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선 남북열차, 도라산역서 다시 출발하길” [심층기획-경주 에이펙, 한반도 평화의 무대]
끊긴 남북교류의 흔적 르포
북녘땅과 7㎞ 거리 파주 도라산역
교류 단절로 2018년 열차 왕래 ‘뚝’
동해선 제진역도 20년 가까이 방치
“쌀 나눔 등 민간교류부터 물꼬터야”
인적 끊긴 고성 제진역
철길 뚫려 있지만 北 향하는 문 닫혀
대합실엔 ‘금강산 방면 요금 4000원’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
개성공단 출입 장소로 북적이던 곳
교류 재개 대비해 모의훈련 이어가
연천 평화경작지
농업협력 상징이지만 가동 ‘올스톱’
공들며 재배한 쌀 야생동물 먹이로
#2. 같은 날 경기 연천군 왕징면 강내리 일대 논에는 최근 내린 많은 비로 벼들이 누워 있었다. ‘평화경작지’라고 이름 붙은 이곳은 식량난에 허덕이는 북한을 지원하기 위해 조성됐다. 그러나 남북관계가 나빠지면서 이곳 평화경작지에서 재배된 한 톨의 쌀도 북한에 전달되지 못했다. 정권택 북삼리 노인회장은 “북한에 쌀을 못 보내니까 서운하다”고 아쉬워했다. 도라산역과 평화경작지는 남북교류를 통해 긴장을 완화하고, 통일을 준비하려는 치열한 노력의 산물이었지만 지금은 쓸쓸함과 아쉬움만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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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막감만 가득 17일 서울과 북한 신의주를 연결하는 경의선 철도의 남측 끝단에 위치한 경기 파주시 장단면 소재 도라산역 선로와 플랫폼이 텅 비어있다. 도라산역은 남북 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졌을 때에는 남쪽에서 북한 개성공단으로 가는 물자를 실어나르는 관문으로서 역 안팎이 분주했다. 하지만 2018년 이후 남북 열차 왕래가 끊어지면서 도라산역에는 적막감만이 감돌고 있다. 도라산역에서 평양으로 가는 철로는 뻗어있지만 남북 관계가 개선되지 않으면서 북쪽으로 나아가는 열차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파주=최상수 기자 |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구역 내 도라산역은 서울에서 북한, 중국, 러시아, 유럽으로 이어지는 ‘철의 실크로드’의 잠재력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다. 철도를 이용하면 서울에서 도라산역을 거쳐 유럽까지 물류를 운송할 수 있다. 북한을 넘어 중국, 러시아까지 잇는 국제선 열차 승강장을 설치한 것도 이런 정체성을 부각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남북교류협력이 단절되면 한국의 철도는 북쪽으로 나아갈 수 없다. 남북 교류가 단절된 도라산역은 적막하기 짝이 없다. 매월 두 번째 금요일 남쪽의 직전 역인 임진강역에서 사전에 신청한 관광객들이 이용하는 셔틀열차가 도라산역까지 운행되고 있으나 북으로 향하는 열차는 없다. 평양 방면 다음역인 판문역까지 거리는 불과 약 7㎞. 도라산역에서 평양을 향하는 철로는 뻗어 나가 있지만 경색된 남북관계로 북쪽으로는 한 발짝도 더 움직일 수 없다.

16일 찾은 제진역 대합실은 인적은 없고 금강산, 평양, 백두산, 모스크바 등의 목적지가 적힌 열차요금표만이 교류의 흔적을 보여줄 뿐이었다. 요금표에 적힌 금강산까지의 요금은 4000원, 소요 시간은 20분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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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굳게 닫힌 문 강원 고성군 현내면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 남측 지역에서 16일 울타리 너머로 북측 지역으로 나아가는 도로가 텅 비어 있다. 위 작은 사진은 왼쪽부터 17일 경기 파주시 장단면 소재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 일대에서 훼손된 채 방치된 도로 표지판,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 내 출경 안내 표지판, 16일 강원 고성군 현내면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 밖에 세워진 금강산 방면 표지판. 고성·파주=이제원·최상수 기자 |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의 업무는 2020년 멈췄다. 그해 1월 코로나19 확산으로 왕래가 끊기다시피 했고, 6월에 북한이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하지만 군사분계선까지 약 2㎞, 개성공단까지는 약 7㎞ 떨어진 이곳은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에 따른 남북 간 출입장소로, 인원과 물자의 출입 업무 처리를 담당해 꽤나 북적이던 곳이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때 한국을 찾은 북한 예술단 및 고위급 대표단 등이 지나간 곳이기도 하다. 2011∼2012년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소속으로 남북한 출입경 업무를 지원했던 황찬숙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 실무관은 “북한에 원자재 및 물자를 운반하는 첫 타임(MDL 통과 기준 오전 8시30분)에 화물차가 차량 게이트 앞에 길게 쭉 늘어져 서 있던 모습이 눈에 아른거린다”고 말했다. 현재 그는 경의선 남북 출입시설 체험 프로그램 해설을 담당하며 그때의 기억을 전하고 있다.
개성공단에 여러 번 다녀왔다는 개성공단기업협회 사무국 한 직원은 “처음엔 긴장을 많이 했는데, 나중에는 왔다 갔다 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자연스러웠던 것 같다”고 했다.

경기 연천군 왕징면 강내리 일대 평화경작지는 북한에 보낼 쌀을 재배하는 농장이다. 황해북도와 직선거리로 불과 2㎞ 정도 떨어진 이곳은 농업 협력의 상징이지만, 남북관계가 냉각되며 공들여 생산한 쌀은 북한으로 가지 못하고 있다. 재배한 쌀은 이제 북한 접경지역에 보금자리를 튼 두루미, 독수리, 청둥오리, 고라니 등 야생동물들에게 먹이로 뿌려진다.
쌀을 나누려는 북한 주민은 연천군 주민에게 ‘이웃’과 다름없다. 민통선 안에서 30년을 산 은금홍 평산리 노인회장은 “산에 올라가면 북한 오장동 농장에서 농사짓는 북한 주민을 400∼500명씩 볼 수 있다”며 “홍수가 나 물에 휩쓸려 떠내려온 북한 사람을 본 것도 여러 번이다. 모두 이웃”이라고 했다.
남북 화해와 교류가 누구보다 절실한 건 그래서다. 쌀 나눔 등의 민간교류가 시작일 수 있다는 이들의 말에는 묵직한 울림이 있다. 은 회장은 “빨리 민간인 교류라도 활발히 돼서 서로 오가는 관계가 됐으면 좋겠다”며 “우리 연천군이 발전하려면 일단 북한하고 사이가 좋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주·고성·연천=이강진·변세현·장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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