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류' 로운 "잘생김은 영원하지 않아요…꽃미모 잠시 내려놨죠" [인터뷰]
"장시율은 이름도 집도 없는 외로운 늑대 같았죠"

[스포츠한국 이유민 기자] 배우 로운이 '탁류'에서 완벽한 미모 대신 거친 숨으로 승부했다. 무너진 세상 속에서 끝까지 버티는 사내처럼, 인터뷰 속 로운 역시 힘이 넘쳤다. 입대를 앞두고서도 두려움보다 설렘이 컸고, 자신을 단단히 다듬은 배우의 자신감이 느껴졌다.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로운은 활력이 넘쳤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탁류'(연출 추창민, 극본 천성일)는 조선 후기, 권력과 탐욕이 뒤엉킨 경강을 배경으로 한다.
낮에는 나루터의 일꾼이자 밤에는 왈패로 살아가는 청년 장시율(로운)이 부패한 세상 속에서 생존을 모색하는 이야기다. 각자의 상처를 지닌 인물들이 얽히며, 절대적인 선도 악도 존재하지 않는 혼탁한 세상 속에서 인간의 본성과 정의를 묻는다.
장시율은 혼탁한 세상 속에서도 끝내 인간으로 남고자 버티는 청년이다. 굶주림과 폭력의 현실을 견디면서도, 이름 없는 자들의 세상을 바꾸려는 마지막 희망을 품고 살아간다.
광고와 패션 활동으로만 근황을 전하던 로운이 사극 '탁류'로 돌아왔다. 긴 공백 끝에 다시 연기 현장으로 복귀한 그는 '이 순간을 많이 기다렸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오랜만이라 긴장도 많이 됐어요. 2년 전 KBS 사극 이후로 처음이었거든요. 그동안 광고나 패션쇼만 하다가 오랜만에 작품으로 인사드리니까 감회가 새로웠어요. 유튜브에 '탁류' 관련 쇼츠가 많이 뜨는 걸 보고, 스태프분들이 고생하신 만큼 저도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로운은 이번 작품에서 자신의 얼굴을 지웠다. 그동안 '단정한 미모의 배우'라는 수식어로 불려 왔지만, '탁류' 속 그는 완전히 달랐다. 땀과 흙먼지가 뒤섞인 얼굴, 거칠게 엉킨 머리, 다듬지 않은 수염까지. 카메라 앞의 로운은 더 이상 '멋있는 배우'가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아가는 한 인간 '장시율' 그 자체였다.
"잘생김은 영원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그걸로만 인정받고 싶지 않았고,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감독님이 '너의 가장 큰 무기인 미모를 빼앗겠다'고 하셨는데, 그 말이 오히려 좋았어요. 그때부터 '진짜 조선시대에 있는 사람처럼' 보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는 얼굴뿐 아니라 몸 전체로 변했다. 몸 전체가 '장시율'로 재구성됐다. 촬영 전부터 그는 체형과 근육, 움직임까지 인물에 맞게 조율했다.
"페이스 아이디가 인식 안 될 정도였어요(웃음). 분장에만 네 시간씩 걸렸습니다. '올드 스킨' 질감을 표현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시도했어요. 수염도 안 깎았고, 머리도 단발로 길렀습니다. 앞머리가 콧구멍에 닿을 정도였죠."
촬영에 들어가자 그는 의상조차 신경 쓰지 않았다. 비단옷의 주름 하나에도 조심해야 했던 지난 사극들과 달리, '탁류' 속 로운은 흙바닥에 앉고 먼지를 뒤집어쓰는 걸 주저하지 않았다.
"사극에서는 비단옷은 구겨질까 봐 못 앉는데, 이번엔 정말 편했어요. 감독님이랑 '시율이는 옷을 갈아입히지 말자'고 얘기했거든요. 현장에서 바닥에 그냥 앉아서 밥을 먹고, 흙 묻은 채로 촬영을 이어갔어요. 나중에는 그 옷을 입고 있으면 몸이 먼저 반응했어요."
