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日 '우향우 연정' 어디로

김정태 2025. 10. 20.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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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 선거가 끝난 뒤 정부 출범에 진통을 겪는 건 내각제 국가에선 흔한 일이다.

이 신호등 연정은 경제, 환경 정책에서 내내 다른 목소리를 내다 3년 만에 신호가 아예 꺼져버렸다.

하지만 불안정한 연정은 1년도 못 가 무너졌다.

자칫 총리 자리가 야당에 넘어갈 상황이 이어지자 일본유신회에 손을 내밀었고 연정에 사실상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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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 선거가 끝난 뒤 정부 출범에 진통을 겪는 건 내각제 국가에선 흔한 일이다. 단독 과반 정당이 안 나왔을 땐 연립정부를 구성해야 하는데, 정치색이 상이한 정당들이 합의까지 이르는 과정이 만만치 않아서다. 다당제인 독일이 대표적이다. 2021년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16년 장기 집권이 막을 내리고 사회민주당·녹색당·자유민주당의 첫 3당 연정이 탄생했을 땐 각 당의 상징색에 빗대 ‘신호등 연정’이라고 불렀다. 이 신호등 연정은 경제, 환경 정책에서 내내 다른 목소리를 내다 3년 만에 신호가 아예 꺼져버렸다.

일본은 혼란이 덜했다. 1955년 자유민주당 출범 이후 오랫동안 1강 독주 체제를 유지한 덕분이었다. 여러 파벌이 ‘당내 야당’ 역할을 하며 정권 교체 대신 총리 교체로 민심을 수습했다. 그런 자민당이 야당에 처음으로 정권을 넘겨준 게 1993년이다. 공산당을 제외한 8개 야당이 연합해 호소카와 모리히로 내각을 출범시켰다. 하지만 불안정한 연정은 1년도 못 가 무너졌다. 그 후 자민당은 전격적으로 사회당, 신당 사키가케와 손잡고 정권을 되찾았는데 총리직은 파격적으로 사회당에 양보했다. 지난 17일 향년 101세로 별세한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총리다.

무라야마 총리는 1995년 전후 50년을 맞아 식민 지배를 사과하는 담화를 내는 등 자민당 출신과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 연정의 긍정적 측면이다. 하지만 자민당 중진들은 “식민지 시대 일본은 좋은 일도 했다”며 담화에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여자 아베’ 다카이치 사나에가 당 총재에 선출된 직후 자민당은 26년 연정 파트너인 공명당을 잃었다. 자칫 총리 자리가 야당에 넘어갈 상황이 이어지자 일본유신회에 손을 내밀었고 연정에 사실상 합의했다. 중도 성향의 공명당이 ‘평화헌법’(헌법 9조) 개정을 막아온 데 반해 유신회는 헌법 개정에 적극적이고 ‘외국인 총량제’ 주장 등 배타적인 특성이 강하다. 자민당 내 가장 오른쪽에 있는 다카이치가 총리가 되고 유신회가 연정에 참여하면 ‘우향우’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모처럼 살가웠던 한·일 사이에 다시 격랑이 이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김정태 논설위원 in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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