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으로 친구 밀었는데 계단 추락…"학교 폭력인가요?" [중·꺾·마+: 중년 꺾이지 않는 마음]
편집자주
인생 황금기라는 40~50대 중년기지만, 크고작은 고민도 적지 않은 시기다. 중년들의 고민을 직접 듣고, 전문가들이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학교 폭력 여부 결정의 핵심, '고의성’의 입증
일방의 장난도 나누지 못하면 학교 폭력일 뿐
상대방 거부 의사 땐 이유 없이 즉시 중단해야

Q: 고등학교 2학년 아들을 둔 50대 학부모 A다. 최근 학교로부터 연락이 왔다. 같은 반 학생이 아들 때문에 다쳤고 상대 학부모가 학교폭력으로 신고하겠다고 했다.
놀란 마음에 아들에게 사실관계를 확인했더니, 아들의 설명은 이랬다. “친구와 서로 밀치는 장난을 하다가 약이 올랐다. 친구가 ‘그만하자’고 했지만 이미 약이 오른 상태라 좀 세게 밀었다. 그런데 하필 계단 근처였고, 친구는 계단 아래로 넘어져 큰 부상을 입었다”는 것이었다. 장난으로 한 행동인데 학교폭력일까?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까?
A: 학교폭력 가해자로 신고를 당한 부모들은 대체로 비슷한 말을 꺼낸다. “아이가 장난으로 한 것”이라는 변명이다. 그러나 주목할 점은 ‘장난’으로 시작했다가도 사안이 커져 ‘학교폭력’으로 비화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누가 봐도 학교폭력인데 “단순한 장난이었다”고 응수하는 경우 오히려 사안을 더 안 좋은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다.
실제로 2019년 모 중학교에서는 동급생 손목을 테이프로 묶고 “개처럼 멍멍 짖어봐”라면서 폭행하거나 가슴과 머리에 가래침을 뱉는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 학생들은 “처음에는 그냥 툭툭 치는 장난으로 시작했다”고 진술했지만, 결국 ‘학급 교체’ 처분을 받았다(서울중앙지법).
명백한 학교폭력 사례도 있지만, 학생들의 실제 생활을 들여다보면 장난과 폭력의 경계가 불분명한 경우가 적지 않다. 다만, 장난으로 시작했더라도 피해자가 원치 않았는데도 계속 장난을 쳤거나, 평소에도 우월적 관계가 있었다면 ‘학교폭력’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 가벼운 장난이 징계로, 심하면 전과로 남을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한 것이다.
반면, 학교폭력으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학교폭력예방법 및 판례에 따르면, 학교폭력이 성립하려며 ‘고의’가 인정되어야 한다. 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학교폭력예방법에서 말하는 ‘학교폭력’은 행위자 고의에 의한 행위만을 의미한다”며 단순히 학생들 사이에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실수(과실)에 의한 사고는 학교폭력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광주지방법원).
‘고의’가 학교폭력 인정의 핵심 요소이기에, 장난으로 인한 폭력이 반드시 학교폭력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크게 두 가지 유형에서 예외가 나타난다.
첫째는 과실에 의한 사고다. 2019년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이 친구에게 어깨동무를 하려다 손에 들고 있던 신발주머니가 친구 옆에 서 있던 6학년 학생(피해자) 얼굴에 닿았다. 이에 6학년생은 5학년생의 아랫배를 발로 찬 사건이 있었다.
학교폭력대책위원회는 5학년 학생에게 ‘서면사과’ 조치를 내렸지만, 법원은 “5학년 학생의 고의가 아닌 과실에 의하여 발생한 것으로서 피해자를 대상으로 발생한 '폭행에 의하여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가 아니”라며 학교폭력으로 보지 않았다. 5학년 학생으로서는 신발주머니가 6학년생 얼굴에 닿는 것을 예견할 수 없었고 신발주머니로 얼굴을 치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기에 과실에 의한 사고로 본 것이다.
둘째는 폭력이 용인되는 놀이를 하기로 합의한 경우다. 지난해 서울의 한 중학교 3학년 B가 친구 C와 레슬링 비슷한 장난을 했는데, 또 다른 학생 D가 자신과도 하자면서 B와 레슬링 놀이를 했다. 그러다 B가 D를 잡아 넘어뜨렸고 D는 다리 골절상을 입었다. D 학생 측은 학교폭력으로 신고했지만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놀이를 하다 발생한 과실에 의한 부상이라는 이유에서다. 같은 맥락으로, 서로 합의한 규칙에 따라 벌칙으로 때리기·맞기를 한 경우, 또는 때리기·맞기 놀이를 하기로 합의했다고 볼 수 있는 경우 역시 학교폭력 고의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앞서 학부모 A씨 자녀의 경우는 어떨까? 장난이 학교폭력인지 판단하려면 피해자와의 평소 관계, 직전 상황, 피해자의 감정까지 고려해야 한다. 평소 관계가 원만하지 않았거나, 피해 학생이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혔음에도 지속적으로 장난을 치다가 다쳤다면 학교 폭력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
자녀가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 몸 어딘가에 시퍼렇게 멍이 들어 있을 때가 있다. 이유를 물어봐도 “별거 아니다. 친구랑 장난치다 그랬다”고 대충 답을 준다. 아이들이야 힘이 넘치고 거친 장난도 대수롭지 않게 넘기며 놀이에만 몰두하기 마련이지만, 부모 마음이 불안하고 속상한 것은 어쩔 수 없다. 한편으로는 같이 놀았다는 친구는 괜찮은지 마음이 쓰인다.
멍든 곳에 약을 발라주며 이렇게 이야기한다. “같이 즐거워야 장난이고, 한 사람만 즐거우면 결코 장난이 아니다. 즐겁지 않으면 이야기해야 하고 친구도 같이 즐거운지 살펴봐야 한다.” 장난은 ‘상대와 함께 즐거워야 한다’는 원칙이 지켜질 때만 비로소 장난일 수 있다. 이 단순한 원칙을 되새기는 것만으로도 장난이 경계를 넘어 폭력이 되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92415130002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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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민정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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