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회장 이혼소송, 다른 재벌 사례와 비교해보니...

김요한 기자 2025. 10. 19.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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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혼 소송은 배우자에게 141억원 분할 판결
조현아 전 KAL부사장 이혼 소송 역시 배우자에게 13억3천만 분할 결정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회사 지분 1.76%, 약 300억 원 현물로
이승기 변호사 "재벌가 이혼소송 핵심 쟁점은 공동재산과 특유재산"
"경영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배우자의 기여는 제한적으로 본다" 원칙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창업자 이혼소송에 최태원 회장 판결 영향 줄 수도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2024년 4월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이혼 소송 항소심 공판에 출석한 모습. 2024.12.17 [사진=연합뉴스]

■ 방송 : 경인방송 <굿모닝 인천, 이도형입니다> (FM 90.7MHz 오전 7~9시 방송)

■ 코너 : 사건수첩

■ 진행 : 이도형 앵커

■ 인터뷰 : 이승기 변호사

■ 방송 다시 듣기 [클릭]

*인터뷰 저작권은 경인방송에 있습니다. 인용 보도 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이도형: 경인방송 FM 90.7MHz 굿모닝 인천, 이도형입니다. 2부 시작하겠습니다. 주요 사건, 사고를 분석해 보는 <사건수첩> 시간인데요. 오늘도 이승기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안녕하세요?

◇ 이승기: 안녕하십니까.

◆ 이도형: 대한민국 재계 역사상 전례가 없는 규모죠.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이, 대법원 판결을 통해 중대한 국면을 맞았습니다. 특히 2심에서 인정됐던 1조 3천억 원대 재산분할, 그리고 그 근거가 됐던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문제까지 얽히면서, 단순한 이혼 사건이 아니라 한국 현대사와 재벌 경영권 문제로까지 확장됐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는데요. 변호사님, 바로 어제 대법원이 2심 판결을 일부 뒤집고, 재산분할 부분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위자료 20억 원은 그대로 확정됐지만, 재산분할은 다시 심리하라는 결정이었는데요. 먼저, 이 사건이 어떻게 시작됐는지부터 정리해 주시죠.

◇ 이승기: 네, 두 사람의 인연은 1985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미국 시카고대 유학 시절에 처음 만나서, 1988년 9월 노태우 전 대통령 취임 첫 해, 청와대 영빈관에서 결혼식을 올리며 큰 화제를 모았는데요. 하지만 2015년, 최 회장이 언론을 통해 혼외자 존재를 공개하면서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이후 2017년 7월, 직접 이혼 조정을 신청하면서 법적 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 이도형: 그러다 2019년 12월, 노소영 관장이 반소를 제기하면서 본격적인 소송전으로 번지게 됩니다.

◇ 이승기: 맞습니다. 이때 노 관장은 위자료 3억 원과 함께, 최 회장이 가진 SK㈜ 주식의 절반, 정확히는 648만여 주를 달라고 청구했는데, 당시 시가로 약 1조 1천억 원이 넘는 규모였습니다. 당시 소송의 핵심은 바로 그 SK㈜ 주식이 재산분할 대상이 되느냐 이 부분이었습니다. 이유가 최 회장이 보유한 주식 가치가 약 2조 원이었고, 전체 부부 재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 이도형: 그런데 1심과 2심의 판단이 완전히 달랐어요. 그 배경을 좀 설명해 주시죠.

◇ 이승기: 먼저 2022년 1심에서는, 최 회장에게 재산분할금 665억 원과 위자료 1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이때 법원은 SK㈜ 주식이 고(故) 최종현 회장, 즉 선대 회장으로부터 상속받은 대한텔레콤 지분을 기반으로 형성된 '특유재산'이라고 봤습니다. 여기서 특유재산이란, 혼인 전부터 갖고 있던 재산이나 혼인 중이라도 고유 명의로 취득한 재산을 말하는데, 원칙적으로는 이혼 시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 이도형: 하지만 2024년 5월, 항소심 그러니까 2심 재판부는 1심 판단을 완전히 뒤집었습니다. 재산분할금이 665억 원에서 무려 1조 3,800억 원대로 뛰었고, 위자료도 20억 원으로 대폭 늘었습니다. 2심 재판부는 왜 SK㈜ 주식을 재산분할 대상으로 포함시킨 걸까요?

