원청이 우월한 지위에서 일방적으로 하청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결정하는지) ②하청 노동자의 업무가 상시적·필수적 업무인지 ③하청 노동자의 업무가 원청 사업체계의 일부로 편입되어 있어서 원청이 노동조건을 지속적으로 지배하거나 결정하는지’ 등이다. 2024년 1월 서울고등법원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또한 서울행정법원은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원청에 교섭을 요구한 의제 중에서 ‘①성과급 지급 ②학자금 지급 ③노동안전’에 대해서는 원청인 한화오션이 실질적 지배력이 있으므로 하청 노조와 교섭해야 한다고 7월25일 판결했다. 하청 노조가 교섭을 요구한 또 다른 의제인 ‘④노조활동 보장 ⑤취업 방해(블랙리스트) 금지’에 대해서는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로펌들만 돈 버는 법 될 가능성 높다”
서울행정법원은 같은 날 원청인 현대제철이 이 회사 당진공장에서 일하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①산업안전보건’에 실질적 지배력이 있다며 교섭 의무를 인정하는 판결도 내렸다. 앞서 중앙노동위원회는 산업안전보건에 대해서는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을 인정했으나, 하청 노조가 교섭을 요구한 다른 의제(②차별 시정 ③정규직 전환 ④자회사 채용 중단)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았다.
이상으로부터 알 수 있는 사실이 있다. 법원은 하청 노조가 교섭을 요구한 ‘모든 의제’가 아니라, 산업안전 등 특정 의제별로 원청이 실질적 지배력이 있는지 없는지를 각각 판단하고 있다. 즉 원청이 단체교섭을 거부한다 해도 ‘실질적 지배력이 있다고 인정되는 교섭 의제에 대해서만’ 부당노동행위로 처벌받는 것이다.
이는 현장의 요구와는 사뭇 다르다. 이상규 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장의 말이다. “우리는 산업안전만 가지고 싸우는 게 아니다. 교섭을 요구할 때는 정규직 노조가 그렇듯이 임금, 성과급, 노조활동 보장 등 노동조건과 관련된 내용을 모두 들고 가서 협상한다. 이 공장 안에서 원청이 안전에 대해서만 결정권이 있겠나? 교섭하라고 해놓고 하청 노조한테는 ‘안전에 대해서만 하십시오’ ‘학자금만 하십시오’ 제한한다면 진정한 노동 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보장이라고 할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우리 노동법에 따르면,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노동조합이 2개 이상이면 ‘교섭대표 노조’를 정해야 한다(교섭 창구 단일화). 그런데 원청업체에 원청 노조가 이미 조직되어 교섭대표 노조로 활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란봉투법이 시행되어 하청 노조가 교섭을 요구하면, 원청은 누구와 교섭을 해야 하는지, 다음과 같은 복잡한 문제가 발생한다.
①원청 노조와 하청 노조가 교섭 단위를 하나로 꾸려야 할까? ②원청 노조는 원청 노조끼리, 하청 노조는 하청 노조끼리 각각 교섭 창구를 단일화하면 될까? ③원청 노조가 어떻게 조직되어 있든, 하청 노조가 기업별로 여러 개 있다면 원청은 여러 하청 노조와 모두 개별적으로 교섭해야 할까? 만약 원청 노조도 여러 개라면 그들도 따로따로 교섭해달라고 요구하지 않을까?
또한 하청 노조가 원청에게 ‘실질적 지배력’이 있다고 주장하며 교섭을 요청하는 경우, 원청의 교섭 책임 유무는 누가 판단할 것인가? 원청이 거부하면 모두 소송으로 가야 하는가?
이런 혼란을 막기 위해, 노동부 산하 노동정책연구회 소속 이승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제안한 내용이 있다. 교섭 요구 단계에서 노동위원회가 조정하는 절차를 도입해서, 어떤 사업장의 원청이 어떤 의제에 대해서 ‘실질적 지배력’이 있는 사용자인지, 어느 단위와 교섭해야 하는지 미리 정해주자는 것이다. 번번이 법적 분쟁을 벌이기보다 노동위원회 절차를 통해 교섭의 효율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그런데 이럴 경우, 자칫 국가가 노사관계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꼴이 될 수도 있다. “궁예도 아니고 의제가 뭔지 척 보면 아나? 어떤 단체교섭이 의제를 정해놓고 하나? 노동위든 어디든 교섭의 의제를 정부가 사전에 조율할 수 있다는 건 오만한 생각이다. 시행령으로 정할 수도 없다. 통과된 법률에 시행령에 위임한다는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원청과의 단체교섭 절차에서 창구 단일화를 어디까지 할지는, 단순한 절차가 아니라 가치판단의 문제이고 노동정책 차원의 결단이 필요하다. 그런 정치적 결정을 입법 과정에서 국회가 감당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은 채로 법을 통과시켰다. 지금으로선 노란봉투법은 새로운 노사관계도 못 만들고 로펌들만 돈 버는 법이 될 가능성이 높다.” 권오성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말이다.
