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1980년대 돌아간 줄”···폭염에 월 325시간 일한 서울 영동대로 건설노동자들
“30시간 연속 근무” 증언, 391시간 노동 이력도
‘포괄근로계약’ 체결, 주휴수당 등 각종 수당 미지급
서울시 무리한 공사일정 도마···“현장 전수조사해야”

서울시가 발주한 영동대로 건설현장의 일부 노동자들이 한여름에 월 300시간 이상 장시간 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무리한 공사 일정을 맞추기 위해 산업 안전을 뒷전으로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윤종오 진보당 의원실이 서울시로부터 받은 노무비 내역서를 보면,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4공구 건설현장(롯데건설)의 한 형틀목수팀은 7월 평균 25일, 하루 13시간, 월 325시간 일했다. 이는 일반적인 건설현장에서 한달간 꾸준히 노동자가 일한다고 가정할 때 보통 200시간을 일하는 것에 비해 125시간을 더 일한 수준이다.
현장에서 일한 50대 노동자 A씨는 “처음엔 일자리를 구해서 좋아했던 사람들도 얼마 지나지 않아 비정상적인 장시간 노동에 다들 너무 힘들어 했다”며 “현장은 타설 일정에 따른 공기를 맞추기 위한 데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1980년대로 돌아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영동대로 지하 공간에 광역복합환승센터를 건설하고, 상부에 녹지광장을 조성하기 위한 공사를 진행 중이다. A씨의 팀은 지난 3월부터 한달 평균 50공수를 일했다고 했다. 공수는 건설업에서 노동자의 근무 시간을 숫자로 환산한 것으로, 일반적으로 1일 8시간 근무(연장근무는 5시간)를 ‘1공수’라고 표현한다.
A씨 팀의 한 건설노동자는 노무비 기준 7월 한달 동안 384시간 일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 7월31일엔 이 팀의 전원이 아침 7시부터 다음날 8월1일 오후 2시까지 무려 30시간 연속으로 근무했다고 증언했다. 다른 형틀목수팀에는 7월 한달 간 30일, 60.2 공수, 391시간을 일한 노동자도 있었다.
최대한 짧은 시간에 성과를 만들어 내려는 서울시와 그에 맞춰 최소 비용으로 일정을 맞추려는 시공사와 현장이 맞물리면서 노동자들의 고강도 업무로 이어진 것이다.

무리한 공사 일정은 산재 위험성을 높였다. 올해 영동대로 지하화 공사 현장에선 총 12건의 재해가 발생했다. 지난 2월 1공구(디앨이앤씨)에서 일한 노동자는 작업대 레버를 조작하다 발판과 고소작업대 난간사이에 끼여 산재를 인정받았다. 지난 7월 2공구(현대건설)에서 일한 노동자는 철근 인력운반 작업 중 바닥 철근에 걸려 넘어져 왼쪽 손목이 꺾였다.
2022년부터 2025년 9월까지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에서 발주한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산재는 170건에 달한다. 이 중 사망 사고도 7건 포함됐다.
적정임금과 주휴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정황도 드러났다. 서울시 발주 현장은 ‘공사계약 특수조건’에 따라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주휴수당과 적정임금을 보장해야 한다. 서울시는 영동대로 건을 비롯해 서울시 발주 현장 39개 중 38개에서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주휴수당을 보장한다고 했다. 그러나 4공구 형틀목수팀의 실제 근로계약서엔 건설업 적정임금보다 낮은 금액이 기재됐다. 계약서는 임금 산정에 모든 수당 등이 다 포함된 포괄근로계약서 형태로 작성됐다. 노무비 명세서에도 주휴수당이나 연차수당 등은 표시돼 있지 않았고, 현장 노동자들 또한 각종 수당이 따로 지급된 적이 없다고 전했다. 마곡 지식산업센터 등 서울시의 다른 발주 현장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윤 의원은 “서울시는 적정임금 지급, 표준근로계약서 의무화 등 좋은 정책을 내놨지만, 관리·감독을 하지 않아 빛 좋은 개살구가 됐다”며 “서울시는 발주 건설 현장의 표준근로계약서 작성 여부, 주휴수당 지급 여부, 적정임금 지급 여부를 전수 조사하고 개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사업 내 광역철도(GTX-A) 공정 준수를 위한 돌관공사 중 작업량 대비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하도급 노동자가 주 52시간을 초과해 근무한 걸로 확인됐다”며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시간 미준수에 대해 시공사에 시정 요구를 하고, 전 현장에 대한 근로 실태 점검관리를 통해 주 52시간이 준수되도록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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