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존경하는 이재명 대통령께”..김인호 산림청장, ‘셀프 추천서’ 올린 뒤 임명 논란
추천서에서 성남·경기 인맥 부각
‘친명 인사’ 등용문된 ‘국민추천제’ 논란

지난 8월 임명된 김인호 산림청장이 이재명 대통령의 과거 성남시장·경기도지사 시절 성남시와 경기도에서 활동했던 경력을 부각시키며 본인 스스로를 추천하는 ‘셀프 추천서’를 국민추천제 홈페이지에 등록한 뒤 청장에 임명된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이재명 정부가 야심차게 도입한 ‘장차관 국민추천제’가 유능한 인재를 발굴해 추천한다는 본래 취지와 어긋나게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날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본지가 입수한 김인호 청장의 셀프 추천서를 보면 “존경하는 이재명 대통령께서 추진하시는 진짜 대한민국의 산림정책을 위해 김인호교수를 산림청장으로 강력히 추천드립니다”라는 문장으로 글이 시작된다.
김인호 청장은 지난 1992년 3월부터 2022년 2월까지 30년간 3년제 전문대학인 신구대학교 환경조경과 교수로를 지냈다. 이후 2022년 4월 더불어민주당 당원 가입을 했고, 2022년 8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국가환경교육센터장을 역임했다. 올해 3월부터 8월까지는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을 지낸 인물이다.
김 청장의 사례를 볼 때, 기존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를 벗어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가 오히려 친이재명 또는 여당 인맥의 통로로 활용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존경하는 이재명 대통령께”로 시작한 셀프 추천서
정희용 의원실에 따르면 김 청장은 지난 6월 15일 인사혁신처가 운영하는 ‘국민추천제’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직접 본인을 산림청장 후보로 추천하는 추천서를 작성해 제출했다. 산림청이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김인호 청장의 국민추천제 시스템 로그인 화면에는 추천 받는 사람과 추천자가 모두 ‘김인호’로 표시돼 있다.

김 청장의 추천서는 “존경하는 이재명 대통령께서 추진하시는 진짜 대한민국의 산림정책을 위해 김인호 교수를 산림청장으로 강력히 추천드립니다”라는 문구로 시작한다. 자신이 자신을 추천하면서 “강력히 추천드립니다”라고 쓴 셈이다.
추천서에는 서울대 조경학 전공, 신구대 환경조경과 교수 30년 재직, 신구대학교식물원 원장 10년 역임 등의 경력과 함께 산림청 정책평가위원 4년, 산림교육위원회 위원, 한국수목원관리원 이사 등의 이력이 나열돼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경기도와 성남시 관련 경력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킨 점이다. 추천서에는 “경기도, 성남시 등 지자체의 정책자문을 통해 산림녹지, 공원, 정원분야 정책 혁신에 앞장서 왔다”고 강조하고, 1998년부터 성남 분당환경시민모임 운영위원·자문위원, 1999년부터 성남의제21실천협의회 자연환경분과위원장·정책평가위원장·운영위원장 등으로 활동한 이력을 상세히 기재했다.
◇이재명 대통령 성남·경기 시절과 겹치는 이력
김 청장이 성남과 경기도 관련 경력을 유독 강조한 것은 이재명 대통령의 이력과 겹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성남시장을, 2018년부터 2021년까지 경기도지사를 지냈다. 김 청장이 추천서에 명시한 성남 분당환경시민모임 활동(1998년~), 성남의제21 활동(1999년~)은 이 대통령의 성남시장 재임 기간과 상당 부분 겹친다.


야권에서는 김 청장이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 인맥으로 산림청장에 임명됐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달 초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은 “김현지 제1부속실장이 성남에 있는 신구대학교 환경조경학과를 졸업했고, 지난달 산림청장에 임명된 김인호 전 신구대학교 환경조경학과 교수가 은사라는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해당 내용에 대해 산림청은 “김현지 실장은 김 청장의 제자가 아니다”며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김현지 실장이 김 청장의 제자가 아니라고 해도 두 사람이 이재명 대통령의 경기도지사 시절 각각 비서관과 정책자문 역할을 맡았던데다 ‘성남의제21’이라는 단체에서 함께 활동한 인연이 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의 친분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나오는 상황이다.
정희용 의원은 “김 청장의 셀프 추천서에는 경기도·성남시 정책자문, 성남 분당환경시민모임·성남의제21 활동, 대선 당시 민주당 정책위 부의장 경력이 나열돼 있다”며 “이 대통령과 ‘만사현통’ 김현지 제1부속실장과의 과거 인연 부각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김 청장은 셀프 추천을 하게된 배경에 대해 정희용 의원실을 통해 “제 스스로 이러이러한 이유와 소신으로 지원을 했다(고 쓴 것)”며 “산림 카르텔, 임업분야 카르텔이 굉장히 언론이나 대중에게 비판을 받고 있는데, 이런 문제를 혁신하고 해결할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 청장은 또 “재난에 대해서는 좀 더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검증을 통해서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앞장서야겠다고 (생각해서) 제가 나름대로 스스로 추천을 했다”고 설명했다.
◇유능한 인재 발굴 취지 무색한 ‘친명 등용문’
김 청장이 셀프 추천을 통해 공직에 임명될 수 있게 한 국민추천제는 이 대통령이 ‘국민주권정부’ 철학을 실현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장·차관, 공공기관장 등 주요 고위 공직에 대해 국민이 후보자를 추천하는 방식으로, “국민이 국가 운영의 주체가 되도록 하겠다”는 취지였다.
지난 6월 10일부터 16일까지 1주일간 진행된 첫 국민추천제에는 총 7만4000여 건의 추천이 접수됐다. 정부는 인사혁신처 홈페이지를 통해 직위명, 기관명, 피추천인 정보(성명·경력 등), 추천 사유, 추천인 정보 등을 기재하는 방식으로 추천을 받았으며, 피추천인의 동의를 받아야 추천이 가능하도록 했다.
대통령실은 “추천받은 인사는 공직기강비서관실 등의 일차 검증 절차와 공개 검증 절차를 거쳐 인사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번에 임명되지 않더라도 데이터베이스(DB)에 등록해 향후 인사에 활용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하지만 김 청장의 사례는 국민추천제의 취지와는 정반대 결과를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를 벗어나 시민사회·현장 중심 인재를 발굴하고, 민주적 정당성을 강화하겠다는 제도 취지가 무색하게, 본인이 본인을 추천하고 과거 인연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청장 자리에 올랐기 때문이다.
정희용 의원은 “공공기관과 민간 취업, 심지어 대학입시에서조차 공정성과 차별 해소를 위해 편견을 야기할 수 있는 개인적 배경 정보를 제외하는데, 과거 인연을 담은 셀프 추천서로 청장까지 임명되었다면 이는 공정과 상식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인사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 의원은 “김 청장의 셀프 추천으로 현 정부의 ‘국민추천제’는 희화화되었다”며 “대통령실은 국민추천제를 통한 채용·검증 과정을 전면 공개하고, 동일사례 여부를 전수조사해 국민께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추천제는 인기 투표화 가능성, 특정 집단의 조직적 추천 유도, 인사 실패 시 책임 회피 수단화, 검증 부실 등의 위험성이 지적돼 왔다. 김 청장의 사례는 이런 우려가 현실화된 첫 사례로, 제도의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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