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통역 일하러 캄보디아 간 여성 “성인방송 강요하며 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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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 마중 나온 교민은 반듯했다. "현지에서 일본어 통역을 구한다"는 제안에 30대 김민하(가명) 씨가 지난해 4월 캄보디아 프놈펜에 도착했을 때 얘기다.
이달 7일에는 또 다른 30대 여성이 캄보디아와 베트남 접경 지역에서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20일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찌어 뻐우 캄보디아 경찰청 차장과 회담하고 양국간 24시간 핫라인을 설치하기로 했지만, 코리안데스크 신설에는 합의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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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가더니 카메라 놓고 “옷 벗어라”
교민이 500만원 받고 갱단에 넘긴 것
가족이 찾아나서 한달만에 극적 구조

그러나 그 약속은 함정이었다. 차로 4시간 걸려 도착한 곳은 시아누크빌의 바닷가 근처 아파트였다. 가족에게 ‘잘 도착했다’고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낸 직후, 낯선 남성 3명이 방에 들이닥쳤다. “폰 줘.” “왜요?” 저항하자 팔이 꺾였고 휴대전화와 여권을 순식간에 빼앗겼다. 그날 저녁부터 지옥이 시작됐다.
● “목표 못 채웠네?” 쇠창살 안 ‘성인방송 노예’

김 씨는 한 달 뒤 극적으로 구조됐다. 가족이 받은 ‘도착 인증샷’ 한 장이 단서였다. 가족들이 김 씨를 찾아나섰고, 현지에서 20년째 거주 중인 교민이 사진 속 바다와 섬의 위치를 추적해 시아누크빌 일대를 한 달간 수색했다. 마침내 평소 알고 지내던 캄보디아 경찰과 함께 건물을 급습해 김 씨를 구했다. 하지만 구조돼 귀국한 후 들은 이야기는 더 끔찍했다. 그녀를 데려온 ‘교민’은 현지 범죄조직에 500만 원을 받고 김 씨를 팔아넘긴 것이었다.
19일 오후(현지 시간) 김 씨가 감금됐었던 시아누크빌 건물 입구엔 아직도 경비원으로 추정되는 중국인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들은 휴대전화를 보는 척하며 눈을 치켜뜨고 주변을 유심히 관찰했다. 운전기사로 동행한 현지인은 “저들이 우리를 알아보는거 같다. 차에서 절대 내리지 말라”며 “여전히 중국계 조직의 범죄단지로 활용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캄보디아에서 범죄에 연루된 한국 청년 대다수는 남성이지만, 김 씨처럼 여성도 적지 않다. 지난해 캄보디아의 로맨스 스캠(연애 빙자 사기) 조직에 납치됐다가 가까스로 탈출한 30대 남성 정민수(가명) 씨는 “조직원 150명 중 납치된 5명 정도가 여성이었다. (남성 조직원이) 대본을 써주면 통화는 여성 대역이 했다”고 말했다. 이달 7일에는 또 다른 30대 여성이 캄보디아와 베트남 접경 지역에서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 중국 공안은 현지에서 직접 단속
시아누크빌 교민들은 “중국은 수년 전부터 캄보디아 경찰과 공조해 자국민 대상 범죄조직을 직접 단속해왔지만, 한국 정부는 여전히 느리다”고 입을 모았다. 중국은 2019년부터 캄보디아 정부와 협력해 현지 피의자를 적극적으로 송환하고 있다. 지난해 3월엔 캄보디아 경찰과 함께 시아누크빌의 리조트를 급습해 약 700명을 붙잡았고, 4월에는 130명을 송환했다. 캄보디아 헌병대 관계자는 “중국 공안이 시아누크빌을 직접 순찰·단속한 뒤 해변을 점령하던 중국계 범죄자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한국도 자국민 보호를 위한 상시 대응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해 양국 경찰 간 실시간 소통을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외교부·경찰에 실종 전담 센터를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20일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찌어 뻐우 캄보디아 경찰청 차장과 회담하고 양국간 24시간 핫라인을 설치하기로 했지만, 코리안데스크 신설에는 합의하지 못했다.

시아누크빌=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시아누크빌=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조승연 기자 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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