한 대형 로펌 노동 변호사도 노동위원회를 통한 조정 방안에 대해 “법적 근거가 없다. 노동부가 가이드라인을 내면 참고는 하겠지만, 그 가이드라인이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고 보기는 어렵다. 법원에서 가이드라인과 다르게 판단하면 소용없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하청 노조가 ‘원청에 지배력이 있다’고 판단해서 교섭을 요구하면, 원청도 나름의 판단을 거쳐 교섭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원청이 교섭을 거부하면 노조는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 형사고발 등으로 대응할 것이고 노동위원회나 노동청에서 1차적 판단이 나올 것이다. 노사가 불복하면 1·2·3심을 거칠 것이다. 그런데 게임의 룰 자체가 ‘지뢰밭’이다. 노조는 잘못 판단해도 괜찮지만, 원청은 특히 ‘지배력이 있는데 없다고 잘못 판단하는 경우’ 형사책임을 전적으로 부담해야 한다. 그래서 업무 절차상 의도치 않게 하청업체에 관여하는 원청들에 대해서는, ‘지금이라도 관여도를 낮춰서 실질적 지배력을 인정받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컨설팅하고 있다.”
노동부는 원·하청 교섭 표준모델 등 가이드라인을 연말까지 마련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다시 교섭 방식 이야기로 돌아오자. 원청의 교섭 부담이 가장 적은 방식(①)대로 원청과 하청이 창구 단일화를 거쳐야 한다고 해석하면, 조합원 숫자나 힘의 관계로 볼 때 원청 노조가 교섭대표 노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하청 노조의 이해관계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우려가 있다.
원청의 교섭 부담이 가장 커지는 방식(③)대로, 하청 기업에 2개 이상의 노조가 있을 때 각각의 하청 기업 안에서만 교섭 창구를 단일화해서 개별적으로 원청과 교섭하면 된다고 볼 수도 있다. 현대제철 사건에서 중앙노동위원회가 이런 입장을 취했다. 다만 이 경우 ‘하청업체 100개에 노조가 있으면 노조 100개와 일일이 교섭해야 하느냐’는 한국경영자총협회의 비판에 대해 내놓을 답이 마땅치 않다.
양대 노총은 준비되어 있나
중간 단계의 방식(②)대로 원청 노조는 원청 노조끼리, 하청 노조는 하청 노조끼리 각각 창구를 단일화해서 원청과 교섭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현행법엔 여러 하청 기업의 노조들이 사업장을 뛰어넘어 원청과의 교섭 창구를 단일화할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박귀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만이 아니라 ‘여러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산업이나 업종, 노동조건이 유사한 경우 여러 하청업체들도 교섭 단위를 통합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한다면 사용자의 교섭 부담도 해결하고, ‘초기업 교섭’을 촉진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여기서 ‘초(超)기업 교섭’이란 ‘개별 기업을 넘어서는 교섭’을 말한다. 사실, ‘실질적 지배력’ 판결이 난 한화오션의 원청 노조(금속노조 한화오션지회)와 하청 노조(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모두 같은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이다. 현대제철 당진공장의 원청 노조(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지회)도, 하청 노조(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도 마찬가지다. 금속노조란 금속산업의 노동조합이란 뜻이다. 애초 이렇게 산업별로 노조를 만든 이유 자체가, 노사가 기업별로 따로따로 교섭하는 걸 넘어서서 독일처럼 해당 산업의 통합된 노조가 해당 산업의 고용주 단체와 교섭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한국에서 원청 노조는 원청과, 하청 노조는 하청과 ‘기업별 교섭’을 해왔다. 우리 노동법 자체가 한 기업 안에서 노사가 교섭하도록 짜여 있는데, 노란봉투법은 이 모든 틀은 그대로 둔 채 ‘사용자’ 개념만 넓혀버렸다. 앞서의 교섭 창구 단일화 같은 문제가 벌어지는 이유다. 현실은 산업별 교섭은커녕 원·하청 공동 교섭조차 쉽지 않다. 원청 노조 간부의 말이다. “원·하청 공동 교섭을 하려면 요구안을 만들어야 할 텐데, 당장 거기서부터 의견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솔직히 하청의 임금과 복지가 원청에 비해 많이 열악하다. 어느 정도 임금과 복지 수준이 맞춰진 이후가 아니면 현실적으로 어렵다(강주용 금속노조 한화오션지회 수석부지회장).”


