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주정차 단속 행정예고 이후 ‘감감’…걷기 좋은 제주 어디?

김찬우 기자 2025. 10. 19.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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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보행 위험-교통혼잡 불구, 주차난에 밀려난 ‘안전’
차도 내몰린 보행자들, 상인 등 ‘반발’에 계획 잠정 보류
주차된 차량을 피해 차도로 이동할 수밖에 없는 보행자와 이를 피하기 위해 중앙선을 넘어갈 수밖에 없는 차량. 제주시는 지난 5월, 동광로6길에 대한 불법 주정차 고정식 단속 카메라 설치 및 단속 구간 지정 행정예고에 나선 뒤 상인 및 주민 반대를 이유로 보류 중이다. 그 사이 보행자들은 안전을 위협받고 있다. ⓒ제주의소리

상습 불법 주정차로 사람과 자동차가 뒤섞여 매일 같이 사고 위험이 도사리는 도로에 예정됐던 무인단속 고정식 카메라 설치 및 단속 구간 지정 계획이 보류됐다.

사람은 안전한 보행을 위한 길이 없어 차량 사이를 파고들어야 하고, 차량은 사람을 피해 중앙선을 침범할 수밖에 없는 위험천만한 상황이 매일 같이 연출되지만 무산될 처지인 것이다.

주된 이유는 도로에 접한 상인과 일부 주민이 주차난 문제로 강하게 반대한다는 이유다. 이에 '걷기 좋은 도시'를 만들겠다는 제주도정의 목표와 달리 보행자 안전은 뒷전으로 밀렸다.

제주시는 지난 4월 23일부터 5월 13일까지 20일간 제주시청 직장어린이집 앞쪽 '동광로6길 부근' 도로에 대한 불법 주정차 고정식 단속 카메라 설치 및 단속 구간 지정을 예고했다.

단속 계획은 평일 오전 7시 30분부터 밤 10시까지, 공휴일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해당 도로는 언제 사고가 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혼잡한 길이다. 인근 초등학교를 오가는 어린이는 물론, 출퇴근하는 직장인과 점심에 쏟아져나오는 시청 공무원 등 유동 인구도 많다.

이에 제주시는 교통사고 예방과 교통흐름 개선, 안전사고 및 범죄 예방, 재난 감시 등을 위해 동광로6길에 불법 주정차 고정식 카메라를 설치하고 단속 구간을 지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행정예고 기간 인근 상인과 일부 주민들이 주차를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면서 행정예고 5개월여가 지나도록 보류 상태다. 그 사이 보행자들은 여전히 위험 속에 놓여있다. 

이곳에 그려진 도로 선은 법에 따라 5분 이내 정차만 가능한 '황색 점선'이다. 그러나 대개 차량들은 당연하다는 듯 주차 중이다. 더 큰 문제는 차도로 튀어나오게 세운 차량들이다.

점선을 벗어나지 않게 차량을 세울 수 없을 정도로 좁은 공간이지만, 무턱대고 세우는 차량 때문에 일대 교통혼잡은 매일 같다. 또 걸을 곳이 없는 보행자들은 차도로 나올 수밖에 없다.
제주시 동광로6길 전경. ⓒ제주의소리
주차된 차량을 피해 차도를 걷는 사람들과 중앙선은 넘어 주행 중인 차량들. ⓒ제주의소리

취재 기자가 여러 날에 걸쳐 현장을 살펴본 결과 노인이나 장애인, 어린이와 같은 이동약자들의 위험성은 배가됐다. 주행 중인 차량에 보행자가 치일뻔한 장면이 여럿 목격됐다.

운전자 역시 주차된 차량이나 보행자를 피해 중앙선을 넘는 일이 다반사였다. 맞은편 차량을 만날 경우 한쪽이 양보해야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교행도 어려운 상태였다. 

더군다나 서광로 섬식정류장 개통 이후 출퇴근길 동광로5길 및 6길을 이용하는 차량들이 늘어나면서 보행 안전이 더 위협받고 있다는 주민 증언도 잇달았다. 

해당 도로를 이용해 출퇴근한다는 30대 최진수(가명) 씨는 "아침에 출근할 때 보면 광양초로 가는 아이들도 보이는데 지나가는 차량 사이를 비집고 갈 때 아찔한 경우가 몇 번 있었다"며 "익숙해지니 그냥 다니지만 사실 사람도 차량도 모두 불편한 상태"라고 말했다.

지역 주민 박유리(30대, 가명) 씨는 "서광로 버스중앙차로제 시작 이후 차들이 늘어난 것 같고 도로 중앙선이 있지만 사실상 제기능을 못하는 것 같다"며 "단속을 해서 도로가 걷기 좋아지면 모두가 안전하지 않을까 한다. 대신 주차장도 어느정도 확보해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불법 주정차 교통흐름 문제는 비단 동광로6길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제주시 연동 신대로20길의 경우 마찬가지로 주정차 단속 관련 반발이 꽤 심한 곳으로 전해진다. 어린이집이 있는 어린이보호구역임에도 주차난 문제 때문에 행정에서도 골머리를 앓는 곳이다. 

관련해 제주시 관계자는 "보행로 조성 공사와 함께 불법 주정차 단속 구역으로 지정하려 했지만, 일부 상인과 주민 반대가 있어 잠시 중단된 상태"라며 "아무래도 주차할 곳이 많이 없어 일방적으로 단속 구역으로 지정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도 조성 공사 역시 상인과 지역 주민 반대 의견이 많아서 추진이 보류된 상황이다. 아무래도 주차가 가장 큰 문제"라며 "주정차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어렵겠지만, 보행자 안전을 위한 일이니 상인과 주민들을 꾸준히 설득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제주특별자치도는 제3차 보행안전 및 편의증진 기본계획(2024~2028년)을 수립하고 '차량에서 사람으로 걷기 좋은 도시, 제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제주시청 정문 앞 도로인 동광로2길을 왕복 4차로에서 2차로로 줄이는 '도로 다이어트' 사업이 진행됐다.
주정차 차량과 주행 중인 차량, 보행자가 뒤섞여 있는 모습. ⓒ제주의소리
불법 주정차 무인단속 고정식 카메라 설치 및 단속 구간 지정 행정예고 당시 자료. 사진=제주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