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反) 캄보디아 정서 확산 우려…"2차 가해 주의해야"
최근 캄보디아 내 자국민 대상
범죄 전해져 부정적 인식 확산
"같은 국적 이유로 편견 불합리"
관련 행사 잇따라 취소되기도

#. 18일 오후 5시께 광주 광산구 월곡동 '세계야시장' 행사 퍼레이드 현장. 선·이주민의 화합의 장이 됐어야 할 축제 속 불편한 시선이 뒤따른다. 행렬의 선두에 캄보디아 이주민들이 섰기 때문이다. 이를 본 김 모(60대)씨는 "저 사람들 잘못이 아닌 것은 알지만, 최근 범죄 소식들 때문에 색안경 끼고 보게 되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최근 캄보디아 내 연이은 자국민 대상 강력 범죄 소식이 이어지는 가운데, 혐오 정서와 2차 가해 등 뒷감당은 국내 캄보디아인들이 해야 하는 모습이다.
19일 만난 광주 거주 캄보디아인들도 최근 사회의 불편한 시선을 의식하고 있었다. 광산구에 10년째 살고 있는 루온 비볼(40대) 씨는 "아직 직접적인 차별은 없었지만, SNS와 기사 댓글에 캄보디아를 비하하는 글을 보면 큰 상처를 받는다"고 했다. 이어 "사건은 일부 중국 범죄조직이 벌인 일인데, 단지 캄보디아에서 벌어졌다는 이유로 범죄국가처럼 낙인찍히고 있다"며 "모든 외국인이 캄보디아에서 편안함을 느꼈으며 한다. 편견 없이 봐주길 바란다"고 했다.
함께 있던 A씨(30대·여)는 "광주는 인권도시답게 차별을 크게 느끼지 않았다. 직장 동료들도 위로를 건넨다"고 했다. 그러나 "경기도에 사는 친구는 사업주가 '국적을 밝히지 말라'고 했고, 식당에서 일하던 친구는 손님이 국적을 묻고는 표정이 굳었다고 하더라"며 "아무 잘못도 없는데 같은 국적이라는 이유로 의심받는 건 너무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현실 뿐 아니라 SNS나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캄보디아 전 국민이 자국의 부패한 실태를 알고 함께 비난받아야 한다", "캄보디아인이 무시당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는 등의 주장이 심심찮게 보이고 있다. 최근 사건을 매개 삼아 캄보디아와 국민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 안대환 한국이주노동재단 이사장은 "캄보디아 등 일부 동남아 국가 정권이 부패한 모습을 띄긴 하지만, 일반 국민들과는 별개의 문제"라며 "국내 캄보디아인들을 범죄자로 보는 인식은 곧 인권 침해"라고 했다.
이같은 분위기 속 지역 내 캄보디아 관련 봉사나 행사의 취소 소식도 잇따른다. 사단법인 아시아희망나무는 오는 23일 캄보디아 캄퐁스프주에 있는 '광주진료소' 방문 계획을 취소했다. 앞서 단체는 11년간 2개월마다 의료 봉사를 이어왔었다. '광주·전남 캄보디아공동체'도 이날 광산구 옥동2공원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던 '프춤벤' 명절 행사를 실내 행사로 바꿨다고 한다. 다만 박미향 공동체 대표는 "행사 당일 비가 올 것으로 예상돼 실내 행사로 변경했을 뿐, 최근 동향을 의식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반(反) 캄보디아 정서 확산이 우려되는 가운데, 사회적인 주의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안타까운 사건들이 알려지면서, 동시에 불특정 동남아 외국인에 대한 부정적 정서 및 2차 가해가 발생할 수 있다.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했다.
한편, 광주·전남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캄보디아인은 광주 1천421명, 전남 3천219명으로 알려졌다.
/임지섭 기자 ljs@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