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풀만 앰배서더 호텔의 배려 없는 배려석…사회적 약자 공간 '발렛 점령'

김나연 기자 2025. 10. 20.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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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 한복판의 5성급 호텔이 임산부·영유아 동반자 등 교통약자를 위한 '가족배려석'을 발렛파킹 전용 구역으로 운영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 공간은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에 따라 임산부와 영유아 동반자 등 이동이 불편한 이용자를 위해 설치해야 하는 교통약자 배려구역이다.

풀만 앰배서더 서울 이스트폴 관계자는 "NC 통합관리센터에서 호텔 발렛 구역으로 배정해 사용해온 자리"라며 "가족배려석 구역이 발렛용으로 지정된 이유를 통합관리센터에 문의해 시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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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진구 '풀만 앰배서더 서울 이스트폴' 호텔
가족배려석에 '발렛 파킹' 표시 입간판 설치 논란
광진구청 "호텔 측이 별도로 계약을 맺어 사용하는 공간"
서울 광진구 '풀만 앰배서더 서울 이스트폴' 호텔의 '가족배려석' 주차 구역이 '발렛파킹' 구역 입간판으로 막혀 있는 모습. ⓒ김나연 기자

[스포츠한국 김나연 기자] 서울 도심 한복판의 5성급 호텔이 임산부·영유아 동반자 등 교통약자를 위한 '가족배려석'을 발렛파킹 전용 구역으로 운영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배려석'이라는 이름 아래 사회적 약자를 위한 공간이 특권층 편의시설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0일 스포츠한국 취재에 따르면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풀만 앰배서더 서울 이스트폴' 호텔 지하주차장에는 '가족배려석'으로 지정된 주차 구역이 줄곧 '발렛파킹' 구역 입간판으로 막혀 있었다.

해당 공간은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에 따라 임산부와 영유아 동반자 등 이동이 불편한 이용자를 위해 설치해야 하는 교통약자 배려구역이다. 이 법령에는 배려구역의 표지를 훼손하거나, 상업적 목적으로 전용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조항이 명시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텔은 이 구역을 자체 발렛 전용 주차구역으로 사실상 점유해왔다. 교통약자를 위한 배려공간이 '5성급 고객 편의'라는 이름으로 사유화된 셈이다.

호텔과 NC 이스트폴 쇼핑몰, 광진구청이 모두 같은 주차장을 이용하지만, 문제의 구역은 NC 이스트폴과 호텔이 계약을 맺어 사용하는 사설 주차장이다.

이에 대해 광진구청 관계자는 "해당 구역은 사설 주차장으로 구청 관할 대상이 아니다"라며 "호텔이 이스트폴 주차장과 별도로 계약해 사용하고 있어 구청이 개입하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결국 법의 사각지대 속에서 '배려석'이 사실상 무법지대로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서울 광진구 '풀만 앰배서더 서울 이스트폴' 호텔의 '가족배려석' 주차 구역이 '발렛파킹' 구역 입간판으로 막혀 있는 모습. ⓒ김나연 기자

'가족배려주차장' 제도는 서울시가 2014년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를 목표로 가족배려주차장 시범사업을 시작했던 것이 시작이다. 2023년 7월에는 14년간 운영돼온 여성우선주차장을 전면 개편하며 제도를 대폭 확대했다. 이로써 서울시 내 5만6285면의 여성우선주차장이 모두 가족배려주차구역으로 전환됐고, 이용 대상도 임산부에서 영유아 동반자·다자녀 가정 등으로 넓어졌다.

그러나 제도의 실효성은 사실상 유명무실한 실정이다. 영유아를 동반한 보호자나 임산부 등 교통약자를 위한 공간이라는 취지가 무색하게, 일부 현장에서는 해당 구역이 일반 차량이나 상업시설의 전용 공간으로 변질되고 있다. 법적 제재 근거가 없고 관리 주체 또한 명확하지 않아 제도의 본래 목적이 훼손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특별시 주차장 설치 및 관리 조례 제25조의2는 주차 대수 30대 이상인 노상·노외·부설 주차장에 총 주차대수의 10% 이상을 가족배려구역으로 지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비대상 차량이 무단 주차하더라도 과태료나 행정 제재는 부과되지 않는다. 결국 의무 설치 규정만 있고, 실질적 처벌이 없어 '권장형 제도'에 불과하며 시민의식에만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서울 광진구 '풀만 앰배서더 서울 이스트폴' 호텔의 '가족배려석' 주차 구역이 '발렛파킹' 구역 입간판으로 막혀 있는 모습. ⓒ김나연 기자

풀만 앰배서더 서울 이스트폴 관계자는 "NC 통합관리센터에서 호텔 발렛 구역으로 배정해 사용해온 자리"라며 "가족배려석 구역이 발렛용으로 지정된 이유를 통합관리센터에 문의해 시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문제점을 인지한 만큼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례는 가족배려주차장 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관리·감독되지 않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유통·서비스업계 관계자는 "가족배려주차장의 본질은 특정 집단의 특혜가 아니라 사회적 약자를 함께 배려하자는 사회적 약속"이라며 "법적 제재가 없더라도 행정기관과 사업장 모두가 이 약속을 지킬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가 제도를 확대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단속 근거와 신고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시민 의식에만 의존하는 제도로는 배려 문화도, 교통 안전도 지키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스포츠한국 김나연 기자 yeonpil@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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