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류' 로운·박서함·신예은, '왈패' 세계의 중심에서 '인간다움'을 외치다[스한:초점]

[스포츠한국 이유민 기자] 디즈니+가 야심 차게 선보인 첫 오리지널 사극 시리즈 '탁류'(연출 추창민, 극본 천성일)가 폭풍 같은 전개와 독특한 세계관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지난 17일 최종회를 공개한 '탁류'가 배우들의 열연으로 뜨거운 호평을 얻고 있다. 특히 로운, 신예은, 박서함 등 주연 배우들의 섬세한 감정 연기와 몰입감 있는 호흡이 시청자들의 찬사를 받았다. 탄한 연기 시너지가 만들어낸 생생한 리얼리티가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 조선 경강의 피바람, 새로운 사극의 시작
'탁류'는 혼탁한 세상을 뒤집고 사람답게 살기 위해 각기 다른 꿈을 꾼 이들의 운명 개척 액션 드라마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2012)의 추창민 감독과 KBS2 드라마 '추노'(2010)의 천성일 작가가 14년 만에 손잡았다. 두 사람의 만남만으로도 공개 전부터 '웰메이드 사극'의 등장을 예고했다.
이야기의 배경은 조선의 모든 돈과 물자가 모여드는 경강(한강)에서 권력과 부가 얽힌 공간에서 인간답게 살고자 발버둥 치는 하층민들의 이야기로, 기존 사극이 다뤄온 양반 중심 세계에서 과감히 시선을 돌렸다. 추 감독은 제작발표회에서 "'탁류'는 하층민 '왈패'들의 시선으로 조선을 다시 그려보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실제 촬영은 대부분 오픈세트에서 진행돼 현실감이 극대화됐으며, 강물과 진흙, 불빛이 어우러진 미장센은 작품의 강렬한 톤을 완성했다.
'탁류'라는 제목처럼, 인물들은 맑지 않은 세상 속에서 끊임없이 휘말린다. 특히 주인공 장시율(로운)이 '마포나루의 왈패'로 들어가면서 펼쳐지는 생존, 의리, 복수의 서사는 극의 중심축을 이룬다.

◈ 로운·신예은·박서함, 새로운 세대의 케미스트리
'탁류'는 로운·신예은·박서함이라는 신세대 3인방이 중심을 잡는다. 로운은 집도 이름도 없는 청년 장시율로 분해, 지금까지의 '꽃미남' 이미지를 완전히 지웠다. 감독의 조언대로 '멋있음을 내려놓은' 로운은 거친 삶을 살아가는 왈패의 거칠고도 순수한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특히 맨몸 액션 장면에서는 "몸으로 말하는 배우"라는 평가를 얻으며, 분노와 슬픔을 동시에 담아내는 눈빛 연기로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신예은은 조선 최 씨 상단의 막내딸 최은 역을 맡았다. 총명하고 단단한 성격의 상인으로, 남성 중심 사회에서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 인물이다. 밝은 에너지와 또렷한 눈빛으로 캐릭터에 생동감을 불어넣었고, 극 중 시율과의 관계에서는 미묘한 감정선을 그리며 인간적인 온기를 더했다. 특히 위기의 순간 아버지의 뜻을 잇겠다는 결심을 다지는 장면에서는 신예은의 내면 연기가 빛났다.
첫 사극 도전에 나선 박서함은 좌포청 종사관 정천 역으로 새로운 면모를 보여줬다. 강직하고 원칙적인 인물이지만,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자 부패와 맞서는 정의로운 청년이다. 그는 로운과 신예은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며 드라마의 도덕적 축을 담당한다. 박서함 특유의 깊은 눈빛과 절제된 발성은 사극의 묵직한 톤과 잘 어우러져, 시청자들에게 '진중한 존재감'이라는 호평을 끌어냈다.
세 배우의 호흡 또한 자연스럽다. 격동의 시대 속에서 서로 다른 신념과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세 인물이, 때로는 협력하고 때로는 갈등하며 만들어내는 긴장감은 '탁류'의 중심 서사를 더욱 단단히 묶는다. 특히 로운과 신예은의 투닥거림, 박서함의 절제된 리더십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감정선은 작품의 온도차를 절묘하게 조율한다.