'탁류'의 액션은 화려하지 않았다. 대신 현실적이었다. 로운은 그 생동감을 살리기 위해 두 달간 액션스쿨을 꾸준히 다녔다. 정해진 합보다 중요한 건 '살아 있는 몸의 움직임'이었다. 그는 싸움의 기술보다, 실제로 목숨을 걸고 싸우는 사람의 반응을 표현하려 했다.
"액션스쿨이 제일 힘들었어요. 진짜 때리는 게 아니라서, 효과적으로 보이는 게 더 어렵더라고요. 무술감독님이 '액션이 좀 더 더러웠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그 말이 작품의 결에 맞았어요. 정해진 합보다는 진짜처럼 보이길 원했어요."
몸을 만드는 과정 역시 결코 단순하지 않았다. 로운은 단순히 근육을 키우는 데 그치지 않고, 캐릭터가 살아온 세월을 몸으로 표현하려 했다. 훈련을 통해 체형과 움직임을 조율하면서도, '힘이 넘치지만 지쳐 있는 사람'의 균형을 찾기 위해 세세하게 조정했다.
"체지방 7%까지 낮췄어요. 감독님이 '너는 돌을 드는 몸이 아니라 길냥이 같은 몸이었으면 좋겠다'고 하셨거든요. 그래서 맨몸 운동만 했어요. 기구는 쓰지 않고 푸쉬업, 턱걸이만 했습니다. 잘 붙은 근육보다 덕지덕지 붙은 근육을 원했죠. 몸이 그렇게 되니까 시율의 삶이 더 잘 느껴졌어요."

'탁류'의 무대가 되는 조선 경강은 모든 욕망이 뒤섞인 혼탁한 물길 위의 세상이다. 돈과 권력이 흘러드는 그곳에서는 정의와 불의, 선과 악의 경계가 희미하다. 로운은 이 세계를 '선과 악이 공존하는 회색의 공간'이라 표현했다.
"'탁류'는 선악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아요. 시율도, 무덕도, 왕해도 다 사연이 있고 이유가 있죠. 저는 그런 점이 매력적이었어요. 무덕 패거리와 함께 밥 먹는 장면이 있는데, 그들도 결국 사람이었어요. 밥 먹을 땐 하하호호 웃고, 그 장면이 이 작품의 핵심 같았어요."
로운은 시율을 단순한 영웅이나 피해자가 아닌,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인물로 그렸다. 그에게 시율은 '살고 싶어서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그는 생존이 곧 삶의 이유가 되는 인물을 통해, 인간의 가장 본능적인 욕망과 외로움을 동시에 담아내고자 했다.
"이름도 없고, 집도 없는 인물이에요. 그런데 죽지 못한 이유는 단순했어요. 사랑이 필요했던 거예요. 누군가 이름을 불러주고, 같이 밥을 먹고, 돌아갈 집이 있었으면 했던 사람. 거친 겉모습 아래 그런 외로움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탁류'를 완성한 힘은 배우들의 팀워크였다. 각기 다른 색깔을 가진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여, 거칠지만, 단단한 세계를 함께 만들어냈다. 박지환, 박서함, 신예은, 그리고 로운까지 서로의 온도가 달랐지만, 현장에서는 놀라울 만큼 조화로웠다.
"무덕은 박지환 선배님이 아니면 상상할 수 없어요. 초반 1~3화를 형이 정말 재미있게 끌고 가주셨어요. 제가 후반부쯤에 긴장을 풀었을 때, 지환 선배님이 '긴장이 풀린 것 같다'고 조언을 하셨는데, 말이 정말 고마웠어요. 그런 말을 하기 어려울 텐데, 오히려 그 말에 더 각성해서 열심히 연기했어요."
