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넥스페리아 반도체 수출 금지… 車업계 비상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넥스페리아(Nexperia)발 반도체 수급난’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넥스페리아는 폴크스바겐, 도요타, 현대차,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주요 완성차 기업의 핵심 부품에 필수적으로 탑재되는 범용 반도체 분야 1위 기업이다. 중국 기업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미·중 갈등 여파로 최근 이 회사가 제재를 받자, 중국이 보복 차원에서 이 회사 제품에 대해 수출 금지 조치를 내린 것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넥스페리아는 이달 초 중국 정부의 수출 금지 조치에 따라 최근 완성차 고객사들에 ‘반도체 공급을 중단한다’고 통보했다. 갑작스러운 통보에 유럽자동차산업협회는 “넥스페리아 제품 재고가 떨어지면 완성차 생산이 중단될 수 있다”고 했고, 미국 자동차혁신연합도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의 자동차 생산, 그리고 다른 산업에도 차질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대차그룹도 이와 관련해 상황을 점검하고 대응책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넥스페리아는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회사다. 그러나 2019년 중국 최대 스마트폰 조립 업체 윙테크(Wingtech)가 지분 전량을 인수해 실질적인 지배권은 중국이 갖고 있다. 미국은 대중(對中) 반도체 통제 차원에서, 지난해 말 윙테크에 이어 지난달 넥스페리아를 제재 리스트에 올렸다. 그에 따라 네덜란드 정부는 지난달 ‘상품 가용성법(Goods Availability Act)’을 사상 처음으로 발동해 넥스페리아 경영에 직접 개입했다. 이 법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될 경우 민간 기업의 이사회 결정을 정부가 무효화할 수 있도록 한 초강력 통제 수단이다. 미국이 수출 규제 해제 조건으로 요구한 장쉐정(張學政) CEO 해임도 단행했다. 그러자 중국 상무부는 넥스페리아 제품의 약 80%를 생산하는 중국 내 핵심 공장의 수출을 전면 봉쇄한 것이다.
◇반도체 수급난 악몽 재현되나
자동차 업계에선 코로나 때 같은 반도체 수급난이 재현될까 긴장하고 있다. 자동차에는 수백~수천 개의 반도체가 들어가는데, 그중 다수가 넥스페리아가 만드는 다이오드·트랜지스터 같은 범용 소자다. 단가가 낮아도 단 한 품목이라도 공급이 막히면 완성차 생산 전체가 중단될 수 있다.
넥스페리아는 자동차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1.2%(글로벌 19위) 수준이지만, 범용 반도체와 전력 반도체는 각각 세계 1위와 2위다. 차량용 파워트레인(구동계), 조향·제동 시스템, 조명, ADAS(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등 주요 부품에 이 회사 제품이 폭넓게 들어간다.
특히 유럽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유럽은 넥스페리아 매출에서 22%를 차지하며, 중국(48%) 다음으로 큰 시장이다. 폴크스바겐은 TF를 꾸려 주요 공급 업체들과 함께 부품 생산에 미칠 영향을 파악하고 있고, BMW는 부품 업체 일부가 이미 영향을 받고 있다. 일본 도요타도 “일부 부품 업체로부터 넥스페리아 사태로 인해 중국 내 공장에서 제품 출하에 차질이 생겼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미·중 갈등에 낀 車 업계
완성차 업체들은 복잡한 공급망 탓에 이번 사태의 영향을 가늠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GM(제너럴모터스)이 최근 공급 업체를 대상으로 넥스페리아 제품 납품 여부와 수량 등에 대한 긴급 설문을 진행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 자동차 부품사 관계자도 “대체품을 확보하는 등 공급망에 차질이 없도록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이 희토류뿐만 아니라 반도체 등 부품 분야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하는 가운데, 미·중 갈등에서 발생한 파장이 글로벌 기업 전체를 뒤흔드는 양상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자문위원은 “미·중 패권 다툼 속에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며 “앞으로 완성차 업체들이 공급망 자립에 한층 더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예컨대 GM은 2021년 팬데믹 이후 소재 및 부품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미국 내 희토류 자석 생산에 투자해 왔다. WSJ는 최근 “몇 달 안에 GM은 여러 공장에서 미국산 희토류 자석을 대규모로 직접 공급받는 유일한 미국 자동차 업체가 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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