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성소수자 난민’ 심사 자격 얻으려…공항서 버틴 2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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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월간의 '공항 난민' 신세를 견딘 끝에 얻어낸 결과다.
제주공항에서 입국 심사를 받으며 난민 신청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은 "'난민 인정 신청이 명백히 이유 없는 경우' 등에 해당한다"며 심사를 받을 자격이 없다고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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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 승소했지만 ‘난민 인정’ 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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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서 찍은 사진은 예전에 다 지워버렸어요. 기억이 너무 안 좋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마음의 평화를 찾았어요. 행복합니다.”
제주에 머무는 탄자니아 국적의 아마니 사이드(가명·30대)는 지난 1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나눈 대화에서 최근에 몸도, 마음도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틀 전인 15일 선고된 항소심 결과가 그에게 희망을 심어줬다. 지난 4월 1심에 이어, 2심 재판부도 아마니에게 “난민 인정 심사를 받을 기회를 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7개월간의 ‘공항 난민’ 신세를 견딘 끝에 얻어낸 결과다.
성소수자인 아마니는 지난해 10월 중국을 거쳐 제주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당시엔 제주가 한국에서 유일하게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는 지역이었다. 제주공항에서 입국 심사를 받으며 난민 신청 의사를 밝혔다. 그는 “탄자니아 정부는 동성애 행위를 하다 잡히면 징역 30년에 처하고, 사회는 성소수자를 아무런 가치도 없는 ‘쓰레기’ 취급을 한다”며 “위험한 탄자니아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은 “‘난민 인정 신청이 명백히 이유 없는 경우’ 등에 해당한다”며 심사를 받을 자격이 없다고 통보했다. 탄자니아에서 성소수자로서 처벌받은 전력이 없으니 ‘성소수자 난민’ 인정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취지였다.

돌아갈 곳이 없었던 아마니는 지난해 12월 공익변호사단체 ‘두루’의 도움을 받아 ‘난민 인정 심사 불회부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주지방법원에 냈다. 그 뒤 1심 법원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고, 마지못해 제주출입국청이 ‘조건부 입국 허가’를 내주기까지 213일 동안 제주공항 국제선 2층 한쪽에서 살았다. 그는 “아파도 공항 바닥에서 자야 했고, 음식이라고는 생선이나 고기가 들어 있지 않은 수프와 밥이 제공됐다”며 “공항에서 지낼 때 많이 아팠고, 몸도 약해졌다”고 끔찍한 기억을 떠올렸다.
드디어 지난 5월, 7개월 만에 공항 밖으로 나온 아마니는 탄자니아 이웃 나라인 부룬디에서 온 친구와 월셋집을 얻어 살고 있다. 자신과 비슷한 시기에 제주에 들어온 뒤 똑같은 소송을 진행한 탄자니아의 또 다른 성소수자 4명도 만나게 됐다. 작은 자유는 얻었지만 생활은 빠듯하다. 그는 “처음에는 난민지원단체가 월세를 지원해줬지만 지금은 제가 월세와 식비를 대부분 감당하고 있다. 일할 수 없으니 탄자니아에서 오는 돈으로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아마니는 난민 인정 심사를 받게 된다. 제주출입국청이 상고를 포기하면 아마니는 바람대로 ‘난민신청자 체류자격’(G-1-5)을 얻고, 6개월 뒤부터 제한적으로나마 일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앞날이 밝지만은 않다. 대법원은 2020년 처음으로 성소수자의 난민 지위를 인정하면서도, 그 적용은 ‘성소수자인 사실이 알려져 구체적인 박해받을 우려가 있는 경우’로 제한한다는 기준을 세웠다. 두루의 이상현 공익변호사는 “아마니 사건은 난민 인정 대상이 (본국에서) 구체적으로 박해받은 ‘경험’이 있는 성소수자에서, 박해받을 ‘가능성’이 있는 성소수자로 확대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며 “박해받지 않은 성소수자는 난민으로 인정하지 말라는 입장을 고수해온 대법원이 전향적인 판단을 해주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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