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죽었다”

김세훈 기자 2025. 10. 20.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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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까지 바꾸고 이마엔 엠블럼 문신…불가리아 열혈 ‘맨유 팬’ 별세

불가리아 한 남자는 평생 단 한 가지 꿈을 좇았다. 자기 이름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바꾸는 것이었다. 불가리아 스비슈토프라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맨유 광팬 마린 즈드라브코프 레비조프는 지난 13일 사망했다. 향년 62세.

1999년 5월26일 바르셀로나 캄 노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바이에른 뮌헨을 상대로 후반 추가시간에 두 골을 넣으며 기적 같은 역전승을 거뒀다. 그날 당시 36세인 레비조프는 바로 직전 텔레비전 앞에서 이렇게 다짐했다. “맨유가 이기면, 내 이름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바꿀 거야.”

공산주의가 막 끝난 불가리아에서 ‘자본주의 축구 클럽 이름’을 갖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는 수년간 법정에서 싸웠다. 결국 법적 이름은 바꾸지 못했지만, 신분증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별칭으로 등록하는 데 성공했다.

그의 집 마당에는 고양이 수십 마리가 살았다. 그들은 모두 맨유 선수들의 이름을 달고 있었다. 리오, 루니, 긱스. 그리고 가장 아낀 고양이는 ‘베컴’이었다.

그의 사연은 국제적으로 화제가 됐고, 2011년에는 다큐멘터리로 제작됐다. 감독들은 그를 맨체스터로 데려가 올드 트래퍼드 방문의 꿈을 이뤄줬다. 불가리아 출신 맨유 공격수 디미타르 베르바토프를 만났을 때, 그는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2014년, 그는 법원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이마에 맨유 엠블럼을 문신으로 새겼다. 개명을 시도한 지 15년 만에 거둔 작은 결실이었다. 그는 “이제 세상은 나를 진짜 이름으로 기억할 것”이라며 기뻐했다. 가톨릭 신자인 그는 정교회에서 새 이름으로 세례를 받았다. 세례명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즈드라브코프 레비조프’였다.

가디언은 “스비슈토프의 주민들은 그를 ‘마을의 유나이티드’라 불렀고 그의 고양이들, 붉은 스카프들이 대신 남아 있다”며 “그의 이름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였고 삶도, 사랑도, 신앙도 오직 맨유였다. 이제 그가 그토록 원한 클럽 이름 아래 영원한 평화를 얻었다”고 전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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