이런 상황에서 하청 노조가 원청에 교섭을 요구하게 되면, 원청 노조는 교섭의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원청 노조와 별개로 하청 노조가 원청과 교섭하는 경우, 이론적으로는 하청 노조에 돌아가는 몫이 이전보다 커질 수 있다. 이로 인해 원청 노조의 몫이 적어지는 상황을 원청 노조 측은 반기지 않을 것이다. 원청업체가 ‘전체 임금 몫’을 추가로 더 올리지 않는다면, 당장 원청 노동자들의 임금과 성과급 인상 폭이 제약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법원 판결로 하청 노조와 원청의 교섭이 이뤄질 가능성이 비교적 높은 한화오션과 현대제철에서는 원청 노조가 하청 노조의 교섭권 자체를 명시적으로 반대하지는 않고 있다. 원청이 하청 노조와의 교섭에 순순히 나올지, 교섭 창구 단일화가 어떻게 정리될지 지켜봐야 한다는 단서를 달긴 했다. 이미 원·하청 노동자 간 갈등의 골이 깊은 상태라고 알려져 있다. 다음은 원청 노조 간부들의 이야기다.
“노란봉투법이 통과되고 나서 ‘이 야드(조선소의 핵심 생산 현장)가 하청지회 놀이터 되는 거 아니냐’ 걱정하는 조합원들이 더 많다. 2022년 51일간 점거 농성 이후 지금까지도 당시 공정이 멈춘 것으로 인한 피해를 못 메웠다고 생각하는 정규직 노동자도 있다. 저희도 이 법과 관련해 전문적 교육을 받지 못했는데 현장 조합원들은 더하지 않겠나(강주용 금속노조 한화오션지회 수석부지회장).”
“하청 노동자들이 원청 노동자가 관리·감독하는 것에 대해 전부 ‘혼재 작업, 업무 지시의 증거’라며 불법파견 소송으로 끌고 가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 단절과 불신이 깊어졌다. 이제는 서로 대화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젊은 신입사원들은 ‘나는 노력해서 자격증 따고 치열한 경쟁을 뚫어서 어렵게 대기업에 들어왔는데, 저분들은 왜 협력업체로 입사해놓고 정규직을 시켜달라는 건지 이해가 안 간다’고 얘기하는 분들도 꽤 많다(현대제철 당진공장 하청 노동자들은 2022년 12월 1심 판결에서 불법파견을 인정받았다). 목욕탕이나 탈의실, 헬스장 같은 사내 복지시설을 비정규직과 나누어 쓰거나 집회에 함께 참여하는 것에 대해서도 ‘왜 같이 해야 하느냐’는 조합원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 소통을 통해 풀어가야 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이승한 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지회장).”


각 기업에서 원·하청 노동자들의 이해관계가 다를 때, 이를 조율해야 할 주체는 산업별 노조와 양대 노총일 것이다. 만약 별다른 조율 없이 원청 노조는 지금까지 하던 대로 임금과 성과급의 최대치를 요구하고, 하청 노조도 그렇게 하게 되면, 자본은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고 ‘소송전’으로 끌고 가거나, 아예 해외로 이탈해버릴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철승 서강대 교수(사회학)는 노란봉투법이 “정규직 노조의 양보와 자제 없이는 작동하기 어렵다”라고 주장한다. 물론 정규직 노조 입장은 다르다. “하청 노동자와 정규직 노동자의 차이를 만든 것도, 실질적으로 하청 노동자에게 작업을 시키고 임금을 주는 것도 자본이다. 자본이 책임져야지 왜 노동자끼리 나누어야 하나?(한 정규직 노조 간부).”
이에 대한 이철승 교수의 답은 이렇다. “자본이 만든 판이긴 하다. 그러나 한 민주노총 전직 활동가는 ‘자본과 함께 비정규직과 하청 노동자들의 등에 빨대를 꽂아온 주체 중 하나가 정규직 노동자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청 노동자는 그간 더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하면서 임금은 정규직의 60% 정도만 받아왔다. 지금 정규직이 얻고 있는 초과 보상 중 일부는 하청에게서 가져왔다고 봐야 한다. 적어도 기업이 연구개발 투자를 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여지는 마련해주면서 노동도 자기 몫을 찾아야 하지 않나? 자본의 해외 탈출을 막기 위해 선진국 노조가 그렇게 하듯이 말이다.”
