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법관 증원’ 방향 맞고, 속도전보다 숙의 거치길

더불어민주당이 20일 14명인 대법관을 26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리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발표했다. 개혁안은 대법관 추천위원회 구성 다양화, 법관평가제도 도입, 하급심 판결문 공개 확대,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방안도 담고 있다. 이와 별개로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재판소원’ 도입 법안을 지도부 의견으로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재판소원은 법원 재판으로 헌법상 기본권이 침해되면 헌법재판소가 다시 심사하는 제도이다.
민주당이 발표한 5가지 사법개혁안의 큰 방향은 맞다고 본다. 대법관 1명이 연간 3000건 이상을 심리하는 상황에서 상고심 적체 문제를 해소하기는 어렵다. 주요한 법적 쟁점을 담고 있는 사건에 한해 선별적으로 대법원에 상고를 허용하는 상고허가제는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반론이 크고, ‘양승태 대법원’이 추진했던 별도의 상고법원 설치는 대법원에 특별상고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 4심제가 될 수 있다. 법원장들이 이날 국정감사에서 “증원안 자체에 공감대가 형성된 걸로 알고 있다”고 한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대법관 추천위 구성 다양화와 법관평가제는 사법부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하급심 판결문 공개 확대는 국민의 알권리를 높이기 위해, 압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은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남용을 막기 위해 필요하다.
문제는 디테일이다. 대법관 대폭 증원 시 대법관을 돕는 부장판사급 재판연구관 증원이 불가피하고, 사실심인 1·2심 인력 감소와 재판 적체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 또 민주당 안대로 할 경우 현재 대법관 임기를 고려하면 이재명 대통령 임기 중에 전체 26명 중 22명을 임명하게 되는데, 정권의 사법부 장악 시도라는 시비를 낳을 수 있다. 2010년 당시 여당이던 한나라당이 대법관 증원을 주장하자 민주당이 ‘사법부 장악 음모’라고 반대해 무산된 전례도 있다. 대법관 추천위 구성 다양화, 법관평가제도 헌법에 규정된 재판독립이 침해되지 않도록 정밀하게 설계해야 한다. 4심제나 다름없는 ‘재판소원’은 신속한 재판을 하자면서 이 제도를 도입하는 게 모순은 아닌지, 최종적 사법심사권을 갖게 될 헌재에 대한 견제는 어떻게 할지, 또 위헌 시비도 뒤따를 수밖에 없다.
이 모든 것이 사법시스템의 근간을 바꾸는 일이다. 개혁은 제도·입법으로 완성된다. 속도전이 능사가 아니라 사법시스템의 새 백년대계를 세운다는 자세로 충분한 숙의와 폭넓은 공론화를 해야 한다. 사법부도 국민적 불신을 자초해 개혁 대상으로 전락한 스스로의 모습을 무겁게 되돌아보고, 그 성찰을 바탕으로 사법개혁 논의에 생산적으로 동참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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