◇ 이승기: 2심의 핵심 논리는 이렇습니다. 분명 최 회장이 상속받은 지분이 SK 지배력의 출발점이 된 건 맞지만, 그 이후 SK㈜가 계열사 합병과 분할 등 여러 과정을 거치며 기업 가치가 커지는 데에는 노소영 관장의 기여도 일부 있었다고 판단한 겁니다. 그리고 이 기여도를 인정하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가 바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무형적 영향력, 이 부분입니다. 2심 재판부는 전체 재산, 약 4조 원 가운데 노 관장의 기여도를 35%로 책정했습니다.

◆ 이도형: 그럼 이제 이 사건에서 가장 뜨거운 논란이었던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300억 원' 이야기를 해보죠. 노 관장 측은 이 자금이 SK그룹 성장에 어떤 영향을 줬다고 주장했나요?

◇ 이승기: 노 관장 측 주장은 이렇습니다. 1991년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약 300억 원이 최종현 선대회장에게 전달됐고, 이게 SK의 상장 과정이나 지배구조 형성에 보이지 않는 도움이 됐다, 즉 일종의 성장 발판이 됐다고 주장한 겁니다.

◆ 이도형: 2심 재판부도 이 주장을 상당 부분 받아들였어요.

◇ 이승기: 300억 원 이외에도, 노 전 대통령이 대통령 재임 중에 SK를 직접 지원한 건 아니더라도, '정치적 방패막이 역할', '보호막 역할'을 했을 가능성까지 인정했다고 볼수 있습니다.

◆ 이도형: 그렇게 되니까 결국 "SK그룹의 성장에는 정경유착의 그림자가 있었다"는 식의 판단으로 연결되면서, SK 입장에서는 그룹 전체의 명예가 훼손됐다고 강하게 반발했죠.

◇ 이승기: 맞습니다. SK는 오히려 이런 주장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1992년, SK가 제2이동통신 사업자로 선정됐다가 '노태우 사돈 기업 특혜' 논란이 일면서, 단 일주일 만에 사업을 포기하고 철수한 사건이 있거든요. 그러니까 특혜는커녕, 오히려 정치권과 엮이는 게 마이너스 요인이었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사진=연합뉴스]

◆ 이도형: 그런데 2심 재판부가 이 300억 원 비자금에 대해서, 그 불법성은 따지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이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 이승기: 네, 2심의 논리는 이렇습니다. 설령 300억 원이 불법 비자금이라고 하더라도, 당시엔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이 없던 시기였고, 무엇보다 가사소송에서는 전통적으로 '재산의 출처가 합법인지 여부'는 깊이 따지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즉, 돈의 출처보다 중요한 건, 부부 공동재산 형성에 기여가 있었느냐 여기에 집중한 겁니다.

◆ 이도형: 하지만 바로 이 지점에서 대법원이 완전히 다른 판단을 내렸는데요. 대법원은 이 노태우 비자금 300억 원을 재산분할의 근거로 인정할 수 없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습니다. 여기서 등장한 법리가 바로 '불법원인급여'인데요, 이 부분 좀 설명 부탁드립니다.

◇ 이승기: 대법원은 먼저 이 300억 원이 단순한 가족 간 금전 지원 수준이 아닌, 노태우 전 대통령이 재임 중 수수한 뇌물의 일부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이 돈을 사돈이나 자녀 부부에게 넘기고, 국가의 추적이나 추징을 피하게 만든 행위 자체가 사회질서와 선량한 풍속에 정면으로 반한다고 본 겁니다. 

◆ 이도형: 즉, 법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전혀 없는 돈이었다. 이렇게 본 거군요?

◇ 이승기: 맞습니다. 대법원은 아주 명확하게 말했습니다. 민법 746조, 불법원인급여, 즉, 불법행위로 주고받은 돈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원칙이 재산분할 소송에도 적용돼야 한다는 겁니다. 불법적으로 만들어진 돈은 아무리 재산 형성에 쓰였다고 주장해도, 기여도로 인정될 수 없다는 건데요. 따라서 2심이 이 비자금을 근거로 노 관장의 기여도를 인정한 건 법리를 잘못 이해한 오판이라고 판단한 겁니다.

