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고에 정책문서 1만 상자 ‘차곡차곡’… 민주주의 산역사 [심층기획-매니페스토-내일을 바꾸는 약속]
처칠·볼드윈 등 역대 공약 자료 한자리
회의록·정치인 서신 등 완벽 보존 노력
정치인 연설서 출발 전략 문서로 진화
단순한 공약 넘어 국가 비전 자리매김
여러 자문단 의견반영 초안 작성 중요
“의사결정 과정 시민 참여 적극 독려를”
“일본과의 전쟁이 완전히 종결될 때까지….”

◆282개 색인, 1만 상자 분량 보관

그는 1929년 스탠리 볼드윈 보수당 전 총리의 매니페스토 공약집도 취재진 앞에 꺼내 보였다. 당시 총선은 21세 이상 여성에게 처음 투표권이 부여된 해다. 손끝으로 종이를 집어 한 장씩 천천히 넘기던 그는 “이 공약집에는 ‘입양, 영아보호, 혼인 연령에 관한 법률 개혁 등을 통해 보수당은 여성과 아동의 지위 향상을 위해 노력해 왔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소개했다.
기록보관소 운영을 위한 재정적 책임은 정당이 맡고 있다. 매킬웨인 수석은 “매년 자료 수집을 위해 보수당과 1년에 4∼5번 회의를 한다”며 “당내 주요 자료를 직접 받기도 하고, 여러 경로로 직접 수집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한국은 정당 경상보조금의 30%를 정책연구소에 배당하게 돼 있지만 이를 자료 수집·보관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정당 기록은 결국 민주주의 역사가 된다. 매킬웨인 수석은 “CPA는 결과물뿐만 아니라 그 과정을 담은 문서 초안도 함께 보존하고 있다. 이것이 정책 결정의 맥락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다양한 시민 목소리 담아야
공약의 요구사항도 시대에 따라 변한다. 지난 13일 런던 중심부 템스강 남쪽에 있는 서더크 지역의 한 카페에서 만난 패트릭 다이아몬드 퀸 메리 런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매니페스토는 단순한 공약의 나열이 아니라 선거의 모든 것을 포괄한다”며 “정당이 정책이나 입장을 유권자에게 밝히는 일련의 활동”이라고 정의했다.
노동당 집권기인 2010년 서더크의 지방의원을 지낸 그는 토니 블레어 전 총리와 고든 브라운 전 총리 시절 ‘다우닝가 10번지’로 불리는 총리실에서 정책고문 등을 역임했다. 그는 노동당의 총선 매니페스토 작성에도 깊이 관여한 정책통이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여야 정당의 입장에 따라 다르지만, 다양한 분야의 자문단이 정당에 조언하면 현실성을 따져 유권자에게 잘 닿을 수 있는 초안이 작성된다”며 “이 과정에서 많은 토론이 벌어지고, 위원회 등 다양한 주체가 논의에 참여한다. 집권당은 총리가 직접 참여하는 공약도 있다”고 설명했다.
매니페스토는 유권자와의 약속이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단순히 표를 얻기 위해 매니페스토를 만들어선 안 된다”며 “빈말을 하지 않도록, 과장하지 말고 지킬 수 없는 약속이 아닌 신중한 유권자와의 신뢰를 적어야 한다. 공약의 나열이 아닌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런던·옥스퍼드=글·사진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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