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족·전태일 동료·익명의 시민…하나로 모인 ‘온기’

강현석 기자 2025. 10. 19.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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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이주노동자들 ‘옷 나눔’
전남 진도실내체육관에서 19일 진행된 ‘이주노동자 작업복·겨울옷 나눔행사’를 찾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옷을 고르고 있다. 전남노동권익센터 제공
상당수 따뜻한 동남아 국가 출신
진도체육관 1500명 노동자 가득
“매서운 겨울나기 걱정 덜었어요”

“패딩 골랐어요. 날씨가 추워져서 걱정했는데 한국 사람들이 옷을 나눠줘 정말 고맙습니다.”

베트남에서 온 이주노동자 바디트(36)는 전남 진도에서 대파 농사를 돕고 있다. 계절노동자로 입국한 바디트가 한국에서 겨울을 맞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베트남에서는 두꺼운 옷이 필요 없었다. 옷을 사야 하나 망설였는데 패딩과 작업복이 4벌이나 생겼다”며 웃었다.

19일 오후 전남 진도실내체육관은 겨울옷을 고르러 온 약 1500명의 이주노동자로 가득 찼다. 이들은 체육관에 가지런히 정리된 겨울옷과 작업복 등을 살피며 마음에 드는 옷들을 골라 담았다.

이번 ‘이주노동자 작업복·겨울옷 나눔행사’는 한국의 겨울을 경험하지 못한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을 돕기 위해 전남노동권익센터 주관으로 열렸다.

‘이주노동자 작업복·겨울옷 나눔행사’가 노동자들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이 행사는 한국의 겨울을 경험하지 못한 이주노동자들을 돕기 위해 진행됐다.

이주노동자의 상당수는 베트남이나 스리랑카 등 동남아시아 국가 출신이어서 추운 겨울이 낯설다. 이들의 노동현장은 대부분 실외여서 겨울철 찬 바람을 막아줄 두꺼운 옷이 필수다. 이주노동자의 상당수는 비용 등의 문제로 겨울옷을 준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날 나눔 물품으로 나온 작업복과 겨울옷은 1만7000여벌에 달했다. 구두와 양말 등도 따로 마련됐다. 이주노동자들은 수량에 상관없이 자신이 원하는 옷가지를 골랐다.

스리랑카 출신으로 진도에서 통발 어업에 종사하는 베둠(32)은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면 엄청 춥다”며 “친구들과 함께 작업복과 겨울 점퍼를 잔뜩 골랐다”고 말했다.

전복 양식장에서 일한다는 베트남 출신 노동자 A씨(26)도 “얇은 옷밖에 없어 걱정했다. 외국인한테 잘해주는 것을 보면 한국은 좋은 나라”라고 말했다.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전달된 옷은 전국에서 기부한 것이다. 특히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도 이번 나눔에 참여했다. 진도실내체육관은 2014년 4월16일 진도 인근 맹골수도에서 침몰한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이 처음 머물렀던 장소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는 “진도에서 이주노동자 겨울옷 나눔 행사가 열린다”는 소식에 자발적으로 200벌의 옷을 기증했다.

전태일 열사의 동료들인 봉제인들은 토시 3200여개를 기부했다. 전태일재단과 한국노동재단, 평화시장상인회 등 19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패션봉제인원탁회의는 토시를 직접 만들어 전달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요청한 한 시민은 한 번도 입지 않은 새 작업복 5000벌을 기증했다. 1t 트럭 3대 분량이다. 시가 1억원 이상이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전남노동권익센터에 4상자 분량의 옷을 기부했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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