◆ 이도형: 대법원이 또 지적한 부분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최태원 회장이 이혼소송 전에 제3자에게 증여했던 재산, 2심은 이것도 재산분할 대상에 넣었는데, 대법원은 빼라고 했죠?

◇ 이승기: 네. 최 회장은 2012년 이후 한국고등교육재단, 최종현 학술원, 그리고 친인척 18명에게 총 약 928억 원 규모의 주식과 급여 등을 증여했습니다. 2심은 "노소영 관장 동의도 없이, 부부 공동생활과 무관하게 처분한 재산"이라며 이걸 분할 대상에 포함했습니다.

◆ 이도형: 하지만 대법원은 이 판단도 뒤집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 이승기: 대법원의 판단은, 이 재산 처분들은 단순한 개인적 증여가 아니라, SK그룹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기 위한 과정, 또는 그룹 내 친족들과의 지분 정리를 위한 조치였다는 겁니다. 즉, 오히려 가문 전체의 경영 기반을 다지기 위한 경제 행위였기 때문에, 이를 부부 공동재산의 임의 처분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겁니다. 대법원은 새로운 기준도 제시했는데요, "혼인 파탄 이후, 부부 공동생활과 무관하게 처분한 재산만 재산분할에 포함된다." 이 원칙을 명문화한 판결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 이도형: 결국 이번 판결은 기업 경영자의 경영활동을 개인의 사적인 이혼 분쟁과는 분리해서 판단하겠다는, 일종의 기준을 세운 것으로 볼 수 있겠네요?

◇ 이승기: 맞습니다. 대법원은 이번에 분명히 선을 그었습니다. 가정과 기업은 구분돼야 한다는 원칙인데요. 최태원 회장의 재산 처분이 '개인적 이익'이 아니라, 그룹 경영의 안정성과 지속 가능성을 위한 결정이었다면서, 이를 이혼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삼아선 안 된다고 본 겁니다. 결국 기업의 독립성과 경영 판단의 자유를 법적으로 보호한 판결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 이도형: 그렇다면 파기환송 이후, 실제 재산분할 금액은 얼마나 줄어들까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상고심 선고가 파기환송으로 판결이 난 16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최 회장 측 소송대리인단인 민철기(왼쪽)·이재근 변호사가 판결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대법은 노태우 전 대통령 300억원 금전 지원은 재산분할에 있어 노 관장 기여로 참작할 수 없다고 판단하며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1조3천억원이 넘는 돈을 지급하라는 2심 판결을 기각했다. 2025.10.16 [사진=연합뉴스]

◇ 이승기: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300억 원 부분이 완전히 배제됐고, 최 회장이 제3자에게 증여했던 900억 원대의 처분 재산도 제외됐기 때문에, 결국 분할 금액은 2심의 1조 3천억 원대가 아니라, 1심 수준인 665억 원에 훨씬 가까워질 걸로 예상됩니다.

◆ 이도형: 다만, 위자료 20억 원은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한국 이혼사건 역사상 거의 보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해요?

◇ 이승기: 그렇습니다. 보통 위자료는 많아야 3천만 원에서 5천만 원 정도입니다. 정말 부정행위에 폭행에 별짓을 다해도 5천만 원을 넘기가 힘들 정도로, 우리 법원이 위자료에 대해서는 정말 보수적으로 판단하고 있는데요. 이번 사건에서 2심 재판부는 과연 앞으로 이런 위자료가 또 나올지 의문일 정도인 20억 원을 인정하면서, 최 회장의 혼인 파탄 책임, 즉 유책 사유를 매우 무겁게 판단했습니다. 특히 대중 앞에서 혼외자 존재를 공개한 점, 조강지처를 공개적으로 배제한 태도 등을 문제 삼으며, 단순한 위자료를 넘어 하나의 징벌적 배상, 일종의 메시지를 담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법원도 "재량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며 이 20억 원을 그대로 인정했습니다.

◆ 이도형: 일각에서는 최 회장이 외도 사실을 먼저 공개한 것이, 우리나라가 '유책주의'에서 '파탄주의'로 바뀔 가능성을 염두에 둔 전략이었다는 해석도 있었습니다. 이 유책주의가 이 사건에 어떤 영향을 끼쳤나요?

