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고액 뒤엔 고역… 캄보디아 범죄 가담 ‘최대 9년 선고’

변민철 2025. 10. 19.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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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금·로맨스스캠 등 한국서 처벌받은 현지 조직 사례

큰돈에… 도박용 알고도 계좌 넘겨
여성 사칭해 SNS로 피해자 유인도
총책·상담원 알선책 등 계획적 범행
범죄집단조직죄 적용… 줄줄이 중형

캄보디아 온라인 사기에 가담해 구금된 한국인들이 지난 1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송환되고 있다. 이날 송환에는 경찰 호송조 190여명이 투입됐다. 2025.10.18 /공동취재

한국인 캄보디아 실종·감금 의심 신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현지에서 범죄 단체를 조직해 다양한 범행을 저지른 일당 대부분이 중형을 선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판결문(1심 기준)에는 감금, 로맨스스캠(연애빙자 사기), 고액 심부름·취업 사기, 보이스피싱 등 다양한 범죄의 조직적이고 치밀한 범행 수법이 고스란히 담겼다.

■ ‘고액 보장’에 홀린 사람들, 범죄 표적이 되다

의정부지법 형사13부는 지난달 19일 국외이송유인, 피유인자국외이송, 특수감금 혐의로 국제 범죄조직원 A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A씨는 캄보디아에 있는 범죄조직과 공모해 범죄에 쓰일 계좌를 넘길 사람들을 유인·감금하기도 했다.

그는 올해 3월 서울 한 주점에서 “내가 캄보디아에서 코인 관련 일을 하는데 나 대신 한 달만 일하러 다녀오면 총 800만원을 주겠다”고 B씨를 유인했다. A씨와 공모한 조직은 올해 3월 캄보디아 프놈펜 공항에 도착한 B씨를 차에 태운 후 현지의 한 건물로 데려갔다. 이후 B씨의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고, 9일 동안 감금·감시했다. 조직원들은 B씨가 계좌를 정지시켰다는 이유로 폭행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국제범죄조직과 공모해 피해자를 유인하고 이에 속은 피해자는 그곳에서 9일간 감금됐다”며 “피해자가 스스로 탈출하지 않았다면 언제까지 감금과 신체적 고통을 겪었을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인천에서는 지난 5월 범죄에 사용될 것을 알고도 본인 명의의 계좌를 국제범죄조직에 넘긴 30대 남성이 벌금 1천만원을 선고받았다. 그는 지난해 9월 “캄보디아로 와서 계좌를 사용할 수 있게 해주면 1천500만원을 지급하겠다. 도박 계좌로 사용할 것이다”라는 제안을 받고 계좌번호 등을 건넸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대여한 계좌가 실제 보이스피싱 범죄에 이용됐다”며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의 피해가 3억4천300만원으로 회복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판시했다.


■ 호감 쌓은 뒤 투자 권유… ‘로맨스스캠’ 덫

부산에서는 지난달 로맨스스캠에 가담한 국제범죄조직원 3명이 징역 3년~3년6개월을 각각 선고받았다. 이들은 캄보디아 등지에서 텔레그램이나 카카오톡 프로필을 여성 사진으로 바꾼 뒤 골프 등을 주제로 오픈채팅방을 개설해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여성을 사칭하며 이성적 호감을 쌓은 뒤 “가상화폐나 쇼핑몰에 투자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고 거짓말하며 미리 준비한 대포계좌에 입금을 유도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경제적 피해를 입혀 사회적 폐해가 심각하다”며 “조직이 외국에 있어 발본하기 어려워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 조직·계획적 범죄에 속았다

이처럼 조직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일당에는 형법상 ‘범죄집단조직죄’가 적용됐다. 범죄집단조직죄는 사형이나 무기징역, 4년 이상의 징역형에 해당하는 범죄를 목적으로 단체·집단을 조직하거나 가입해 구성원으로 활동하면 적용될 수 있다.

대구에서는 지난 6월 사기, 범죄단체가입, 범죄단체활동 혐의로 국제범죄조직원 8명이 각각 징역 2~6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캄보디아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로또 복권 당첨번호를 무료로 추천해주겠다’며 문자메시지를 보내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전자복권 사이트에 회원 가입을 해야 로또번호를 추천해준다”며 회원가입을 유도한 후 도박(파워볼) 게임에 참여하게 했다. 이때 피해자들이 고액을 베팅하면 결과값을 조작하는 방식 등으로 베팅금을 가로챘다.

재판부는 “해외 범행을 수행하기 위해 총책, 팀장, 상담원 알선책 등을 둔 채 조직·계획적으로 범행했다”며 “피해자들은 재산상 피해뿐만 아니라 정신적 고통을 겪었으며, 특히 그 중에는 장애인, 신용대출로 돈을 마련한 자들도 다수 있었다”고 했다.

이밖에 수원에서는 지난달 30일 캄보디아에 사무실을 두고 ‘투자 리딩 사기’를 저지른 일당 4명이 징역 5~9년을 선고받았고, 앞서 11일에는 캄보디아 범죄 조직 의뢰로 돈을 받고 대포통장을 모집한 인물이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았다.

/변민철 기자 bmc0502@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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