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한 아빠 안아주고 싶어” 아들의 바람 이뤄졌다

이태동 기자 2025. 10. 21.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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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리트우드, DP월드투어 8승
우승 현장에서 아들을 안아주겠다는 각오로 아버지는 극적인 역전 우승을 일궈냈다. 19일 DP월드투어 인도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토미 플리트우드가 아들 프랭클린을 꼭 안으며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다. 여덟 살인 프랭클린은 최근 “골프장에서 아빠가 우승하는 것을 직접 본 적이 없다”고 투정을 부렸고, 플리트우드는 오래지 않아 아들 소원을 들어줬다. /AFP 연합뉴스

“아빠가 지금까지 한 번도 안 해본 일이 있어. 뭔지 알아?”

토미 플리트우드(34·잉글랜드)는 이달 초 여덟 살 아들 프랭클린과 골프장에 나갔다가 ‘기습 질문’을 받았다. 플리트우드는 생각했다. ‘이 녀석은 요즘 쉴 새 없이 떠들잖아. 별 얘기 아니겠지.’ 하지만 이어지는 아들의 말에 그는 머리를 얻어맞은 듯 충격을 받았다. “아빠는 내가 경기장에 갔을 때 마지막 홀 그린에서 달려가 안아줄 수 있게 우승한 적이 한 번도 없단 말이지.”

플리트우드는 말문이 막혀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는 “그저 집에 가서 아들의 말을 적어놓고, 반드시 기억하겠다고 다짐했다”고 했다.

아들을 위해서라면 아버지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플리트우드는 어린 아들 앞에서 우승하겠다는 각오를 다졌고, 18번홀 그린에서 달려나온 아들을 안아주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플리트우드는 지난 19일 인도 뉴델리에서 끝난 DP월드투어(유럽투어) 인도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아들 프랭클린이 인도까지 따라와 경기를 지켜봤는데, 기적처럼 우승컵을 들었다. 최종 4라운드에서 7타를 줄이는 뒷심을 발휘한 플리트우드는 최종 합계 22언더파로 나카지마 게이타(일본)에게 2타 차 극적인 역전 우승을 거뒀다. DP월드투어 우승은 작년 1월 이후 1년 9개월 만으로 통산 8번째 우승을 챙겼다.

토미 플리트우드가 19일 DP월드투어 인도 챔피언십 우승 직후 달려오는 아들을 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DP월드투어 X

18번홀 그린에서 챔피언 퍼트를 마친 플리트우드는 자기를 향해 달려오는 프랭클린을 보면서 그 어느 때보다 환하게 웃었다. 무릎을 꿇어 아들과 키를 맞춘 그는 아들을 꼭 안았다. 그의 어깨에 얼굴을 비비며 미소 짓는 프랭클린의 표정도 상기돼 있었다.

플리트우드는 경기 초반 선두 나카지마와 격차가 3타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아들 앞에서 반드시 우승하겠다는 의지는 플리트우드의 샷을 더 날카롭게 만들었다. 그는 7번부터 10번까지 4연속 버디로 공동 선두에 오르더니, 14번홀과 17번홀에서 버디를 추가하며 역전극을 완성했다. 플리트우드는 이번 우승으로 상금 68만달러(약 9억7000만원)를 받았고, DP월드투어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 랭킹(레이스 투 두바이)을 25위까지 끌어올리며 상위 50위까지 주어지는 출전 자격을 사실상 확보했다.

19일 DP월드투어 인도 챔피언십 우승 직후 18번홀 그린에서 웃고 있는 플리트우드 부자. /DP월드투어 인스타그램

그는 “프랭클린과 우승이란 목표를 공유한 것이 사소한 일처럼 보일 수 있지만, 나에겐 큰 의미가 있었다”며 “온종일 정말 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 중엔 되도록 아들을 안 보려고 했다”면서 “18번홀에서 프랭클린이 나에게 달려와 정말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지난 4월 마스터스에 참가한 토미 플리트우드(왼쪽)가 아내, 세 아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가운데가 막내 프랭클린이다. /게티이미지코리아

그는 평소에도 가족 사랑이 남다른 선수로 잘 알려져 있다. 플리트우드는 2015년 형이 소개한 ‘매니저’ 클레어를 만났고, 연인으로 발전해 2017년 프랭클린을 낳고 결혼했다. 프랭클린 외에도 아들 둘이 더 있는데, 23세 연상인 클레어가 전남편과 사이에서 낳은 ‘의붓아들’이지만 친아들처럼 애정을 담아 대한다.

골프 선수인 큰아들 오스카가 지난해 유럽 2부 챌린지 투어에 출전했을 때 플리트우드가 캐디를 맡기도 했다. 당시 오스카는 “토미가 골프채를 들고 있어 긴장을 푸는 데 도움이 됐다”고 했다. 플리트우드는 “나 때문에 부담스러워할까 봐 걱정했는데, 오스카가 ‘캐디를 맡아달라’고 말해줘서 정말 좋았다”고 했다. 지난 2021년에는 한 프로암 대회에서 우승한 의붓아들 둘의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정말 자랑스러운 순간!”이라고 적었다.

주요 골프 대회에 아들들을 데리고 다니며 시간도 자주 보낸다. 지난 4월 마스터스 파3 콘테스트에 아들 프랭클린과 함께 출전했다. 7월 디 오픈 때엔 둘째 아들과 연습 라운드를 돌기도 했다. 플리트우드는 “이렇게 가족이 된 건 믿기 어려울 정도의 행운”이라며 “다섯 명이 함께 있으면 어디든 그곳이 나의 안식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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