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은 정말 '충격적으로' 한국을 떠나고 있을까

김원장 경제 칼럼니스트 2025. 10. 20.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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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장의 미디어 RE바운드]

[미디어오늘 김원장 경제 칼럼니스트]

▲ 공항. 사진=gettyimagesbank

'부자들의 한국 탈출 충격보고서' 라는 기사가 이어집니다. 한국은 상속세 등 세율이 높고, 기업에 호의적이지 않아서 부자들이 한국을 떠난다는 내용입니다. 궁금해요. 어디로 어떻게 탈출하는지.

일단 어느 나라로 가야 세금을 덜 낼까요? 기사에 나온 사우디아라비아는 상속, 증여세는 물론 소득세가 없습니다. 외국인 근로자도 소득세를 떼지 않습니다. 그래서 한국 부자가 사우디로 탈출을 하고 있을까요. 술과 돼지고기도 없이, 주말에 몰래 집에서 예배를 보는 삶을 선택하는 한국인이 정말 늘고 있을까요.

미국이나 이탈리아로 이민을 갈 수는 있을 거예요. 하지만 세금 때문에 떠난다면 그것은 어리석은 것입니다. 이들 나라는 소득세 최고 구간이 43~50%입니다. 법인세도 우리보다 높습니다. 남유럽 국가들은 각종 사회적 지출에 대한 기업의 부담이 매우 높습니다. 우리는 급여의 9%를 국민연금 보험료로 납부합니다. 그중 절반인 4.5%를 기업이 부담하죠. 이탈리아는 23.81%를 기업이 부담합니다. 세금을 피해 미국으로 이민을 간다면 절대 주택을 소유하지는 못할 겁니다. 우리보다 보유세가 최소 5배 이상 높습니다. 한국에서 연간 1천만 원 정도의 보유세가 아까운 부자가 미국에선 5천만 원에서 1억 원 가까운 보유세를 감당해야 합니다.

▲ 제라르 드파르디유 (Grard Depardieu)

예전에 프라스 배우 '제라르 드파르디유'가 프랑스 세율이 너무 높다며 러시아로 이민을 떠났습니다. 세금 아끼겠다고 명예는 버리고 떠났습니다. 그래서 한국 부자는 이제 러시아로 가면 될까요? 러시아 사람들은 전쟁 이후 우리 현대차 공장을 헐값에 차지하고, 같은 모델에 자신들의 브랜드를 붙여 팔고 있더군요. 그런 나라에 사는 게 쉬울까요. 영국 부자가 스위스에 사는 것만큼, 한국 부자가 유럽 어느 나라에 정착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겁니다. 언어나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차별을 떠나, 일단 우리보다 세금 부담이 낮은 유럽 국가는 거의 없습니다.

그런 나라에 법인만 만들어놓고, 사실상 한국에서 살면 어떨까요? 우리 국세청은 해외에 1년의 절반 이상(183일) 거주하지 않으면 국내 거주자로 간주합니다. 국내 거주자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벌어들인 모든 소득이 과제 대상입니다. 내가 말레이시아에서 번 소득을 우리 국세청이 어떻게 알까요? 전세계 100여개 국가는 MCAA(Multilateral Competent Authority Agreement)협정을 통해 매년 외국인이 자국에서 번 소득과 금융 자산을 연 1회 그 나라 정부에 통보합니다.

최근 은행의 고액 예금자들이 '싱가포르 이민'에 대해 자주 문의합니다. 하지만 영주권 발급이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개인 금융기업을 만들어 수십여 단계의 조건을 충족한 뒤 영주권을 취득해 세율을 낮추는 방법이 있습니다. 당연히 최소 몇 명의 고용 의무 등 수많은 규제가 따라옵니다. 그렇다면 싱가포르에 투자 목적으로 부동산을 사두면 어떨까요?

외국인이 300만 달러(45억 원)의 주택을 구입할 경우 취득세만 19만 달러(2억 7천만 원) 정도를 내야 합니다. 연간 주택 보유세는 그 주택을 임대해 줄 경우 얼마를 받을 수 있는가(Annual Value)를 통해 부과되는데, 그 예상되는 임대수익의 최대 36%를 세금으로 가져갑니다. 따라서 해마다 최소 4만 달러(6천만 원) 정도를 내야 합니다.

무엇보다 한국의 자산을 해외로 이전하기 위해서는 한국 법인에 있는 자산을 현금화해야 합니다. 대표이사인 본인에게 전액 배당을 할 경우, 거의 절반 가까이(배당소득세 45%등) 세금을 내야 합니다. 남은 절반을 갖고 싱가포르에 가서 금융기업을 만들거나 부동산에 투자하는 부자가 얼마나 있을까요(반면 그 돈을 한국 증시에 투자하면 한 종목당 50억 원 이하로 보유할 경우, 시세차익으로 수십 억 원을 벌어도 주식양도세를 한푼도 안냅니다).

▲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부동산 관련 세제를 제외하면 한국의 세제는 거의 선진국 수준까지 높아졌습니다. 상속세나 증여세는 선진국보다도 더 높습니다. 가난했던 나라가 수십여 년 만에 부자나라가 되면서 자본도 많이 성장했습니다. 이제 자본수익이 노동수익만큼 돈을 벌면서 여러 금융투자 수익에 대한 논란도 거세졌습니다. 정답은 모릅니다. 논쟁하고 합의하면서 어떤 세율은 낮추고 어떤 세율은 높여야 합니다.

그런데 한국 부자가 이를 피해 '충격적으로' 해외로 떠난다는 주장은 실체가 없습니다. 합법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A라는 한국 부자가 한국의 자산을 들고 B라는 나라에 이렇게 정착했다'는 기사는 쓰기가 어렵습니다. 실체가 없는 기사만 이어집니다. '누가 그러는데 한국 부자가 해외로 떠난다더라' 라는 기사는 그렇게 만들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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