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 산적해 있는데 창원 시정은 혼란기, 의회가 중심 잡겠다”
(시사저널=강신후 영남본부 기자)
5개월 넘게 시장 권한대행 체제가 이어지고 있는 창원시. 정무적 판단이 어려운 상황 속에 '흉물' 논란의 중심에 있는 건축물 '빅트리', NC 다이노스 프로야구단 연고지 이전 문제, 마산해양신도시 등 긴급한 현안이 산적해 있다. 손태화 창원시의회 의장은 "이럴 때일수록 시민의 대표기구인 의회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며 적극적인 의정활동을 강조했다. 1982년 대한민국 최초·최연소 기계가공 기능장 출신인 그는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전문성으로 지역 현안 해결에 앞장서고 있다. 시사저널이 10월13일 손 의장을 만났다.
현재 창원시는 시장과 제2부시장이 공석인 이중 공백 상태다. 이런 가운데서도 창원시에는 해결해야 할 현안이 줄을 잇고 있다. 손 의장은 "단순 행정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긴급 현안이 많다"며 "의회가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고 했다. 이 때문에 기존에는 임시회나 정례회 직전에만 개최하던 의장단과 집행기관 간부 간 간담회를 수시로 진행하고 있다. 장기 표류 중인 현안이나 긴급하게 발생한 문제들에 대해 현황을 공유하며 함께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통합 15년, 대도시 인프라 여전히 부족"
손 의장이 꼽은 가장 시급한 현안은 봉암연립주택 문제다. 1982년 준공된 이 노후 건물은 최근 정밀안전진단에서 D·E등급을 받았다. E등급은 즉각 사용을 금지하고 보강이나 개축해야 할 만큼 심각한 상태다. 그는 "천장이 무너지는 등 건물 내부가 서서히 붕괴되고 있어 재난에 준하는 상황"이라며 "곰팡이 등 심각한 실내 환경 탓에 주민들의 생활 자체가 어려운 지경"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손 의장은 창원시가 주민에게 이주만 요청한 것은 생명과 안전뿐 아니라 재산을 보호해야 할 책무를 저버린 조치라고 지적했다. 주민들이 이주하면 형식적으로는 소유권이 남아도 실질적으로는 재산 가치를 완전히 상실하기 때문이다. 그는 "주민들은 과거 재건축정비사업을 추진했으나 사실상 무산됐다"며 "이제는 책임 있는, 적극적인 행정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했다.
더 큰 문제는 주민들이 이주하지 않으면 창원국가산단 리모델링 사업의 일환인 봉암교 확장이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해당 정비구역 일부가 봉암교 확장 사업에 편입돼야 하는데, 주민 동의 없이는 정비구역 해제가 어렵다. 손 의장은 "봉암교 확장도 더는 미룰 수 없는 만큼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빅트리 문제에 대해서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 최초의 모습이 사라지고 흉물에 가깝게 변질돼 안타깝다"며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상부에 돔 하우스를 설치해 카페와 전망 공간으로 활용하고, 외형은 싱가포르 슈퍼트리처럼 식물을 심어 수직정원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벤치마킹한 싱가포르 슈퍼트리처럼 진짜 나무를 보는 느낌이 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NC 다이노스 연고지 이전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손 의장은 "단순히 관람석만 늘린다고 관중이 증가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회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창원시 통합 15년이 지났지만 시민들이 체감하는 시너지는 크지 않다는 게 손 의장의 진단이다. 그는 "비수도권 유일의 인구 100만 대도시라는 수식어에 맞는 인프라가 갖춰졌는지 의문"이라며 "이제 진정한 대도시 수준에 맞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안 해결, ESG 경영으로 시민 신뢰 회복"
그러면서 손 의장은 창원시의 미래 발전 방향으로 콤팩트시티를 제안했다. 콤팩트시티는 주거·상업·일자리·문화 등 다양한 기능을 밀도 있게 배치해 도시의 효율성과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도시계획 및 설계의 개념이다.
인구가 늘어나는 시대에는 외곽을 개발했다면, 인구가 줄어드는 현대에는 도심 개발을 통해 밀도 있는 복합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다. 그는 주요 거점 지역을 설정하고 대중교통 연결·확충을 통해 다핵도시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일반상업지역 용적률을 현재 600%에서 법적 허용치인 1300%까지 완화해 재투자 기반을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특히 "콤팩트시티로의 도시재생 과정에 반드시 전문성과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며 "도시재생은 장기간 진행되는 만큼 치밀하게 설계해야 하고, 흔들림 없이 진행돼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1957년 경남 밀양 출신인 손 의장은 부산공업고와 창원기능대학을 졸업한 후 기계가공 기능장으로 산업 현장에서 전문성을 쌓으며 도시재생 분야 부동산 박사 학위까지 받았다. 1995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마산시의원으로 당선된 이후 30여 년 가까이 지역 의정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2010년 창원시 통합 이후에도 도내 최다인 7선 시의원으로 활동하며 창원시의 성장과 발전을 함께해 왔다.
손 의장이 의정활동에서 가장 보람을 느낀 순간은 양덕천 문제 해결이었다. 상습침수구역이던 양덕천은 자연재해위험지구로 지정돼 2022년 정비사업을 마쳤다. 그는 "직접 현장에 나가 경계석과 교량 높이 등에 대해 의견을 제시했고, 실제로 반영됐다"고 했다. 기능장 출신답게 현장에서 정확한 솔루션을 제공한 결과였다. 손 의장은 "지역주민 민원을 단순히 공무원에게 전달만 하면 처리가 늦다"며 "적확한 솔루션을 제시하고, 행정기관과 함께 검토하고 논의하면 해결 속도는 훨씬 빨라진다"고 했다.
손 의장은 지난해 후반기 의장으로 취임한 후 창원특례시의회의 ESG 경영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G(거버넌스)'를 공공기관의 공공성과 책임성 강화, 투명한 운영으로 해석하고 실천에 옮기고 있다. 그는 "ESG 가운데 G는 민간기업에서 지배구조 개선을 뜻하지만, 공공기관에서는 공공성과 책임성 강화, 그리고 투명한 운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유튜브 채널을 통한 주민 소통 강화도 기획 중이다. 정책적 의견이나 의회의 기능·역할, 민원 해결 등을 위해 소통하는 창구가 될 예정이다. 또한 사회적 책임 실현을 위해 시의원들이 직접 참여하는 봉사활동도 준비하고 있다.
손 의장은 최근 의회 내 협치 문화 정착에도 힘을 쏟고 있다. 그는 "시의원 모두가 각 현안에 대해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손 의장은 임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권한대행 체제 속에 창원 시정이 표류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럴 때일수록 의회가 중심을 잡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그는 "마산해양신도시 사업 정상화, 회성동 행정복합타운 순차적 준공 등 현안 해결에 노력하겠다"며 "스타필드 창원, 창원문화복합타운 등 사업도 본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손 의장은 "창원시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ESG 경영 확산에 솔선수범하겠다"며 "시민이 신뢰하는 의회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권한대행 체제라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의회가 시민의 눈높이에서 시정을 감시하고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45명의 시의원과 함께 집행기관과의 수시 간담회를 통해 현안을 공유하고 해법을 모색하고 있는 손 의장은 "혼란스러운 시기일수록 의회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며 "창원시의회가 시민과 함께 시정의 나침반이 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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