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영상으로 확인된 한덕수의 숱한 거짓말 [쿠데타의 재구성]
10월13일, 12·3 쿠데타 당일 대통령실 CCTV 영상 일부가 공개됐다. 비상계엄 당일 대통령실 대접견실 상황을 녹화한 CCTV 영상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포함해 비상계엄 선포 전후 대접견실에 모인 국무위원들 모습이 해당 영상에 고스란히 담겼다. 비상계엄 당일 “문건을 보거나 받은 기억이 없다”라던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증언이 위증이었음을 짐작할 만한 장면도 포착됐다. 결과적으로, 공개된 영상에 등장하는 국무위원 가운데 윤석열의 계엄 선포를 적극적으로 막아서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진관)는 이날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 2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한 전 총리는 현재 내란 우두머리 방조를 비롯해 허위 공문서 작성,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위증 등 혐의를 받고 있다.
9월30일 열린 1차 공판에 이어 재판부는 2차 공판도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이 신청한 법정 중계를 허용하며 “이 사건의 중대성에 비추어서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자 허가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중계 대상에 2024년 12월3일부터 이틀간 대통령실 CCTV 영상에 대한 증거조사가 포함됐다. 특검이 확보한 해당 CCTV 영상은 2024년 12월3일 17시59분부터 12월4일 오전 10시까지 분량이다. 이날 특검은 이 영상 가운데 공소사실과 관련된 주요 장면을 약 20분 분량으로 발췌해 재생했다.
국무회의가 소집되기 직전인 2024년 12월3일 20시40분에서 20시45분, 한 전 총리와 김영호 전 통일부 장관이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재생됐다. 특검은 한 전 총리가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미리 인지하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해당 장면을 재생하며 특검은 “피고인(한 전 총리)이 김 전 장관에게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공소장에 기재한 사실 관련된 영상이다. 피고인은 대접견실에 도착하기까지 다른 누구와 대화한 사실이 없다. 이에 비추어봤을 때 피고인은 비상계엄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한 전 총리가 각 국무위원에게 주어진 지시 사항을 인지하고 있었음을 짐작할 만한 장면도 여럿 포착됐다. 재생된 CCTV 영상에 따르면, 윤석열이 계엄 선포 직후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에게 지시 사항 문건을 교부할 때 한 전 총리는 최 전 부총리의 오른편에 앉아 있었다. 한 전 총리가 고개를 돌려 최 전 부총리와 문건을 함께 읽는 모습이 영상에 담겼다. 특검은 해당 문건에 대해 ‘국회 기능을 마비시키는 내용이 적혀 있다’면서 “한 전 총리가 윤석열 전 대통령이 국회 기능을 마비시키려 했던 것을 사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한 전 총리가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의 지시 문건을 챙겨서 떠나는 장면도 재생됐다. 이는 윤석열이 조 전 장관에게 전달한, 재외공관 관련 지시 사항이 적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문건이다.
윤석열에게서 ‘언론사 단전·단수’를 지시받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한 전 총리가 긴 시간 긴밀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도 CCTV에 담겼다. 2024년 12월3일 22시49분, 영상 속에서 한 전 총리는 퇴실하려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앉으라고 손짓하여 붙잡았다. 다시 자리에 앉은 이 전 장관은 약 16분간 한 전 총리와 단둘이서 각자 소지하고 있던 서류를 주고받으며 대화를 나눴다. 특검은 “피고인은 이상민 전 장관이 받은 지시 사항을 점검했다. 총리로서 지시 사항을 보며 내란을 방조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영상에선 대화를 나누며 미소 짓는 이 전 장관의 모습도 확인됐다.
특검은 CCTV 영상을 통해 한 전 총리가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의 구성 요건을 맞추도록(외관 작출) 건의했다는 의혹도 함께 제기했다.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2024년 12월3일 21시29~30분경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대접견실에 들어와 한 전 총리를 포함한 국무위원에게 손가락 네 개를 펼쳐 보였다. 국무회의 의사 정족수가 네 명 부족한 상황이었다. 약 5분 뒤 한덕수 전 총리가 대접견실 테이블에 앉은 채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특검은 이를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 출석 독촉 전화를 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공개된 영상에서 국무위원들이 윤석열을 적극 제지하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2024년 12월3일 22시18분경 윤석열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대접견실에 모인 국무위원들에게 계엄 선포 당위성을 설명할 때 한 전 총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 전 총리는 윤석열을 뒤따라 나서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서류를 건네기도 했다. 이 장면에 관해 특검은 “의사 정족수가 충족되었음에도 비상계엄을 재고해달라고 건의한 상황은 전혀 확인되지 않는다. 국무회의로 비상계엄 선포를 막으려 했다는 피고인의 말은 거짓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국무총리로서 무엇을 했나?”
