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결실 거두기 시작한 피그스

정석우 기자 2025. 10. 20.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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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수출 되살아나고 고용 증가
소득세도 내리고 국채 조기 상환

2010년대 유럽 재정 위기는 남유럽 국가들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포르투갈·이탈리아·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 등 이른바 ‘피그스(PIIGS)’로 불린 나라들은 당시 막대한 국가 부채, 만성적 재정 적자, 구조적 위약성 등으로 국제 금융시장에서 집중 공격을 받았다. 국채 금리가 폭등하고 국가 신용 등급이 추락하면서 국가 부도 우려까지 번졌다.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없이는 버틸 수 없는 처지였다.

15년 동안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작년 4분기(10~12월) 독일과 프랑스가 각각 –0.2%, –0.1% 성장률로 역(逆)성장의 늪에 빠진 사이, 포르투갈은 1.5%, 스페인은 0.8% 성장했다. ‘유럽의 병자’라던 피그스는 유럽의 성장 모델로 바뀌었다. 전문가들은 “피그스 국가들이 고통스러운 개혁의 대가로 개혁의 배당금을 받고 있다”고 평가한다.

실제 피그스는 구제금융 과정에서 공공 부문 임금과 연금을 삭감하고 노동시장을 유연화하는 등 뼈를 깎는 개혁을 단행했다. 최저임금을 대폭 삭감하고 산별 교섭을 제한했던 그리스는 단기적으로 임금 하락과 실업 급증이라는 대가를 치렀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쟁력 강화로 이어졌다. 관광과 수출 산업이 되살아나면서 2013년 27.8%에 달했던 실업률은 올해 상반기 8.9%를 기록하며 12년 연속 개선세다. 연말엔 첫 한 자릿수 실업률 달성이 전망된다.

포르투갈·이탈리아·아일랜드·스페인도 정규직 해고 규제를 완화하고 공무원 감축, 공공 부문 임금 삭감, 연금 축소 같은 개혁을 밀어붙였다. 특히 아일랜드는 노동 개혁과 감세에 힘입어 다국적 IT(정보 기술)·제약 기업이 몰려들며 고용과 세수가 동시에 확대됐다.

세제 개혁도 가세했다. 위기 초기엔 법인세 등 증세로 급한 불을 껐지만, 경제가 안정세를 찾자 다시 감세로 방향을 틀었다. 스페인은 경기 회복 이후 소득세, 법인세를 인하했다. 저율(12.5%) 법인세를 고수해 온 아일랜드는 법인세수가 늘며 초과 세수가 생기자 국채 조기 상환에 썼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몸이 크게 아파야 건강을 챙기는 것처럼, 피그스 국가들은 위기를 계기로 개혁을 추진할 수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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