산업별 노조와 양대 노총이 정말로 노란봉투법을 원했다면, 법 통과 이후 개별 기업의 정규직 노조가 임금과 성과급 인상 요구를 자제해 하청 노조에게 배분되게 만들도록 지도력을 발휘할 책임도 있다. 그러나 이철승 교수가 보기에 한국의 산업별 노조와 양대 노총에게는 그럴 역량도, 수단도 없다. 그렇게 했다가는 정규직 노조들이 상급 단체를 탈퇴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도 노동운동은 파업에 대한 손배 청구 제한을 훨씬 뛰어넘는 내용인 ‘노조법 제2조의 사용자 개념 확대’를 ‘노란봉투법’의 이름으로 관철시켰다. “결국 노란봉투법은, 정규직 단위노조의 양보를 이끌 힘이 부족한 산별노조와 양대 노총이 집권 여당의 입법의 힘을 빌려 비정규직과 하청 노동자에게 내민, 상환 능력이 부족한 어음에 가깝다.”
노조법 개정 이후 진정으로 해야 할 일
지나치게 신랄한 평가로 들리지만, 노동운동 내부에서도 일부 성찰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금속노조 관계자는 “금속노조보다 현대차지부의 힘이 더 센데 그걸 어떻게 조율하겠나? 실력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원청과의 교섭에서 무엇을 어떻게 요구할지도 아직까지 백지 상태다”라고 말했다. 불법파견 소송이 다수 진행되는 과정에서 임금 등에 대한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을 자료로 증명하기 어려워진 제조업 하청 노동자들보다는, 모회사의 실질적 지배력을 ‘지침’으로 증명하기 쉬운 공공부문 자회사 노동자들이 개정된 법의 최대 수혜자일 거라는 예상도 있다. 이와 관련해, 한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는 “투쟁 계획은 짜지만 원·하청 노조가 어떻게 연대하고 서로의 요구를 조정할지에 대해서는 준비가 안 되어 있다. 예컨대 코레일 자회사 노조들이 원청과 교섭을 하게 되어 철도공사 정규직들의 성과급이 줄어들 수 있는데, 현장에서 그런 양보를 이끌어내기가 만만치 않다”라고 말했다.

법을 명확하게 만드는 후속 조치 외에도 해야 할 일이 있다. 권오성 교수는 “이번 노조법 제2조 개정은 기업별 교섭 시스템 내에서 일부 균열을 내는 방식이다. 그럴 것이 아니라 애초에 하청을 쓴다고 해서 인건비를 줄이거나 안전을 위태롭게 할 수 없는 시스템을 상상해야 하고, 그 대안은 원·하청 교섭이 아니라 산업별 교섭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노조법 개정안은 연속극 드라마의 제1화 정도일 뿐, 단막극의 해피엔딩이 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정희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비정규직 처우를 개선하려면 정규직으로 누려왔던 약간의 차별적 특혜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점을 조합원들도 어느 정도 받아들일 것이다”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그간 하청이 담당해왔던 힘들고 어려운 노동에 적정 임금을 얼마를 줘야 할지, 이른바 ‘사회적 직무급(근속연수가 아니라 하는 일의 성격과 난이도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는 체계)’을 논의하는 데에 노동조합도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란봉투법’이라 불리는 노조법 제2조 개정안으로 노동계급 내부의 갈등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원·하청 노동자 사이 냉전을 열전으로 바꿀 법”이라는 평까지 나온다. 한화오션 하청 노동자들이 소속돼 있고, 노란봉투법 통과 계기가 된 2022년 파업을 벌였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의 김형수 지회장은 “노란봉투법이 통과되어서 생기는 갈등이 아니라 이미 내재하고 있던 갈등이다. 법 통과로 인해 드러날 여지가 많아졌을 뿐이다. 금속노조도, 민주노총도, 노동부 장관도 일단 ‘개정 노조법에 문제가 많고 깊은 고민이 부족했다’는 걸 인정하는 데서부터 출발했으면 한다”라고 말한다. “정규직 노조는 노동의 결과물을 자기들끼리 챙기며 하청을 외면해왔다. 이젠 현장에서 누가 일하다 죽었다 하면 원청인지 하청인지 묻지도 않는다. 당연히 하청이니까. 차별적 구조를 없애서 모두가 평범해지면 좋겠다. 원청 정규직이 아니어도 노동자면 되는 세상이길 바란다.” 분절되고 갈라진 노동자 사이의 갈등을 관리하고 끝내 치유해낼 ‘연대’가 절실한 시점이다.
당진·거제/전혜원 기자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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