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비자금으로 재역전된 ‘세기의 이혼’···최태원·노소영, 재산 분할 쟁점은
①SK주식 공동재산인가 ②가사노동 기여도 쟁점
법조계 “재산 불법성 따지려면 실무 혼란” 우려도

대법원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에서 ‘1.4조원 재산분할’을 명령한 원심을 파기하면서 ‘세기의 이혼’으로 불린 두 사람의 법적 다툼이 새 국면을 맞았다. 노 관장은 과거 검찰 수사에서 드러나지 않은 메모까지 공개하며 ‘노태우 비자금’ 입증에 나섰지만 대법원은 이 돈이 뇌물로 보인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파기환송심에서는 노 관장이 자신의 기여를 얼마나 인정받느냐에 따라 재산분할액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과 노 관장 이혼소송 상고심 판결문을 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지난 16일 ‘노태우 비자금’ 부분을 문제 삼아 재산분할을 다시 하라고 판단했다.
앞서 2심 법원은 최 회장 재산을 약 4조원으로 추산하고 이 중 35%(총 1조3808억원)를 노 관장 몫으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최 회장 재산의 절반이 넘는 SK그룹 주식을 ‘특유재산’(부부 한쪽이 결혼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으로 보고 재산분할액을 665억원으로 정한 1심과 20배 차이가 나는 결론이었다. 이혼 소송에서 특유재산은 배우자의 기여가 인정되지 않으면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되는데, 노 관장 측이 항소심에서 1995년 검찰의 ‘노태우 비자금 수사’로도 밝히지 못했던 비자금의 존재를 스스로 공개하면서 법원 판단이 크게 달라졌다.
그런데 대법원이 ‘부친의 비자금을 통한 기여’를 부정하면서 파기환송심에서는 노 관장의 재산분할액이 대폭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이에 노 관장 측은 우선 최 회장 몫의 SK그룹 주식이 재산분할 대상이라는 주장을 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1심과 2심 판단이 크게 갈렸던 부분인데, 대법원은 “SK주식을 비롯한 부부 공동재산”이라는 표현만 남기는 등 분명하게 판단을 내리지 않은 상황이라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다시 따져볼 가능성이 남아 있다.
결국 향후 소송에서는 노 관장이 SK그룹의 성장에 유·무형적으로 기여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1심은 ‘노 관장이 직접 기여한 부분이 없다’며 주식을 재산분할에서 제외했지만, 2심은 ‘노 관장이 혼인기간 가사 및 양육을 담당하는 사이 이뤄진 최 회장의 경영활동이 SK그룹의 주가 상승에 기여했다’고 봤다. 파기환송심에서도 노 관장이 자녀 양육과 아트센터 나비에서의 대외활동 등을 통해 회사 경영에 기여한 점이 인정된다면 재산분할액은 1심(665억원)보다 커질 수 있다.
법조계 일각에선 이번 대법원 판결에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불법 비자금 같은 불법적인 자산 여부를 근거로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하면 가사 재판에 형사법 논리가 과하게 개입할 수 있다는 우려다. 가정법원 판사 출신인 이현곤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불법이라서 (그 돈을) 한쪽이 못 받는다고, 다른 쪽이 그 돈을 전부 가져가는 게 정당하다고 할 수 없다”며 “앞으로 하급심에서 재산 분할을 할 때마다 이 돈이 합법이냐 불법이냐를 따지게 될 텐데, 실무상 그런 재판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적었다. 가사 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엄경천 변호사도 “이런 논리를 적용하면 앞으로 이혼 사건마다 ‘남편이 탈세로 돈 벌었다’는 등의 주장이 계속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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