◇ 이승기: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유책주의, 그러니까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이혼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최 회장은 명백히 유책배우자였기 때문에, 만약 노 관장이 "이혼하지 않겠다"고 버텼다면 이혼 자체가 성립되지 않을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진 건 2019년 12월, 노소영 관장이 반소를 제기하며 이혼에 동의했기 때문입니다. 그 순간 이 싸움이 "이혼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서 "재산을 얼마나, 어떻게 나눌 것인가"로 전환되었고, 결과적으로 '세기의 이혼소송'으로 확대된 계기가 된 겁니다.

◆ 이도형: 결국 이 사건은 노 관장의 반소 제기가 하나의 결정적 분수령이었네요. 이제 마지막으로, 이번 대법원 판결이 SK 그룹의 경영권 리스크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짚어주시죠.

◇ 이승기: SK 그룹의 지배구조는 아주 단순합니다. 맨 꼭대기에 SK㈜, 지주회사가 있고, 그 아래에 SK이노베이션, SK스퀘어, 그리고 SK하이닉스 같은 핵심 계열사들이 달려 있습니다. 최태원 회장은 SK㈜ 17.73%를 보유한 최대 주주이자 절대적 지배자인데요, 만약 노 관장이 이 지분을 실제로 나누어 갖게 됐다면, 단순히 '이혼소송' 차원을 넘어 경영권 분산, 심하면 그룹 지배구조까지 흔들릴 수도 있었던 겁니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 이후, 최소한 지분 분산 위험은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이도형: 2심 판결 그대로 1조 3,800억 원의 현금 지급이 확정됐다면, 최 회장은 이 거액을 마련하기 위해 결국 SK㈜ 지분을 매각해야 했을 거라는 분석도 있었어요.

◇ 이승기: 그렇습니다. 실제로 최태원 회장과 특수관계인 전체를 합쳐도 SK㈜ 지분은 25.56%에 불과합니다. 통상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지키려면 최소 35% 이상의 지분이 필요하다고 보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1조 4천억 원 가까운 돈을 현금으로 마련해야 했다면, 결국 보유 주식을 대거 매각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SK그룹 지배구조 자체를 흔들 수 있는 심각한 경영권 리스크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컸습니다.

◆ 이도형: 하지만 이번 대법원 판결로 재산분할 금액이 크게 줄어들 여지가 생겼습니다.

◇ 이승기: 네, 맞습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대법원이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300억 원을 기여로 인정하지 않았고, 또 경영 목적의 재산 처분은 분할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기준을 제시하면서, 전체 분할액은 상당히 줄어들 전망입니다. 이 말은 곧, 최 회장이 SK㈜ 지분을 무리하게 매각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뜻이고, 결과적으로 말 그대로 '오너 리스크'가 크게 해소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판결 직후 주가는 잠시 출렁였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경영권이 안정됐다"는 평가가 강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 이도형: 이번 사건은 한때 재벌 이혼소송의 기존 틀에서 벗어나는 듯 보였지만, 결국 다시 원칙으로 돌아간 모습도 보입니다. 특히 '특유재산' 문제, 과거 사례들과 비교해볼 필요가 있는데, 어떤 사건들이 있었나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 임 전 고문은 당시 이부진 사장의 재산, 약 2조 5천억 원 중 1조 2천억 원을 요구했지만 2020년 대법원은 141억 원만 인정했다. [사진=연합뉴스]

◇ 이승기: 네. 재벌가 이혼소송에서 가장 핵심 쟁점이 바로 이 특유재산입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재벌 자산은 상속이나 증여로 받은 지분, 그러니까 혼인 이전부터 보유하고 있던 주식이기 때문입니다. 이걸 공동재산으로 보느냐, 아니면 개인의 특유재산으로 보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는 겁니다.

◆ 이도형: 대표적인 사례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의 이혼소송이 아닌가 싶어요.

◇ 이승기: 그렇습니다. 임 전 고문은 당시 이부진 사장의 재산, 약 2조 5천억 원 중 절반, 1조 2천억 원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2020년 대법원 판결에서 인정된 금액은 141억 원에 불과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 사장이 보유한 삼성 지분 대부분이 혼인 전에 이미 보유했던 상속·증여 재산, 즉 특유재산으로 분류됐기 때문입니다. 이 번 사건는 매우 중요한 원칙을 보여주는데요. 바로 "경영권과 직결되는 상속주식은 쉽게 나눌 수 없다" 는 겁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진=연합뉴스]

◆ 이도형: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건도 마찬가지였죠?

