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무대' 위로 오른 7명 청년 작가들…대전에서 펼쳐지는 세대의 감각

이성현 기자 2025. 10. 20.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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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미술축제' 선정 48개 전시 중 유일한 대전 대표작으로 주목
25년간 158명 배출…시립미술관 대표 청년작가 프로그램 '넥스트코드'
'사건의 무대'를 주제로 삶의 조각과 감정의 언어를 시각예술로 풀어내
사진·회화·조각·공예 아우르며 청년 예술의 실험성과 동시대성 조명
대전시립미술관이 청년작가 지원전 '2025 넥스트 코드-사건의 무대' 전시를 내달 23일까지 개최한다. 사진은 전시 포스터. 대전시립미술관 제공

대전시립미술관의 청년작가지원전 '넥스트코드'는 1999년 '전환의 봄'으로 시작된 이래 25년간 158명의 작가를 배출해온 대표적인 청년작가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이다.

올해 전시는 '사건의 무대'라는 부제 아래, '사건'과 '무대' 두 개의 코드로 제시된다. 각자의 삶에서 마주한 시간과 공간, 그리고 교차하는 사건 나열이 특징이다. 특히 전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관한 '2025 대한민국 미술축제-놓치지 말아야 할 전시 48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미술 전문지 편집장과 일간지 미술기자 7인의 추천으로 구성된 이번 목록에서, 대전 지역에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청년 예술의 실험성과 지역성, 그리고 세대를 잇는 미술의 미래를 함께 감상할 기회로, 그 현장을 소개한다.

송상헌 작가作. 대전시립미술관 제공
김민채 작가作. 대전시립미술관 제공


◇ 7인의 청년작가, 삶의 사건을 무대로 올리다

2025년 넥스트코드는 '사건의 무대'. 7명의 청년작가가 삶 속에서 교차하는 사건과 감정의 파편을 자신만의 조형언어로 풀어낸다.

전시는 회화, 사진, 조각, 공예 등 장르를 넘나들며, 개인의 내면과 사회적 관계가 교차하는 지점을 시각언어로 탐색한다.

올해 선정된 작가는 △김민채 △송상현 △이성은 △이지연 △임윤묵 △신용재 △인영혜. 지난해 12월 포트폴리오 공모와 전문가 심사를 통해 선정됐다.

각 작가에게는 전시와 함께 평론가 매칭, 창작지원금 등이 제공되며, 청년작가의 지속적인 활동 기반을 마련했다.

이성은 작가作. 대전시립미술관 제공

◇송상현·김민채·이성은, 현실의 경계에서 사건을 읽다

3전시실의 무대는 송상현, 김민채, 이성은의 작품으로 채워졌다.

사진과 영상을 주 매체로 삼는 송상현은 '역사의 공백에 주목하여 이미지를 통해 침묵을 환기한다'고 자신의 작업을 정의한다. 그는 프레임 너머, 혹은 그 바깥으로 사라진 존재와 흔적을 탐구하며, 리얼리즘의 기존 개념에서 벗어나 기억과 현실 사이의 긴장 관계를 시각화한다. 그의 무대에는 기념화된 사건이나 인물이 아닌, 가시성의 밖으로 밀려난 존재들이 자리한다.

대전 출신 김민채는 불확실한 이미지를 통해 감정의 착시와 시대의 감각을 탐구한다. 대표작 '히치콕에서 따온 장면과 방해 형상'은 실제 영화 장면을 차용하지 않지만, 히치콕적 긴장감과 시각적 혼란을 유도해 관람자의 인식을 교란시킨다.

그는 "회화는 감각적이고 정서적인 차원에서 다층적인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장치이자, 사유를 이끄는 질문"이라며 "조형 언어를 통해 오늘날 이미지에 대한 나의 시각과 태도를 반영했다"고 밝혔다.

