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돈으로 설치한 ‘식당 표지판 9개’…결국 철거 결정

원동희 2025. 10. 2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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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올림픽대로 끝자락에 고덕-강일 나들목이 있습니다.

나들목이 가까워져 오면 도로 오른편에 한 식당 표지판이 등장합니다.

지침 위반이 확인됨에 따라 뒤늦게 식당 표지판이 철거된다지만, 도로공사의 지출 2,900만 원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특혜 의혹이 제기되는 만큼, 국토부와 도로공사는 도로 표지판 설치 과정에서 부당한 압력이나 특혜가 없었는지 면밀히 조사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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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올림픽대로 끝자락에 고덕-강일 나들목이 있습니다. 나들목이 가까워져 오면 도로 오른편에 한 식당 표지판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이런 표지판이 한 개가 아니었습니다.

수차례에 걸쳐서 '3차로로 주행해야 한다', '우회전을 해야 한다'며 운전자에게 안내합니다. 분기점에도 식당 이름과 함께 '오른쪽'이라고 쓰인 표지판이 나옵니다.
식당으로 가는 다른 길에도, 표지판이 연달아 3개나 등장합니다. 다 세어모니, 모두 9개였습니다. 모두 정부가 설치한 표지판입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연관기사: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377861

■ 식당 측 '민원 제기'로 표지판 추가...도로공사가 2,900만원 부담

처음 계획된 표지판은 2개였습니다. 고속도로가 완공되는 시점에 맞춰 설치됐습니다. 그런데 식당은 민원을 제기합니다.

"도로변이라 진출입이 위험하고, 고속도로 공사 기간동안 영업에 지장을 받았음"

이후 식당 안내 표지판은 9개로 늘어났습니다. 한국도로공사가 2,900만 원을 들였습니다.

도로공사 표지판은 시청이나 경찰서, 운동장, 대규모 문화시설이거나 '이에 준하는 교통량 유발 시설'일 경우에만 설치가 가능합니다. 꽤 큰 규모의 식당이긴 하지만, 시청이나 대형 운동장에 준하는 교통량 유발시설인지에 대해선 물음표가 남습니다.

이 대형 음식점은 국민의힘 상임 고문인 전직 국회의원 일가 회사 소유로 확인됐습니다. 규정 위반 가능성에 특혜 아니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 도로공사·국토부도 '지침 위반' 인정…"표지판 철거할 것"

KBS 보도 이후, 국정감사에서도 의문의 표지판에 대한 질의가 나왔습니다. 한국도로공사도,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도 '지침 위반이 맞다'는 취지로 답변했습니다.

윤종군(국회 국토위원·민주당) : 함진규 사장님,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십니까?
함진규 (한국도로공사 사장) : 이해가 안됩니다 저도.

윤종군 : 도로 표지판 공공시설이죠? 안내표지판 설치할때 기준도 있고요. 저 정도면 지침 위반 맞습니까?
이우제(국토교통부 도로국장) : 네, 그렇게 판단이 됩니다. 설치 경위와 규정 위반을 검토해보겠습니다.

윤종군 : 관계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해당 식당은 국민의힘 전직 국회의원이자, 얼마 전에 나경원 대표(의원) 선거 후원회장을 했고, 현재도 상임 고문으로 알려진 분의 일가 소유 식당이었습니다. 문제가 심각하죠? 진상 조사를 철저히 해주시고요. 이를 통해서 책임 규명하고 마땅한 조치를 취해 주십시오.

─10월 1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 중

지침 위반에 특혜 논란까지 이어지자, 도로공사는 문제의 도로 표지판을 전부 떼기로 결정했습니다.

도로공사는 ① 표지판 7개는 아예 철거하고 ② 다른 곳을 함께 안내하는 표지판 2개의 경우엔 식당 이름을 지우겠다고 밝혔습니다.

도로 위에 페인트로 쓰여있는 식당 안내 표시문 5개도 한꺼번에 제거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철거 작업은 내일(21일) 시작됩니다.

한국도로공사가 밝힌 표지판 철거 계획/ 더불어민주당 윤종군 의원실 제공


지침 위반이 확인됨에 따라 뒤늦게 식당 표지판이 철거된다지만, 도로공사의 지출 2,900만 원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철거 비용도 추가로 투입돼야 합니다. 무엇보다 이같은 결정을 내린 과정과 그에 따른 책임 규명은 아직입니다.

특혜 의혹이 제기되는 만큼, 국토부와 도로공사는 도로 표지판 설치 과정에서 부당한 압력이나 특혜가 없었는지 면밀히 조사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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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동희 기자 (eastshin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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