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의 위기…해체가 답일 수도 있다 [세계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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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집권 자민당이 창당 70년을 맞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다카이치 총재가 어려움을 겪는 것은 자민당의 거대한 모순을 더는 감출 수 없어 빚어진 현상으로 보인다.
'좌파 정당'이 정권을 잡지 못하도록 보수 정당의 대동단결이 필요했고, 일본 재계와 미국 정부의 강력한 후원을 받아 자민당이 결성됐다.
자민당은 1999년부터 지지율 하락을 메우기 위해 공명당과 연립 정부를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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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구치 지로 | 일본 호세이대 법학과 교수
일본 집권 자민당이 창당 70년을 맞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최근 참·중의원(상·하원) 선거에서 의석이 크게 줄었고, 연립여당이었던 공명당을 더해도 국회 과반을 잃은 상태였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당 총재에서 물러나고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총재가 선출된 뒤 공명당이 연립에서 이탈했다. 다카이치 총재가 정치자금 규제 강화에 소극적이었다는 게 이유였다.
자민당이 보여온 ‘부패’ 문제가 공명당 이탈 원인의 하나다. 하지만 다카이치 총재가 어려움을 겪는 것은 자민당의 거대한 모순을 더는 감출 수 없어 빚어진 현상으로 보인다. 70년 전, 자민당 창당 때만 해도 동서 냉전이 한창이었다. 당시 일본에선 사회주의 정당이 국회 의석 3분의 1 정도를 차지한 채 도시를 기반으로 지지를 넓히고 있었다. ‘좌파 정당’이 정권을 잡지 못하도록 보수 정당의 대동단결이 필요했고, 일본 재계와 미국 정부의 강력한 후원을 받아 자민당이 결성됐다. 사회주의화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자민당 안에는 침략 전쟁과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하는 우파, 전쟁 반성과 평화·민주주의 헌법을 지지하는 온건파가 공존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좌파 정당은 쇠퇴했고, 냉전도 끝났다. 자민당은 창당 초기 존재 의의를 잃었다. 30여년 전, 자민당에 대규모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이 발생한 뒤 정치권에선 자민당을 대체할 정당을 만들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그러나 자민당 밖 정치인들에게 그럴 만한 정치적 역량이나 정책이 부족했다. 자민당은 1999년부터 지지율 하락을 메우기 위해 공명당과 연립 정부를 유지했다.
‘자민당 정치’가 흔들리기 시작했던 1990년대 초반 이후 일본은 경제 침체와 인구 감소가 가속화했다. 자민당이라면 국민이 행복해질 수 있다는 신화는 과거의 것이 됐다. 2020년대에 들어 물가 상승, 빈부 격차 확대, 빈곤 심화가 이어졌다. 일본인들은 자신감과 희망을 잃고 있다. 우파 포퓰리스트 정당이 부상했고, 정치는 불안정해지고 있다. 외국인 혐오를 상품으로 내세우는 ‘선동가’들에 대한 지지가 확산하는 상황은 위험하기까지 하다.
다카이치 신임 총재의 승리는 자민당 소속 의원과 당원들에게 배외주의적 민족주의가 침투했다는 걸 보여준다. 그는 지난 총재 선거 때 외국인 범죄자가 통역이 없어 제대로 된 조사를 받지 않고 불기소되는 경우가 많다는 허위 주장을 했다. 또 태평양전쟁 패전 이전 일본을 찬양하며 총리로서도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하겠다고 공언했다. 신임 총리 선거를 앞둔 17일 야스쿠니신사 가을 대제 때는 참배하지 않았지만, 정치적 가치관과 역사 인식에서 전임 이시바 시게루 총재와 대비된다. 이시바 총리는 지난 10일 ‘전후 80년 소감’에서 잘못된 전쟁을 강행했던 일본 정치 시스템의 결함을 검증하고, 편협한 민족주의 확산에 경종을 울렸다. 다카이치 총재는 “관련 내용을 모른다”고만 언급했다. 그의 이런 가치관이야말로 공명당 이탈을 초래한 근본 요인이다.
자민당은 이미 존재 의의를 잃었다. 전쟁을 반성하고 전후 민주주의·평화주의를 지키려는 그룹과 태평양전쟁 이전 회귀를 주장하는 그룹으로 나뉘는 게 국민으로서도 더 납득하기 쉽다. 그러면 다른 야당들로서도 자민당의 어느 쪽과 협력할지 입장을 정하게 될 것이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새로운 세력 간 결집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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