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환자 가족' 배우 권민아의 용기 있는 '쓴소리'가 더 울림을 준 이유 [M-scope]

홍동희 선임기자 2025. 10. 2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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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화려한 파티를 즐기고 있을 때, AOA 출신 배우 권민아는 용기 있는 쓴소리를 냈다.

유방암 인식 향상을 위한 자선 행사 'Love Your W'를 향해 암 환자 가족으로서 겪었던 아픔을 털어놓으며 "유방암이라는 이름이 붙은 술파티와 화려한 사진이 너무나 불편하고 괴로웠다"고 일침을 가한 것이다.

그런 이들에게 '유방암'이라는 이름 아래 화려한 술잔이 오가는 파티는 그들의 고통과 노력을 외면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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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유 코리아 사과와 기부금 논란까지,
좋은 의도가 상처가 되지 않으려면

(MHN 홍동희 선임기자) 모두가 화려한 파티를 즐기고 있을 때, AOA 출신 배우 권민아는 용기 있는 쓴소리를 냈다. 유방암 인식 향상을 위한 자선 행사 'Love Your W'를 향해 암 환자 가족으로서 겪었던 아픔을 털어놓으며 "유방암이라는 이름이 붙은 술파티와 화려한 사진이 너무나 불편하고 괴로웠다"고 일침을 가한 것이다. 그의 목소리는 단순한 개인의 감상평이 아니었다. 수많은 환자와 보호자들이 느꼈을 불편한 진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묵직하고 설득력 있는 질문이었다.

# 왜 '자선'이 아닌 '파티'로 보였을까

지난 15일 열린 행사는 겉보기엔 화려했다. 레드카펫 위를 걷는 스타들, 조명 아래 반짝이는 드레스, 샴페인 잔이 오가는 풍경은 영락없는 사교 파티였다. 하지만 이 행사의 이름은 '유방암 인식 향상 캠페인'이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권민아의 비판은 날카롭게 파고든다.

암 투병 과정에서 환자와 가족들은 종종 금주와 엄격한 식단을 지키며 고독한 싸움을 이어간다. 그런 이들에게 '유방암'이라는 이름 아래 화려한 술잔이 오가는 파티는 그들의 고통과 노력을 외면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마치 힘겹게 마라톤을 뛰는 선수 옆에서 고급 만찬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과 같은 정서적 괴리감을 느끼게 한 것이다.

무엇보다 권민아의 비판이 강력한 설득력을 얻은 이유는 그가 수많은 환우와 보호자들이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불편한 마음을 대변했기 때문이다. 그의 진정성 있는 목소리는 자선의 주인공은 행사를 빛내는 스타가 아니라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당사자여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우리 사회에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다.

# 뒤늦은 사과와 무너진 신뢰, 11억 vs 3억의 진실

논란이 불거진 지 닷새 만에 나온 더블유 코리아의 사과문은 "환자분들과 가족들의 입장을 세심하게 고려하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향후 전 과정 재점검'이라는 약속은 구체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다. 어떤 기준으로 파트너를 선정하고, 기획 과정에서 당사자들의 의견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로드맵이 부재했기 때문이다.

신뢰의 균열은 '기부금 투명성' 논란으로 이어지며 더욱 깊어졌다. 주최 측은 '누적 11억 원 기부'를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국회 자료를 통해 2007년부터 2024년 11월까지 한국유방건강재단에 전달된 누적 기부액이 약 3억 1569만 원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괴리가 발생했다. 브랜드 협찬으로 발생한 비용, 행사 운영비 등을 제외한 순수 기부액이 얼마인지 명확히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부풀려진 홍보 수치는 자선 활동의 진정성마저 의심하게 만들었다.

이번 사태는 우리 사회의 자선 커뮤니케이션에 중요한 과제를 남겼다. 자선은 '보여주기'가 아니라 '돕기'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기획 단계부터 환자, 가족, 의료진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감수성 리뷰'가 필수적이다. 둘째, 술과 파티 중심의 형식을 지양하고, 교육과 지지, 정보 전달 중심의 프로그램으로 전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부금의 흐름을 투명하게 공개하여 대중의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권민아의 용기 있는 목소리는 자선의 이름 아래 가려져 있던 불편한 진실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이제 더블유 코리아와 우리 사회에 남은 것은 책임 있는 재설계다. 형식이 목적을 압도할 때 가장 먼저 상처받는 사람은 바로 그 명분의 이름으로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당사자들이라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사진=권민아 SNS, W코리아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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