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영화가 멀티플렉스(복합상영관)에 개봉한다는 게 사실 쉽지 않습니다. 특히 영화제 한 번 가보지 않은 작품이 개봉한다는 사실에 함께 여기저기서 '어떻게 한 거냐'고 물어와 '영화가 재밌으니 개봉되겠지'라고 답하고 있어요."
지난 17일 롯데시네마 엠비씨네 진주에서 뮤지컬 영화 '경성유랑극단' 시사회와 '관객과의 대화(GV)'가 열렸다. 상영을 마친 후 대형 스크린을 뒤로 한 채 마이크를 잡은 박진용 감독의 목소리에는 영화 개봉 직전의 설렘과 긴장이 가득했다.
뮤지컬 영화 '경성유랑극단'은 진주 토박이인 박진용 감독이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한 독립 영화로, 그의 장편 데뷔작이다. 작품은 조선의 독립을 꿈꾸는 독립군과 일제 강점기 속 각자의 선택에 따라 살아가던 시대, 가족도 나라도 잃고 방랑하던 이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지난 17일 롯데시네마 엠비씨네 진주에서 열린 뮤지컬 영화 '경성유랑극단' 시사회에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에서 박진용 감독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백지영기자
작품은 박진용 감독이 2014년 진주에서 설립해 현재는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공연예술박스 더플레이'의 창작 뮤지컬 '경성제일극단'을 원작으로 한다. 진주문화관광재단 '2022년 창작작품 쇼케이스 지원사업'을 통해 단 이틀 무대에서 공연된 작품으로, 역시 박 감독이 연출·집필에 나섰다. 상당수의 곡 역시 직접 작사·작곡했다.
이후 박 감독이 영화화를 꿈꾸며 만든 시나리오가 경남문화예술진흥원 '경남독립영화제작 지원사업', 영화진흥위원회 '영화제작인력지원사업'에 잇따라 선정되면서 영화 제작이 급물살을 탔다. 영화에 등장하는 뮤지컬 곡 녹음은 진주문화제작소가, 작품 배급은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 힘을 보탰다.
진주에서 열린 '관객과의 대화'에서 직접 연출·집필한 작품 중 왜 이 작품을 골랐느냐는 질문을 받은 박 감독은 "비교적 저예산으로 만들 수 있는 작품이기도 했고, 첫 작품인 만큼 깊이 있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작품을 고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작품은 지역 영화인과 예술인 등이 함께 해 더 의미가 크다. 주연 4명과 조연 1명 등 5명을 제외하면 모든 배우가 진주 등 경남에서 활동하는 것은 물론 제작진 역시 진주 출신 촬영 감독을 비롯해 대부분 경남 영화인으로 포진했다.
진주 '공연예술박스 더플레이' 소속으로 그동안 공연을 통해 관객을 만나 온 최형서(마당이 역)·하효정(꽃분이 역) 등이 작품을 통해 스크린에 데뷔했다. 최형서·하효정 배우는 지난 2022년 뮤지컬 공연 '경성제일극단'에서는 각각 단장 이병철과 간호사 홍연화 역으로 공연에 나섰던 인물로, 영화에서는 배역을 바꿔 출연했다.
촬영은 지난 2023년 2월 2주 가량 진행됐다. 저예산으로 장편 뮤지컬 영화를 제작해야 하는 여건에 따른 결정이었는데, 진주에서 90%를 찍는 등 대부분을 경남에서 촬영했다. 공공 지원 예산은 일찌감치 소진됐던 만큼, 제작사인 경남청년문화창업협동조합 수익금과 감독 사비 등을 투입한 끝에 편집 등 지난한 후반 작업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영화 제작에 돌입한지는 3년 여, 촬영한 지는 2년 8개월 만에 빛을 보게 된 작품 시사회에 나선 감독과 배우들은 들뜬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박도욱 배우는 "뮤지컬 영화에 독립 영화인 작품이 영화관에 개봉한다는 게 정말 쉽지 않은데, 그런 자리에 설 수 있어서 감사하다"며 감독과 배우, 관객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임춘자 역 박혜원 배우는 "카메라 연기가 처음인 작품이라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하는 걱정과 함께 설렘이 컸다"며 "(상영에 앞서) 돌비 애트모스 광고가 나올 때까지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뜻깊은 작품에 함께 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했다.
박 감독은 "영화를 통해 저 시대에 태어났더라면 나는 과연 어떤 선택을 했을까. 독립군이 됐을까, 친일파가 됐을까, 아니면 그냥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이었을까. 이런 고민을 한 번쯤 해보시면 좋겠다"고 전했다.
지난 17일 롯데시네마 엠비씨네 진주에서 열린 뮤지컬 영화 '경성유랑극단' 시사회에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에서 박진용 감독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백지영기자
이날 시사회와 '관객과의 대화' 사이에는 뮤지컬 영화라는 특징을 살려 배우들이 특별 공연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독립군 박상철 역을 맡은 조상웅 배우가 '행복은 어디에'로 묵직함 울림을 전했고, 이어 등장한 경성유랑극단 맏이 장기태 역 박도욱 배우는 유쾌한 댄스곡 '행복을 찾아'를 선보였다. 박 배우가 노래를 부르는 동안 최형서·하효정 배우도 깜짝 등장해 안무로 함께 했다.
관객 정도현(26·진주) 씨는 "진주에서 진주 사람들이 만든 뮤지컬 영화가 극장에서 개봉하다니 믿기지 않는다"면서 "작품 속 등장하는 장소가 진주의 어디인지 찾아볼 정신도 없이 영화에 몰입했는데, 친구와 함께 2차 관람을 하러 오고 싶다"고 전했다.
감독의 고향이자 작품의 뿌리가 된 진주에서 시사회가 진행된 만큼 지역 사회라 볼 수 있는 장면도 연출됐다. 시사회 공식 일정을 마무리할 즈음 박진용 감독과 진주 봉래초 70회 동창이라며 스스로를 소개한 한 관객이 감상평을 남기고 싶다며 깜짝 마이크를 잡은 것. 그는 "영화를 보며 정말 선조들한테 감사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 (영화 시사회에 온) 저희만 볼 게 아니라 전 국민이 모두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감독의 이름을 선창하면 함께 '파이팅'을 외쳐 달라고 제안해 우렁찬 합창을 이끌었다.
한편 뮤지컬 영화 '경성유랑극단' 지난 3월 아시아 최대 영화마켓인 홍콩 FILMART에 소개되며 해외 시장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오는 24일 롯데시네마 등 멀티플렉스와 독립 극장,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를 통해 정식 개봉한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뮤지컬 독립영화 경성유랑극단 롯데시네마 개봉
지난 17일 롯데시네마 엠비씨네 진주에서 열린 뮤지컬 영화 '경성유랑극단' 시사회에서 장기태 역 박도욱 배우가 극 중 곡을 선보이고 있다. 함께 출연한 마당이 역 최형서, 꽃분이 역 하효정 배우도 무대에 깜짝 등장해 안무로 함께하고 있다. 백지영기자
지난 17일 롯데시네마 엠비씨네 진주에서 열린 뮤지컬 영화 '경성유랑극단' 시사회에서 박상철 역 조상웅 배우가 극 중 곡을 열창하고 있다. 백지영기자
지난 17일 롯데시네마 엠비씨네 진주에서 열린 뮤지컬 영화 '경성유랑극단' 시사회에서 감독과 배우, 제작진 등이 관람객과 함께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백지영기자
지난 17일 롯데시네마 엠비씨네 진주에서 열린 뮤지컬 영화 '경성유랑극단' 시사회에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에서 장기태 역 박도욱 배우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백지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