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불안 휩싸인 佛…부유층은 룩셈부르크·스위스로 ‘엑소더스’
마크롱 취임 이후 뜸하던 스위스 문의도 급증해
지난해 국회 조기 해산 이후 분열 최고조…증세 가능성이 불안 심리 자극
전문가들 “자금 이동, 세제 혜택 넘어 ‘탈(脫)프랑스’ 전조일 수도”
프랑스 내 정치 불안이 고조되면서 부유층이 대거 해외로 자산을 옮기거나 이주에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2024년을 기점으로 본격화한 프랑스의 자산 유출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 예측했다.

19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프랑스 내 고소득자 및 기업가들은 정치적 혼란이 이어지자 인근 룩셈부르크의 연금형 보험상품과 스위스 예산계좌 등 일명 ‘안전자산’으로 자금을 이전하고 있다. 프랑스는 지난해 6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국회 조기 해산으로 국회가 분열되면서 예산정책을 둘러싼 정당 간 대립이 격화됐고, 정부는 잦은 내각 교체 속에 불안정한 국정 운영을 이어가는 상태다.
프랑스에서 경제 정책을 둘러싼 혼란은 긴 시간 지속돼왔다. 2023년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 사임 이후 총 5명의 총리가 의회 내 예산·재정 정책 갈등으로 임기를 채우지 못했는데, 지난달에도 의회 신임 투표에서 과반수 불신임으로 프랑수아 바이루 총리가 물러났으며 뒤이어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총리도 임명 27일 만에 사직서를 제출, 재임명되는 혼란을 빚은 바 있다.
실제로 프랑스의 경제 상황은 녹록치 않다. 국내총생산(GDP)의 30%를 사회보장에 지출하는 프랑스의 국가부채는 GDP의 115.6% 수준이며 재정적자 또한 유럽연합(EU)의 재정 규칙 기준인 3%를 한참 웃도는 GDP의 5.8%를 넘어서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뒤늦게 긴축 예산안을 내놨으나, 긴축 반대 시위와 노조 파업이 전국적으로 벌어지면서 한때 ‘경제 대국’으로 손꼽혔던 프랑스는 맥을 못 추리는 양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프랑스 고소득층과 기업가들은 조세 강화 움직임을 감지, 자산을 해외로 옮기고 있다. FT에 따르면 특히 룩셈부르크에 기반한 생명보험이 프랑스 내 자산가들 사이에서 급속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는 8년 이상 보유 시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고액 저축 상품이다.
룩셈부르크 금융감독청에 따르면 프랑스인들이 룩셈부르크 생명보험에 투자한 금액 총액은 지난해 1년간 58% 급증, 138억유로(약 22조원)를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올 상반기에도 상품으로의 유입이 지속되면서 투자액이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평가다.
자산운용사 스칼라 파트리모안의 기욤 뤼키니 최고경영자(CEO)는 “관리 중인 자산의 대부분이 이제 프랑스 밖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특히 룩셈부르크 생명보험 상품으로의 유입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고 밝혔다. 세무전문가 올리비에 루멜리앙은 “지난해부터 자금 이동이 멈추지 않고 이어지고 있으며 자문사들이 따로 영업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해외 이주를 선택하는 프랑스 부호들도 증가하는 추세다. 스위스에서 세제 및 자산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필리프 케넬 변호사는 “1980~2010년 사이 각광 받던 스위스 이민이 최근 다시 이주 문의가 폭증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며 “세금보다도 정치·경제적 안정성에 대한 신뢰가 주요 이유”라고 덧붙였다. 스페인과 포르투갈 또한 이민 수요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전문가들은 룩셈부르크로의 자금 이동이 단순한 절세 목적을 넘어 ‘탈(脫)프랑스’를 본격화하는 단계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예컨대 룩셈부르크 생명보험 상품의 경우 최소 투자금액이 25만유로(약 4억원)로 높은 수준이면서 직접적인 세제 혜택은 없는데, 자금을 해외에 예치해두면 추후 이주를 결정지을 때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카라캐피털의 공동창립자 상드린 주네는 “당장은 프랑스를 떠날 생각이 없어도, 자금을 밖에 두면 언제든 움직일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17일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프랑스 국가신용등급을 ‘AA-’에서‘A+’로 한 단계 하향했다. 앞서 또 다른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 또한 지난달 재정 적자 문제를 이유로 프랑스의 국가신용등급을‘AA-’에서‘A+’로 한 단계 강등한 바 있다. 무디스 역시 조만간 프랑스 신용등급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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