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태기의 사이언스토리] 머스크의 재사용 로켓처럼, 일회용 사회에서 재활용 사회로
편리함이 가져온 쓰레기山… 규제보다는 재활용으로 문화 바꿔야
추석 연휴가 끝나자 올해도 곳곳에 명절 쓰레기가 쌓였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19년 추석 연휴 쓰레기는 11만8000t이었지만, 2023년에는 19만8000t으로 60% 이상 급증했다. 명절 쓰레기의 상당 부분은 포장재와 일회용 용기다. 게다가 배달 음식은 한 번 쓰고 버리는 문화를 더 확산시키고 있다. 그래서 이 시대를 ‘일회용 사회(Throw-away society)’라고 부르기도 한다. 사람도 쓰고 버리는 건 아닌지 섬뜩한 느낌마저 드는 이 용어는 사실 초기에는 긍정적인 의미였다. 하지만 일회용의 뜻은 바뀌었고, 그 과정에 담긴 일회용 사회의 역사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1880년대 탄산음료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들 용기 밀폐에 적합한 마개를 찾지 못해 애를 먹고 있었다. 무엇보다 탄산 압력을 이기지 못해 가스가 새고 음료가 흘러나오는 일이 빈번했다. 그 때문에 맛이 변하고 상하기도 하면서 너무 많은 제품이 버려졌다. 타고난 발명가였던 미국의 윌리엄 페인터(Painter)는 색다른 방법으로 해결책을 모색했다. 계속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던 음료 마개를 한 번 쓰고 버리는 것으로 바꾸는 것이다. 비슷한 방식으로 와인 코르크 마개가 있었지만, 비싼 데다 열기도 불편했다. 훨씬 저렴하고 간편하다면 반드시 쓰인다고 확신했다.

1892년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금속 마개 안쪽에 얇은 코르크를 대고 바깥쪽에 톱니 구조로 높은 압력을 버티는 병뚜껑을 개발한다. 20여 개로 이루어진 톱니 모양이 마치 왕관처럼 생겼다고 해서 ‘크라운 코르크’라고 이름 붙였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병뚜껑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대량생산이 가능했고, 위생적이었으며, 지렛대를 이용한 병따개로 쉽게 열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일회용 병뚜껑은 음료 쓰레기를 획기적으로 줄였다. 한 번 쓰고 버리는 방식이 오히려 대량 폐기물을 막은 것이다.
이 무렵 윌리엄 페인터의 회사에 킹 캠프 질레트(Gillette)라는 인물이 합류한다. 페인터와 친해진 질레트는 한 번 쓰고 버리는 편리함이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는지 깨닫게 된다. 당시 서구 사회는 자주 날을 갈아야 하는 면도기를 사용했다. 다루기도 힘들었지만, 가격도 비쌌기에 많은 사람이 이발소를 이용했다. 만약 날이 무뎌지기 전에 값싸고 편리하게 면도날만 교체할 수 있다면, 획기적인 제품이 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개발 과정은 쉽지 않았다. 마침 질레트는 MIT 출신 엔지니어 윌리엄 에머리 니커슨(Nickerson)을 알게 된다. 전구 회사에서 일하던 니커슨은 에디슨의 견제로 회사가 문을 닫자 새로운 사업을 모색하던 중이었다. 그는 질레트의 아이디어를 구현할 방법을 찾아내고, 두 사람의 협력으로 첫 제품이 1903년 출시된다. 비록 첫해에는 면도기 51개와 면도날 168개밖에 팔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듬해 면도기 9만개와 면도날 200만개를 판매하는 엄청난 성공을 거두게 된다.
1914년 시작된 제1차 세계대전은 일회용 제품을 확장했다. 매일 수많은 병사가 죽어 나가는 전장에 쓰고 버리는 면도기가 주어졌다. 1926년까지 질레트는 면도날을 매일 평균 210만개 생산했다. 면도가 쉬워지자 매일 수염을 깎는 것이 생활 표준이 되었고, 깔끔하고 위생적이라는 인식이 퍼진다. 면도를 위해 이발소를 찾는 일도 줄었다. 제1차 세계대전은 면도기와 함께 다른 일회용품도 정착시켰다. 미국 제지 회사 킴벌리 클라크가 야전병원 간호사들을 위해 개발한 일회용 생리대와 탈지면을 대체하기 위해 개발했던 일회용 화장지 티슈가 그것이다.
이처럼 소모전으로 치달았던 20세기 초 두 차례 전쟁으로 쓰고 버리는 문화가 정착했다. 1955년 미국 잡지 ‘라이프’는 ‘일회용 생활(Throw-away Living)’이라는 기사로 일회용품을 찬양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일회용 사회는 ‘계획적 진부화(planned obsolescence)’로 이어졌다. 내구성을 포기하고 수명이 짧은 제품으로 교체 시기를 앞당기는 것이다. 전구 회사들은 전구 수명을 1000시간 이하로 담합했다. 자동차를 끌 수 있을 정도로 튼튼했던 나일론 스타킹은 수시로 올이 나가는 제품으로 후퇴했다. 하지만 쓰고 버리는 데 익숙해진 소비자들은 둔감해졌다.

현재 세계는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규제가 쉽지 않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일회용 제품의 다수를 차지하는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작년 12월 부산 회의에서 합의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다시 올해 8월 제네바 회의에서도 합의가 무산되며 무기 연기되었다. 그러나 기술 혁신으로 오히려 재활용이 더 큰 비즈니스라는 인식이 퍼지며 1990년 이후 2017년까지 플라스틱 재활용 특허는 매년 23%씩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일회용 사회는 비정규직의 일상화와 같이 현대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걱정이 앞서고 대안이 필요하지만, 규제만이 세상을 바꾸는 것은 아닐 것이다. 매년 중국에서 500억개, 일본은 250억개의 일회용 젓가락이 버려지지만, 우리나라의 사용량은 고작 25억개에 그친다. 우리나라는 금속제 젓가락을 사용하는 문화가 발달했기 때문이다. 일회용이 문화를 바꾸었듯이, 재활용도 문화를 바꿀 수 있다. 일론 머스크가 재사용 로켓으로 세상을 바꾸었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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