한 전 총리가 그동안 했던 말과 대비되는 영상도 재생됐다. 앞서 한 전 총리는 2월6일 국회 내란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계엄 선포문을 받고도 확인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답했다. “비상계엄이 선포되는 당시 (선포문을) 전혀 인지를 하지 못했다. 해제 국무회의를 마치고 사무실로 출근해서 양복 뒷주머니에 있는 것을 알았다(한덕수 전 국무총리).” 2월20일 윤석열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서도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서 계엄 관련된 문건을 보거나 받은 기억이 없다”라며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그러나 CCTV 영상에서는 대통령 집무실에서 나온 한 전 총리가 오른손으로 문건을 쥐고 있었다. 한 전 총리는 대접견실 자리에 앉아 문건을 읽었다. 특검은 한 전 총리의 모습이 확대된 영상을 재생하며 “피고인이 편철된 문건을 읽는데, 그 밑에 또 다른 문건이 있다. 꺼내놓은 문건이 최소 두 종류임을 알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한 전 총리 측은 10월13일 CCTV 증거조사가 이뤄지기 전 법정에서 해당 증언이 위증이었음을 먼저 인정했다.
“김용현 전 장관이 이상민 전 장관에게 문건을 건넸다는 사실이 기억나지 않는다”라는 한 전 총리의 주장을 반박할 만한 장면도 있다. 2024년 12월3일 22시16분경 김용현 전 장관이 문건을 이상민 전 장관에게 건네는 순간 한덕수 전 총리가 둘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CCTV에 담겼다. 한 전 총리 측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한 것을 위증이라 볼 수 없다”라는 입장이다.
영상이 재생되는 동안 한덕수 전 총리는 굳은 표정으로 피고인석에 있는 컴퓨터 모니터와 대형 스크린을 번갈아 응시했다. CCTV 재생이 끝나고 “하실 말씀이 없느냐”는 재판부 질문에 한 전 총리는 “변호인 통해서 변론 제출하겠다. CCTV 모습에 대해서 기억이 없는 부분도 있고, 변호인도 상세히 알지 못해서 다음번에 말하겠다”라고 답했다. 한 전 총리 측 변호인은 “CCTV 속 행위가 어떤 사실인지에 대한 검찰 측 설명은 검찰의 의견이다”라며 추후에 의견을 제출하겠다고 덧붙였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2022년 5월21일 윤석열 정부의 초대 총리로 부임해 1077일간 재임했다. 민주화 이후 재임 기간이 가장 긴 ‘최장수 국무총리’다. 오전 재판을 마무리하기 전 재판부는 한 전 총리에게 비상계엄 당시 국무총리로서 무엇을 했느냐고 물었다. “비상계엄은 그 자체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 재산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 상태에서 피고인은 국무총리로서 무엇을 했나?(이진관 부장판사)” 재판부의 질문을 들은 한 전 총리는 “비상계엄 선포를 사전에 알지 못했다”라는 취지로 답했다.
그러자 재판부는 “무장한 군인이 출동했는데, 그것을 막기 위해 어떤 구체적인 조치를 했냐고 묻는 것”이라며 재차 추궁했다. 촌각을 다투는 시간 속에서 국무총리로서 국민의 안전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했는지, 당시 국무총리로서 행사할 수 있는 다른 권한에 대한 적극적인 모색을 해보지 못했는지 따져 묻는 질문이었다. 한 전 총리는 이 질문에 대해 “국무위원으로서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결국 국무위원에게 주어진 국무회의라는 것을 통해 본인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생각했다”라며 국무총리의 역할을 국무회의 참석자 정도로 국한하는 답을 내놓았다.
문준영 기자 juny@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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