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욱의 기후 1.5] 에너지전환의 지배적 디자인, 재생에너지 (상)
2024년 기준, 전 세계 전력 생산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32%에 달했습니다. VRE(Variable Renewable Energy, 변동성 재생에너지)로 불리는 태양광과 풍력의 비중만도 이젠 15%에 달하죠. VRE를 중심으로 세계 각지에서 발전설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글로벌 에너지전환의 판도는 전기화와 그 전기의 재생에너지화로 굳어졌습니다.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는 각종 정치적 이슈나 선거 등과 관계없이, 집권 정당의 성향과 관계없이, 거스를 수 없는 '지배적 디자인'이 된 겁니다.
IEA(International Energy Agency,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선진국들로 한정할 경우 재생에너지의 발전비중은 35%, VRE의 발전비중은 18%에 이릅니다. 당장 지난 6월 기준, OECD 회원국들의 전력 생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VRE였습니다. 태양광과 풍력만으로 20만 8,429.2TWh(태양광 11만 8,737.5TWh, 풍력 8만 9,691.7TWh)의 전력을 생산해내며 22.6%의 비중을 기록했죠. 전체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은 무려 38.9%를 기록했습니다. VRE가 지배적 디자인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서만이 아닙니다. 앞선 연재들을 통해 설명해 드린 것처럼, 다른 발전원보다도 저렴해졌을뿐더러, 햇빛과 바람이라는 자국 내 자원을 이용하는 만큼, 발전설비를 수입에 의존한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에너지 안보를 확립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태양광과 함께 VRE를 구성하는 또 다른 축인 풍력 또한 점차 신규 설치량이 크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육상풍력은 2013~2018년 280GW가 추가된 데 이어 2019~2024년엔 505GW가 새로 설치되며 신규 설치량은 1.8배가 됐습니다. 앞으로 2025~2030년 사이엔 732GW가 더 추가될 것으로 예상됐고요.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은 해상풍력의 경우에도 점차 확산세가 커질 전망입니다. 2013~2018년, 17GW의 발전설비가 신규 설치된 데 이어 2019~2024년엔 60GW가 추가되며 신규 설치량은 3.5배가 됐습니다. 2025~2030년엔 신규 설치량이 2.3배로 늘어나 140GW의 풍력터빈이 추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점차 재생에너지 발전원 간에 있어서도 '세대교체'가 일어나게 됐습니다. 2010년 기준, 전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량에 있어 4분의 3 이상은 수력발전의 몫이었습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발전량의 증가 속도가 더딘 수력발전 대비 전례 없는 수준으로 VRE가 확산하면서 VRE는 발전량 측면에서 오랜 전통의 수력발전을 빠르게 따라잡기 시작했습니다. 2024년 기준, 태양광은 2,056.7TWh, 풍력은 2,521.9TWh(육상풍력2,251.4TWh, 해상풍력 270.5TWh)의 발전량을 기록하며 4,446.2TWh의 수력 발전량을 넘어섰습니다. 이후에도 VRE 발전량은 계속해서 급증함에 따라 2028년엔 태양광 단일 발전원의 발전량이 4,578TWh에 달하면서 수력 발전량(4,640.7TWh)과 격차를 크게 좁히고, 이듬해인 2029년엔 5,213.7TWh로 수력 발전량(4,703TWh)을 크게 앞지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① VRE가 전력 시스템 차원에서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음: VRE 발전단지가 막 설치되기 시작한 단계로, VRE가 전력계통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은 단계. 때문에 전력계통 운영 과정에서 VRE로 인한 변수 또한 거의 없음. VRE 발전단지의 전력망이 연결되는 지점에 한하여 국지적으로 제한적인 영향만 있음.
② VRE가 전력 시스템에 경미한 영향을 미치기 시작함: VRE 발전단지가 점차 늘어나면서 총 부하와 순 부하 간 격차가 점차 나타남. 이에 발전기는 더 빠르고 빈번한 출력 조절을 해야 하는 등 점차 전력계통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함. 발전량 예측 결과를 운전계획에 통합하거나 기존 시스템 자원의 이용률을 조절하는 등 운영 관행의 개선으로 대응이 가능한 수준임.
