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춘기 다이어리] 쇼핑습관도 유전이 되나요?

이설희 기자 2025. 10. 20.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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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센스] "엄마 이거 아름다운가게에서 샀지? 아니면 자라?" 8살 딸이 내 쇼핑백을 뒤지며 쇼핑 출처를 추리했다. 정답이어서 뜨끔했지만, 곧이어 여러 생각이 들었다. 내가 '너무 자주 쇼핑 도파민을 채우는 건 아닌가'싶어 뜨끔, '우리 딸도 나처럼 가성비만 따지는 쇼핑을 하게 될까' 또 뜨끔.

gettyimagesbank

얼마 전에는 '고마운 사람에게 주고 싶은 선물' 만들기 과제로 '엄마에게 주고 싶은 비싼 립스틱'을 만들어왔다. 며칠 전 다이소 품절 대란 립스틱을 찾아 헤매던 내 모습이 떠올랐나 보다. 고마움과 감동도 잠시, '아, 백화점에서 립스틱 사는 엄마의 모습을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구나' 싶었다.

유전은 외모나 체질만의 문제가 아니다. 부모의 정서, 성향, 심지어 습관까지도 어찌 보면 유전의 영역일지 모른다. 청소년기에 유복하지 않았던 나는 지금도 백화점 쇼핑이 낯설다. 고등학교 시절, 백화점에서 보고 꽂혔던 연노랑 재킷은 우리 집 형편에 살 수 없는 비싼 가격이라는 게 서러워 엉엉 울어버렸다. 결국 며칠 뒤 그 재킷을 사오신 엄마의 마음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아릿하다. 그 재킷은 아직도 내 옷장에 있다.

그 후로 나는 더더욱 백화점 쇼핑을 피했다. 회사 대표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지금도 나는 주로 SPA 브랜드를 찾는다. 그나마 SPA브랜드가 트렌드가 되어 다행이다 싶지만, 쇼핑 습관은 정말 유전인가 보다. '언니, 명색이 대표인데 아직도 샤넬이나 에르메스가 없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약간 멋쩍다. 열심히 버는 건 익숙해졌는데, 그만큼 잘 쓰는 건 여전히 서툴다.

우리 딸은 달랐으면 좋겠다. 과소비가 아닌, 스스로를 칭찬하고 기념할 만한 날에는 자신에게 합당한 선물을 하는 어른으로 자랐으면 한다. 멋진 인테리어의 매장에 가서 좋은 물건을 당당하게 고를 수 있는 뿌듯함. 직원의 "감사합니다" 인사를 받는 기분도 느껴봤으면 한다.

올 해 연말에는 딸과 함께 백화점에 갈거다. 열심히 일한만큼 스스로에게 좋은 선물을 할 줄 아는 여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과하지 않다면 나를 위한 적절한 소비는 더 열심히 살아가는 원동력이 된다. 허영이 아닌 스스로를 대접하고 보상하는 쇼핑 유전을 물려주고 싶다.

CREDIT INFO

글쓴이 김명지 세모라이브 대표 & 동서울대학교 디지털컨텐츠학교 겸임교수. 2018년생 딸 아이를 키우며 미디어커머스 회사를 운영하는 워킹맘. 꽃과 사찰산책, 맛집, 와인과 야장을 좋아하는 감성 T.

 

이설희 기자 seherhee@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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