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우려에도… 대통령실·경제 관료들이 주도했다

정순우 기자 2025. 10. 21.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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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책 누가 만들었나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연합뉴스

이재명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은 대통령실 정책 라인이 주도한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특히 경제 관료 출신인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실장은 9·7 공급 대책 직후 서울 아파트값 주간 상승 폭이 3주 만에 두 배(0.16%)로 확대됐다는 내용의 한국부동산원 통계가 나온 지난달 25일 국토교통부 주택 라인 실무자들을 소집해 대응 방안 마련을 주문했다. 10·15 대책의 핵심인 서울 전역 및 경기 12개 지역에 대한 전방위적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방안 역시 김 실장이 의사 결정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추후 정책실장으로 보직 변경)이 그랬던 것처럼 부동산 정책에서 대통령의 의중을 대변했다는 것이다.

10·15 부동산 대책이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수준의 고강도 규제로 채워진 것을 두고 여권에서도 이 대통령의 평소 생각과 다르다는 말이 나왔다. 이 대통령은 평소 문재인 정부 때 내놓은 수요 억제 중심 부동산 대책을 비판적으로 평가해 왔다. 대선 공약에서도 서울 도심 주택 공급 확대와 같은 공급 대책 위주였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대통령 생각은 당장의 집값 상승을 멈춰 부동산 시장을 빠르게 안정시키려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필요한 방식을 취한 것”이라고 했다. 강력한 대출 규제로 부동산 거래가 얼어붙으면 최소한 가격 상승세는 멈춘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정부의 이번 부동산 대책 발표를 앞두고 당정대는 여러 차례 비공개 협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초강력 부동산 규제 대책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고 한다. 대통령실과 정부 측에선 “더 늦어지면 집값 상승세가 심각해질 것”이라며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1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김병기 원내대표와 기념 촬영하고 있다./연합뉴스

그러나 정부 기대와 달리 부동산 민심 이반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대책이 문재인 정부 등 과거 정부에서 이미 실패했던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먼저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곳이 한꺼번에 지정된 규제지역(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은 문재인 정부가 2017년 첫 부동산 대책인 6·19 대책에서 도입하기 시작했고, 2020년 6·17 대책에 이르기까지 수차례에 걸쳐 확대됐다. 처음에는 서울과 경기 과천 등 일부 지역에서 출발했지만 풍선 효과가 반복되며 성남 분당·광명·하남·기흥·동탄 등 경기 대부분 지역으로 확대됐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 기간 서울 아파트값은 110%가량 급등했다.

주택 가격대별 대출 한도 차등 적용 규제는 문재인 정부가 집권 3년 차에 도입한 정책이다. 문 정부는 규제지역 지정으로도 강남 집값 상승을 막지 못하자 2019년 12·16 대책에서 15억원 초과 주택의 대출을 전면 금지하는 사상 초유의 ‘대출 금지책’을 내놨다. 이후 3~4개월가량 거래가 끊기고 집값 상승세도 주춤했지만 2020년 6월부터 다시 집값 급등세가 이어졌다.

논란이 커지자 김용범 실장은 전날 미국에서 귀국한 직후 페이스북에 “실수요자께서 허가를 받아야 하는 불편함은 저 역시 안타깝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정부는 지자체와 협력하여 공급 확대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했다. 이를 두고 관가에선 “본인이 주도한 정책과 관련된 부정적 여론에 대한 방어 성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래픽=백형선
20일 오후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강남 아파트 단지 모습./장련성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부동산 대책 관련 공식 언급은 꺼리고 있지만 “이러다 지방선거에서 서울은 물론 경기 지역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내년 지방선거 전 집값을 잡지 못하면 김 실장과 김윤덕 국토부 장관 등의 경질이 불가피하다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여권 관계자는 “이번 부동산 대책과 관련한 여론조사를 진행했는데, 60% 가까이 긍정적이라는 응답이 나왔다”고 했다.

정부·여당은 연내 발표할 공급 대책으로 부정적 여론을 희석하려 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공급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가칭 ‘부동산 대책 지원 TF’를 구성하기로 했다. 당정은 서울 시내 구(區)별로 공급 계획을 발표하고, 재건축·재개발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보유세 인상 등 세제 개편은 여당 내에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리스크가 크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 당정 이견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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