◇ 이승기: 네. 그 사건에서도 2022년 법원은 전 남편에게 약 13억 3천만 원만 분할하라고 판단했습니다. 경영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주식 지분은, 아예 건드리지 않는 방향을 유지한 겁니다. 물론 예외도 있긴 합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사례처럼, 2004년 실제로 회사 지분 1.76%, 약 300억 원어치를 현물로 넘긴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정말 드문 사례고, 대부분의 재벌가 이혼은 지분이 아닌 현금 정산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 이도형: 현재 진행 중인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창업자의 이혼소송은, 이번 사건과는 또 다른 쟁점을 안고 있다고 하는데요.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보다 규모가 더 클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데, 어떤가요?

◇ 이승기: 네. 일단 권혁빈 창업자의 재산규모가 약 8조원대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이 사건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규모 때문이 아닙니다. 스마일게이트는 2002년, 권 창업자와 배우자 이 씨가 결혼 이후 함께 창업한 회사입니다. 초기 지분 구조도 권 창업자가 70%, 배우자가 30%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이혼소송에서 단순한 내조 문제가 아니라 "공동창업·공동경영"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게 됩니다. 즉, 이 사건은 한국에서 처음으로, 재벌 2세에 대한 내조 문제가 아닌, 공동창업 배우자의 법적 기여가 본격적으로 다뤄지는 대형 사건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 이도형: 그렇다면 이번 최태원 회장 판결이, 권혁빈 창업자 사건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을까요?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비전제시최고책임자(CVO) [사진=연합뉴스]

◇ 이승기: 있습니다. 꽤 큰데요.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 법원은 분명히 이렇게 말했습니다. "경영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배우자의 기여는 제한적으로 본다." 이 원칙이 그대로 적용된다면, 권 창업자의 배우자죠. 이씨가 주장하는 공동창업 기여는 구체적인 증거와 실질적인 경영 참여로 입증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결국 금전적 지원을 했거나 단순히 지분을 보유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주식은 부동산과 달리 경영자의 능력과 조직 전체의 성과가 결합된 가치이기 때문에, 주식을 잘라서 나누기보다는 현금 보상 방식으로 갈 가능성이 클 걸로 보입니다.

◆ 이도형: 이번 대법원 판결, 단순한 이혼소송을 넘어 우리 사회의 기준 자체를 바꿨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데요, 이번 판결이 던진 핵심 메시지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 이승기: 이번 판결은 단순한 이혼소송을 넘어서, 우리 법원이 재산분할의 기준을 한단계 업그레이드한 사건으로 평가됩니다. 가장 먼저 주목할 점은, 불법적으로 형성된 재산은 어떤 이유로도 재산분할의 근거로 인정될 수 없다는 원칙을 분명히 했다는 겁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300억 원을 '불법원인급여'로 판단하면서, 정경유착이나 비자금 같은 자금이 이혼 분쟁에서 정당화되는 길을 원천적으로 막은 겁니다. 또 하나 의미가 큰 부분은, 기업인의 지분과 경영활동을 단순한 혼인재산으로 다루지 않겠다는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입니다. 이번 판결은 경영권을 유지하고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행위는, 부부간 이혼 분쟁과는 분리해서 보호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쉽게 말해, '기업 경영'과 '가정사'의 경계를 처음으로 명확히 그은 겁니다. 마지막으로 위자료 20억 원이 그대로 확정된 점도 주목할 대목입니다. 금액 자체보다 중요한 건, 유책배우자에게 실질적인 책임을 묻겠다는 강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겁니다. 우리 법원이 그동안 낮게 책정되던 위자료의 한계를 넘어, 사실상 징벌적 의미까지 반영한 판례라고 평가할 수 있는데요. 향후 우리 이혼법 체계, 특히 위자료 제도 전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 이도형: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변호사님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사건수첩> 이승기 변호사와 함께 했습니다. 
이도형 앵커, 이승기 변호사 2025.10.17 [경인방송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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