박서함과는 예상 밖의 호흡이 만들어졌다. 처음엔 서로 조심스러웠지만, 촬영을 거듭할수록 대사 이상의 감정을 주고받으며 점점 호흡이 깊어졌다. 액션 신부터 감정 신까지 이어지는 긴장 속에서도 서로의 연기에 자연스럽게 반응했고, 카메라가 꺼진 뒤에도 인물의 감정선에 대해 끝없이 이야기를 나눴다.
"서함이 형은 정말 맑은 분이에요. 액션스쿨도 저보다 오래 다니시고, 현장에서 진지했어요. 어머니 기일을 촬영하는 장면에서 형이 저를 많이 도와주셨어요. 서함이 형은 진짜 골든 리트리버 같아요. 맑고 따뜻하고, 순수한 분이에요."
신예은에 대해서도 로운은 애정을 담아 이야기했다. 현장에서 누구보다 밝은 에너지를 전해준 배우로, 그의 존재만으로 분위기가 한결 부드러워졌다고 회상했다.
"예은 씨는 밝은 에너지가 있는 배우예요. 늘 웃고 있어서 현장 분위기가 좋았어요. 저와 서함 형, 예은 씨의 결이 다 다른데, 그게 오히려 작품에 잘 어울렸어요."

'탁류'를 통해 로운은 다시 한번 '배우로서의 태도'를 배웠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은 그에게 단순한 연기 이상의 경험이었다. 카메라 앞에서 감정을 쏟아내는 순간보다, 동료 배우들과 호흡하고 현장의 공기를 느끼는 시간이 더 많은 깨달음을 안겨주었다고 했다.
"감독님께서 제 캐스팅 이유를 '태도'라고 하셨어요. 민망했지만 기분 좋았어요. 저는 거짓말을 잘 못 하거든요. 잠깐 대화해도 금방 들키는 편이에요(웃음). 그런 솔직한 부분이 시율이랑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로운은 오는 26일 군에 입대한다. 그럼에도 표정에는 불안함보다 담담한 여유가 묻어났다. 짧지 않은 시간을 잠시 멈추게 되지만, 그는 그것을 두려움이 아닌 '다음 단계를 위한 준비'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군 공백기를 줄이려고 작품을 많이 찍는 것도 좋지만, 저는 잊히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팬분들께는 잊히고 싶지 않지만,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다면 좋죠. 군대는 저한테 기를 모으는 시간일 것 같아요."
로운은 전역 후 가장 먼저 도전하고 싶은 장르로 로맨스를 꼽았다. 거친 액션과 사극 속에서 한껏 단단해진 만큼, 이번엔 다시 부드럽고 따뜻한 이야기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교복 입고 청춘물 하고 싶어요. 예전에 MBC 드라마 '어쩌다 발견한 하루'(2019) 때 제 모습을 봤는데, 그때 참 예쁘더라고요(웃음). 피부 관리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로운은 '탁류'를 '결이 선 작품이었다'고 표현했다. 그에게 이 작품은 단순한 복귀작이 아니라, 마음속에 오래 남을 여운의 장이었다. 현장의 공기, 함께했던 배우들, 그리고 카메라 앞에서 쏟아낸 감정의 결까지 모든 순간이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시간이었다고 했다.
"좋다, 나쁘다를 떠나 제 마음 안에서 '이건 옳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감독님과 충분히 대화했고, 배우들과 진짜로 친해졌습니다. 그런 시간이 저를 단단하게 만들어줬어요."
'탁류' 속 로운은 분명 이전과 달랐다. 그동안 '완벽한 미모의 배우'로 불렸던 그는 이번 작품에서 그 틀을 스스로 깨뜨렸다. 화려한 외모나 계산된 연기가 아니라, 진심 어린 감정과 꾸밈없는 태도로 시율을 만들어냈다. 멋을 내려놓고 진심을 택한 선택, 그것이 지금의 로운을 가장 빛나게 만드는 이유였다.
"멋을 내려놓으니까, 연기가 조금은 편해졌어요. 사람으로 보이게 된 것 같아요. 이 작품을 통해 '로운이 이런 모습도 있구나'라고 느껴주신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스포츠한국 이유민 기자 lum525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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