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형 약국’ 논란 정치권까지 확대…약사 “복약지도 필수” vs. 소비자 “저렴한 가격 만족”

'창고형 약국'을 둘러싼 논란이 제약·건강기능식품 업계와 약사단체를 넘어 정치권까지 흔들고 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창고형 약국 확산에 따른 유통 질서 교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관련 제도 정비의 필요성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약사회는 창고형 약국 규제를 요구하며 정치권을 압박한다. 반면,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과 편의성을 이유로 창고형 약국을 긍정적으로 본다. 약사들은 전문적인 조언 없이 소비자들이 창고형 약국에서 일반의약품과 건기식을 사는 것은 위험하다고 주장하지만, 소비자들은 이를 '기득권 지키기'로 바라보고 있어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19일 정치권과 약국가에 따르면 14일부터 열린 국정감사에서는 창고형 약국 확산과 이에 따른 유통 질서 논란이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권영희 대한약사회장은 15일 보건복지위원회 국감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의약품은 단순 소비 상품이 아니다"라며 "질병 치료를 위한 과학적 설계와 제조를 거친 제품으로 약사의 복약 지도와 건강 상담이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회장은 "지역1차 보건의료 역할을 수행하는 약국은 국민과 가까운 필수보건의료기관"이라며 "약국의 다양한 기능과 역할을 단순히 의약품 대량 판매처로 왜곡시키고 영리만을 추구하는 창고형 약국들이 개설되는 것은 상당히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이에 대해 "창고형 약국이 시작 단계지만 이것이 유통 질서, 전체적인 의약품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면밀히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 장관은 "단기적으로는 최고, 최대, 특가 등 소비자를 오도할 수 있는 광고를 못 하도록 시행 규칙을 개정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창고형 약국은 대형마트처럼 일반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을 진열해 판매하는 대형 약국이다. 지난달 기준 100평 이상의 대형 창고형 약국은 광주 광산, 경기 성남, 경기 고양, 전북 전주 등 네 곳에 개설돼 있다.
하지만 현행 약사법에는 규모와 면적 등과 관련해 약국 개설에 대한 별도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다. 이 때문에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제도 공백 속에 위험한 의약품 판매 행위가 벌어지고 있다는 약사들의 주장과 소비자들의 의견이 맞서면서 사회적인 논란과 찬반논쟁으로 확대됐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대형마트에서 생필품을 구입하듯 창고형 약국에서 일반의약품과 건기식, 반려동물 의약품 등 2500여종이 넘는 상품을 기존 약국 대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
같은 품목의 여러 상품 간 가격 비교가 가능하고, 진열된 상품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합리적 소비'를 중시하는 젊은 세대의 호응도 크다.
반면 약사단체는 지역 약국의 공공적 역할에 대한 우려를 꾸준히 제기해왔다. 약사회는 "약력관리를 통해 복약상담, 부작용 관리, 건강 상담 등을 수행하는 것은 창고형 약국이 결코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주장이다.
소비자들은 이같은 주장에 온갖 일반의약품을 월그린이나 CVS 등 대형 약국 체인점, 월마트나 코스트코 같은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미국을 보라며 반박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에선 타이레놀 등 해열진통제나 가정상비약은 100정 이상 든 큰 통 단위로 마트에서 사는 게 일상이다.
정치권에서는 창고형 약국의 확산이 '약국 사막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경계의 목소리를 내는 분위기다.
장종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미국은 전체 약국의 3분의 2가 대형 체인이나 슈퍼마켓 약국으로 운영되고 있고, 독립 소규모 약국의 처방 매출은 6%에 불과하다"며 "미국에선 지난 10년간 독립 약국의 38.9%가 폐업했다. 특히 지역 약국의 폐업이 집중되면서 의약품 접근성 불균형이 심화됐다"고 말했다.
최근 소비자들 사이에선 온라인 의약품 가격 사이트 '발키리'가 주목받고 있다. 소비자들이 의약품 가격에 얼마나 민감하진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발키리는 지난달 서울시약사회로부터 약사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고발당했지만, 조사 결과 법 위반 사항이 없음이 확인됐다.
이미선 기자 alread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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