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남자가 흘린 눈물의 무게…시점도 메시지도 모두 의문 [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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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대표 취임 52일 만에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묵은 숙제를 끝냈습니다.
장 대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적절한 시점에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예고했던 것처럼 적절한 시점이었는지, 면회의 내용과 이후의 메시지는 적절했는지, 약속 이행이 당 전체에 미친 영향은 적절했는지 따져볼 구석이 많습니다.
윤 전 대통령 면회에 비하면 한참 거창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당대의 정치인이 자신의 공약을 어기면서까지 고민해야 했던 더 큰 공익과 후대의 평가를 보여주는 사례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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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대표 취임 52일 만에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묵은 숙제를 끝냈습니다. 지난 17일 오전 서울구치소에서 이뤄진 윤석열 전 대통령 면회입니다. 장소를 바꾼 특별 면회가 아니라 칸막이가 있는 일반 면회였고 시간도 10분 정도였다고 합니다. 함께 간 김민수 최고위원은 자신과 장 대표 두 남자가 그 10분의 절반을 눈물로 보냈다고 적었습니다.
적절한 시점에 하겠다던 면회, 과연 적절했나?

장 대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적절한 시점에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습니다. 당 지도부 관계자도 17일 면회를 "선거 전부터 했던 약속의 이행"이라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예고했던 것처럼 적절한 시점이었는지, 면회의 내용과 이후의 메시지는 적절했는지, 약속 이행이 당 전체에 미친 영향은 적절했는지 따져볼 구석이 많습니다.
"대단히 무책임하고 부적절한 처사, 국정감사도 한창인 상황에서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
"당 대표가 당을 나락으로 빠뜨리는 데 대해 책임져야"
"공당의 대표가 내란 수괴를 비호하며 응원하다니, 국민에 대한 심각한 배반 행위"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일본 극우 세력의 망동과 다를 바 없다"
면회 후 장 대표가 내놓은 메시지가 더 악성이라는 지적도 많습니다. 장 대표는 다음날 페이스북에 다음과 같이 글을 남겼습니다.
(윤 전 대통령이) 힘든 상황에서도 성경 말씀과 기도로 단단히 무장하고 계셨습니다. 우리도 하나로 뭉쳐 싸웁시다. 좌파정권으로 무너지는 자유대한민국을 살리기 위해, 국민의 평안한 삶을 지키기 위해.
정치인의 말과 행동에는 당연히 의도가 있습니다. 장 대표는 현 상황과 다음에 취할 행보의 밑바탕에 여권과의 싸움을 전제했습니다. 또 그 싸움에 임하는 주체로 윤 전 대통령과 자신, 그리고 지지세력까지 결합하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면회를 약속 이행의 측면을 넘어 대여 투쟁의 고리로 쓰겠다는 의도로 읽힙니다. 하지만 그 메시지는 시작부터 꼬여 있습니다. 힘든 상황을 직접적으로 초래한 윤 전 대통령은 어떠한 사과나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고, 본인의 무고함을 주장하면서도 헌법과 법률이 정한 사법절차에는 좀처럼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장 대표 역시 이에 대한 입장 표명은 뒷전인 채 강성 지지층을 상대로 대여 투쟁을 강조했습니다. 대의 민주주의 체제에서 대여 투쟁의 최종 목표지점은 선거를 통한 권력 교체일 텐데, 그 첩경인 국민, 좁게는 승부를 갈라온 중도층 표심을 향한 메시지는 보이지 않습니다.
정치인의 약속 파기, 김영삼-노무현 대통령의 사례
정치인이 내놓았던 약속과 나중에 그 약속을 깨면서까지 더 큰 공익을 추구하려 했던 사례들은 어렵지 않게 찾아집니다.

- 김영삼 대통령 대국민 담화, 1994년 12월
김 전 대통령은 약속을 지키지 못한 이유를 '세계 경제질서 속 생존전략', 즉 국가 경제와 농민의 장기적 공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설명했습니다. 농민단체들은 즉각 반발했습니다. '쌀 개방 반대 전국 농민 총궐기대회'에는 10만 명 이상이 참가했습니다. 보수 정권 내부에서도 "공약 파기이자 정치적 자해행위"라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정부의 관세화 유예가 쌀 시장 전면 개방을 10년 이상 늦춘 완충 장치라는 재평가가 나왔습니다.

- 노무현 대통령, 2005년 9월 청와대 브리핑
당시 시민사회와 진보진영은 "공약 파기"를 비판했지만, 정부는 주둔비 부담 완화와 한미연합 방위체제 유지를 위한 현실적 조치였다고 설명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정치적 타격을 감수했고, 실제로 2006년 지방선거 참패의 원인 중 하나로 '공약 후퇴'가 지목됐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결정은 '동맹과 자주'의 균형을 모색한 정치적 결단으로 평가받았습니다.
윤 전 대통령 면회에 비하면 한참 거창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당대의 정치인이 자신의 공약을 어기면서까지 고민해야 했던 더 큰 공익과 후대의 평가를 보여주는 사례들입니다.
'윤 어게인 회귀'로는 민심 못 얻어..전대 공약부터 실천해야
당내에서는 장 대표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조급함을 보였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장 대표 당선 이후 한국갤럽의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네 번 연속 24%였습니다. (9월1주~4주 한국갤럽 자체조사,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당의 새 얼굴이 들어섰음에도 한 달 넘게 득점 포인트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끈적끈적한 지지율 고착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엇부터 해야 할까요? 현실적 해답은 장 대표가 전당대회 당시 스스로 내걸었던 공약에 나와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손석민 기자 hermes@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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