③ VRE가 전력 시스템의 운전 패턴을 결정함: VRE의 비중이 늘어나 순 부하의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크게 늘어나며, VRE가 전체 발전설비의 운영 패턴을 결정하기에 이름. 전력의 공급과 수요의 격차가 더 크게 요동치면서 기존의 설비로는, 기존의 운전 방식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워짐. 이에 체계적인 유연성 확보가 필요해지는 단계.
④ VRE가 특정 시간대 전력 수요 대부분을 차지함: VRE가 주력 발전원으로 자리잡으면서 VRE 발전량은 특정 시간대 전체 전력 수요의 대부분을 감당할 만큼 충분해짐. 이제 VRE는 전력계통의 안정성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 공급 또는 수요에서의 돌발적인 변화가 발생했을 때, 전력계통 운영에 있어 안정성을 유지하고, 교란된 상황을 복원하는 것이 핵심 과제임. 이를 위해 고도화한 전력계통의 운영기술을 도입하고, 규제나 시장 운영 체계의 변화 등의 정책적 접근이 필요해짐.
⑤ VRE 공급량이 연중 상당 기간 수요를 초과함: VRE 비중이 확대됨에 따라 별도의 조치가 없으면 VRE 발전량이 수요를 초과하는 시간이 더욱 많아짐. 때로는 하루 이상 VRE 발전량이 수요를 초과하는 젼력 잉여 상황이 지속됨. 이런 상황에서 탈탄소 이행뿐 아니라 경제적이고도 안정적인 방식으로 VRE의 높은 비중을 실현하려면 다양한 보완 조치가 필요함. DR(Demand Response, 수요 반응)의 대대적인 도입, ESS(Energy Storage System, 에너지저장시스템) 및 송배전망의 확충, 기존 화력발전 등 전통적 전원 비중이 낮아진 상황에서도 계통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고도화한 기술적 해법 등이 필수적임.
⑥ VRE가 전력 공급의 대부분을 차지함: 연간 전력수요의 대부분을 VRE로 충당하는 수준. 전력계통이 기존 관성 발전원이 아니라 VRE나 BESS(Battery Energy Storage System, 배터리에너지저장시스템) 등 컨버터를 통해 연결된 자원에 의존함. 이런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전력계통을 운영해야 하며, 풍속이 낮거나 일사량이 적은 기간이 장기간 지속되더라도 전력수요를 안정적으로 충족해야 하는 것 등이 주요 과제임. 이 단계에서의 유연성 확보를 위해선 장주기 ESS 기술을 활용하거나 다른 지역 또는 국가와의 광범위한 전력 거래 등이 필요함.
우리나라의 경우, 위의 VRE 6단계 가운데 1단계로 분류됐습니다. 낮은 VRE 비중 탓입니다. 계통의 안정성 확보를 위한 대비야 당연히 필요하지만, '전력계통이 위험해진다'는 이유만으로 재생에너지의 확대를 주저하는 것은 '때 이른 걱정'인 셈이죠. 주요 동맹국인 미국은 2단계(2024년 기준 재생에너지 발전비중 23%, VRE 발전비중 16%)로, 이웃 나라 일본은 3단계(2024년 기준 재생에너지 발전비중 23%, VRE 발전비중 11%)로 분류됐습니다. VRE의 비중 자체는 미국이 더 높지만, 그 구성에 있어 미국은 육상풍력 발전량이 태양광보다 많아 상대적으로 발전량의 변동성이 적고, 일본은 전체 재생에너지 발전량에서 태양광이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넘어선 만큼 추가적인 대응이 더 필요하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브렉시트로 EU에서는 벗어났지만, 가장 먼저 탈석탄의 완성을 달성하며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이 52%, VRE만으로도 전체 전력 생산의 34%를 감당하고 있는 영국은 4단계로, '온실가스 배출의 원흉'으로 지목되고 있음에도 대대적인 에너지전환 노력으로 2024년 기준 재생에너지 발전비중 34%, VRE 발전비중 18%를 기록 중인 중국은 2단계로 분류됐습니다.
그럼, 이들 국가에 대해 IEA는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내다봤을까요. 그리고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이게 될까요. 이에 대해선 다음 주 연재를 통해 보다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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