이성은은 현대 도시의 구조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개인의 미시적 서사를 탐구한다. 그의 작업은 '국가가 설계한 경로 위에서 인간은 어떻게 탈선하고, 다시 자기 삶을 구성하는가?'라는 문장을 슬로건 삼아 전개된다.

작품 속 방황하는 인물들은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하지만, 대개 목적 없는 고리에 묶여 실패한다. 그러나 그는 "이 도시를 구성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공유할 때 연대가 형성되고, 비로소 감각적 관계가 맺어진다"고 말한다.

임윤묵 작가作. 대전시립미술관 제공

◇이지연·임윤묵, 삶의 결을 따라 감각을 직조하다

로비와 4전시실로 이어지는 공간에서는 이지연과 임윤묵의 작품이 전개된다.

이지연은 스스로를 '빗'이라 소개한다. 지난 5년간 지속해온 '바다빗질(Beachcombing)' 프로젝트의 '빗'이다. '바다빗질'은 해변에 떠밀려온 표류물이나 쓰레기를 수거하는 활동으로, 작가는 이를 예술 행위로 확장한다. 작품 속 '엘레아가'는 가족의 이름과 집(家), 노래(歌)를 합친 단어다. 매주 일요일, 작가는 가족과 함께 해변으로 나가 바다를 '빗질'하며 일상의 실천을 예술로 연결한다. 그는 "삶과 예술이 함께 가길 바라고, 가장 개인적이면서도 보편적인 이야기를 작업으로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임윤묵은 회화를 '양탄자 무늬'에 비유한다. 직조공이 한 올 한 올 실을 엮듯, 일상의 장면들을 포착해 자신만의 세계를 차곡차곡 짜올린다. 리넨 위에 짧은 붓으로 담백하게 그려낸 화면은 중앙이 아닌 가장자리, 웅장한 숲이 아닌 나뭇가지에 닿아 있다. 거대한 담론보다 앞으로 쌓아갈 의미와 가치를 소중히 여기며, 담담하게 붓질을 이어간다. 그는 "작은 의미들이 쌓여 세계를 이루듯, 그림 또한 그렇게 이어진다"고 말했다.

신용재 작가作. 대전시립미술관 제공
인영혜 작가作. 대전시립미술관 제공

◇신용재·인영혜, 하늘과 손끝, 감정의 무대를 완성하다

4전시실에서는 신용재와 인영혜의 작품이 감정과 감각의 무대를 완성한다.

신용재는 하늘을 주제로 한 회화 연작을 선보인다. 그의 하늘은 곧 자신이 살아온 삶의 궤적이다. 지평선 위로 펼쳐지는 자연의 불가해성과 변화무쌍함은 감정의 풍경이자 내면의 무대다. 수려한 붓질 외에도 주목할 점은, 그가 단순한 관찰자에 머무르지 않고 하늘이라는 '타자화된 대상'에 감정과 상념을 더했다는 것이다. 그는 " 나는 하늘을 언제나 '텅 빈 공간'으로 이해하며 그 안에서 모든 시·지각으로 즐길 수 있는 붓질에 대해 고민해 왔다"고 설명했다.

인영혜는 섬유와 충전재를 손뜨개로 엮은 설치작업을 선보인다. 공예는 인간과 자연이 오랜 시간에 걸쳐 맺어온 교감의 산물이자 흔적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인영혜는 자신의 작업이 감정을 탐구하는 하나의 통로이자, 전환과 변화의 매개가 되기를 바란다. 그의 작업은 촉각적 접촉을 통해 미묘한 감각적 이동을 불러일으킨다. 동시에 전통 공예의 가치를 수사적으로 인용하기보다는, 공예의 물성과 감각을 오늘날의 미술

언어와 연결하며 그 접점을 모색한다. 그는 "공예는 인간과 자연이 오랜 시간 맺어온 교감의 산물"이라며, 감정과 관계의 회복을 제안한다.

윤의향 대전시립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 현대미술의 미래와 창의적 역량을 확인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지역 청년작가들의 창작활동을 꾸준히 지원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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