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성격인가 했는데”…연애 중 ‘이 9가지’ 신호, 혹시 ADHD 때문?

정은지 2025. 10. 19.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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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력 저하·감정 기복·충동성, 연애 중 드러나는 신경발달장애의 모습
연애 초반, 파트너가 약속을 자주 잊거나 대화 중 멍하니 다른 생각을 할 때, 우리는 흔히 '성격이 산만하다'거나 '집중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연애 초반, 파트너가 약속을 자주 잊거나 대화 중 멍하니 다른 생각을 할 때, 우리는 흔히 '성격이 산만하다'거나 '집중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습관이 단순한 성격이 아닌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의 신호일 수도 있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나왔다.

영국 런던의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알리 아자즈 박사는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연애 중 나타나는 ADHD의 특징(ADHD X Dating)'이라는 영상을 공개하며, 진단받지 않은 성인 ADHD가 연애 관계에서 드러날 수 있는 9가지 징후를 소개했다. 아자즈 박사는 임상의로 9만7천여 명의 팔로워에게 ADHD의 인식 개선과 대처법을 꾸준히 전파하고 있다.

연인에게서 보일 수 있는 ADHD의 9가지 신호

아자즈 박사는 "ADHD는 단순한 주의력 결핍이 아닌, 감정 조절·기억력·충동 통제에 영향을 미치는 신경발달장애"라며, 연애 중 자주 나타나는 행동 패턴을 두 부류로 나누어 설명했다.

먼저, 연애 관계에서 부정적으로 보일 수 있는 네 가지 특징은 다음과 같다.

△대화 중 자주 '멍 때리기' = 상대방의 말을 듣다가 갑자기 딴생각을 하거나 집중이 흐트러지는 경우가 잦다.

△약속이나 일정 잊기 = 계획을 자주 깜빡하고, 반복적으로 약속 시간을 혼동한다.

△감정의 급격한 폭발 = 사소한 일에도 감정이 0에서 100까지 순식간에 치솟아 언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비판에 과민하게 반응 = 사소한 지적에도 지나치게 상처받거나 방어적인 태도를 보인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특성이 반드시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ADHD 성향의 사람들은 오히려 관계에서 다음과 같은 긍정적 자질을 보이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열정적이고 감정이 풍부하다

△연인에게 충실하고 헌신적이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감각이 뛰어나다

△상대방의 감정에 깊이 공감한다

△애정 표현이 적극적이며 진심이 담겨 있다

성인 ADHD는 '조용한' 형태로 나타나, 특징 보니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에 따르면 ADHD는 일반적으로 소아기부터 나타나지만, 어린 시절 진단되지 않은 경우 성인이 되어 발견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성인기에는 과잉행동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대신, 집중력 저하·우선순위 혼란·감정 불안정 등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NHS와 영국 정신의학회가 제시한 성인 ADHD의 주요 특징으로는 △스트레스 상황을 잘 견디지 못함 △세부사항을 놓치거나 일 처리가 부주의함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충동적 행동(예: 위험한 운전) △일정이나 업무를 정리하지 못하는 조직력 부족 △집중력 저하 및 우선순위 판단 어려움 △타인의 말을 끊거나 충동적으로 말함 △자주 물건을 잃어버리거나 약속을 깜빡함 △조급함·불안·짜증이 잦고, 감정 기복이 큼 △한 일을 마치지 못하고 새로운 일을 시작함 등이 있다.

이 같은 증상은 일상생활뿐 아니라 인간관계에서도 문제를 일으킨다. 연애 상대에게 '무관심하다', '감정기복이 심하다', '노력하지 않는다'는 오해를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ADHD는 '성격 문제'가 아닌 신경학적 질환

전문가들은 ADHD를 단순한 태도의 문제가 아닌 뇌의 도파민 시스템 이상과 전전두엽 기능 저하로 인한 신경학적 질환으로 본다. 도파민은 집중력·동기부여·보상 시스템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로, ADHD 환자에게서는 이 기능이 원활히 작동하지 않는다는 연구가 다수 보고됐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정신의학 연구진은 ⟪The Lancet Psychiatry⟫에 발표한 논문에서 "ADHD 성인의 약 70%가 감정 조절의 어려움으로 대인관계에 문제를 겪는다"고 밝혔다. 다만 치료와 환경적 지원이 병행될 경우, 높은 창의성과 공감능력, 몰입형 사고 등 장점이 더욱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국내 성인 ADHD 환자도 급증 추세…30대 환자 두드러져

최근 국내에서도 성인 ADHD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ADHD로 병원을 찾은 사람은 26만여 명, 이 중 성인 환자가 12만2614명(47%)으로 절반에 육박했다.전체 환자 수는 불과 4년 전인 2020년(7만9244명)보다 3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특히 30대 환자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2020년 6194명에서 2024년 4만679명으로 6.5배로 늘었고, 30대 여성은 9배 가까이 급증했다. 진료비 부담도 빠르게 증가해 성인 ADHD 진료비는 2020년 188억 원에서 2025년 1080억 원으로 약 5.7배 늘었다.

전문가들은 "ADHD는 더 이상 아동기 질환으로만 볼 수 없다"며 "성인 ADHD는 성격 문제로 오해받기 쉬워 조기 진단과 치료 접근성 강화를 위한 사회적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은지 기자 (jeje@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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