◈ 폭발적인 반응, '디즈니+ 사극의 새 장' 열다
'탁류'는 공개 직후부터 디즈니+ 주간 인기 1위(플릭스패트롤 기준)를 차지하며 국내 OTT 시장의 판도를 흔들었다. 10월 첫째 주에는 TV·OTT 화제성 차트(펀덱스 기준) 3위를 기록했고, 주연 배우 박지환은 출연자 화제성 부문 8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류 콘텐츠가 판타지·로맨스 중심으로 소비되는 흐름 속에서, 사극 액션 장르로 이 같은 반응을 얻은 것은 이례적이다.
시청자 반응 또한 뜨겁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영상미가 영화급이다", "조선 하층민의 시선을 이렇게 정공법으로 다룬 건 처음"이라는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6~7회에서 펼쳐진 마포나루 피습 장면은 "한국 사극 액션의 새 기준"이라는 평을 받았다. CG와 세트의 조화, 리얼한 액션 안무, 배우들의 감정선이 완벽히 맞물리며 몰입도를 극대화한 덕분이다.
주연 배우 로운의 존재감도 작품 흥행의 큰 축이다. 그의 전작들이 주로 로맨스나 청춘물이었다면, '탁류'는 그가 배우로서 '확장된 스펙트럼'을 보여준 전환점이다. 촬영 전부터 체력 훈련과 무술 지도를 병행하며 캐릭터의 현실감을 높였고, '피와 땀으로 완성한 액션'이라는 찬사가 뒤따랐다. 이 같은 진정성이 시청자들에게 전해지며, "로운의 인생 연기"라는 평이 나오고 있다.
'탁류'는 또한 디즈니+의 플랫폼 경쟁력 강화에도 크게 이바지했다. '로맨스 중심 OTT'라는 기존 인식에서 벗어나, 동양적 서사와 강렬한 액션을 결합한 본격 사극으로 글로벌 시청자들에게 신선함을 안겼다. 부산국제영화제 '온 스크린' 섹션 공식 초청으로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점도 의미 있다.

◈ 왈패들의 세계, '탁류'가 만들어낸 새로운 사극의 문법
'탁류'의 가장 큰 매력은 '왈패'라는 생경한 세계를 중심으로 한 서사의 신선함이다. 기존 사극이 왕과 신하, 궁중 정치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 작품은 물자와 노동이 교차하는 경강의 바닥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왈패는 한강을 오가며 생계를 이어가는 하층민이자, 체제 밖에서 자신만의 질서를 세운 사람들이다. 이들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지만, 나름의 의리와 정의를 지닌 존재로 그려진다. 이는 현대 사회의 소외된 이들을 은유하는 장치로도 읽힌다.
그 중심에는 배우 박지환의 존재감이 있다. 그가 연기한 박무덕은 마포나루의 실질적 리더이자, 시율을 가족처럼 품은 인물이다. 거칠지만 따뜻한 그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다. 특히 왈패들이 모인 자리에서의 재치 있는 대사, 위기 상황에서 보여주는 단호한 결단력은 그만의 생활형 카리스마를 완성했다.
반면, 최귀화가 맡은 이돌개는 왈패들을 착취하는 냉혹한 현실의 화신이다. 그의 존재는 세상의 불의와 잔혹함을 상징하며, 정의를 추구하는 인물들의 대척점에 선다. 최귀화는 이 캐릭터를 통해 연기의 온도차를 자유자재로 조절하며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여기에 김동원(왕해 역), 유성주(최정엽 역), 안승균(말복 역) 등이 더해져, 각자의 사연과 동기를 지닌 인물들이 한데 얽히는 입체적 서사를 완성한다.
'탁류'가 사랑받는 이유는 이처럼 대척된 가치의 공존에 있다. 돈과 권력의 중심에서 인간성을 잃은 자들과, 끝까지 사람답게 살고자 몸부림치는 왈패들의 대립은 시대를 초월한 인간의 본질을 묻는다. 물의 흐름처럼 탁하고 혼란스러운 세상 속에서도 희망과 정의를 찾아가는 여정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도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스포츠한국 이유민 기자 lum525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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