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라면 아니다?…'봉지'와 '컵'에 숨은 비밀

윤서영 2025. 10. 19.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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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발견]봉지라면과 컵라면 맛 차이
수분량·튀김 시간 등 면발 제조 방식 달라
칼로리는 높지만…나트륨 수치는 낮기도
/그래픽=비즈워치
[생활의 발견]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소재들을 다룹니다. 먹고 입고 거주하는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우리 곁에 늘 있지만 우리가 잘 몰랐던 사실들에 대해 그 뒷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보려 합니다. [생활의 발견]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여러분들은 어느새 인싸가 돼 있으실 겁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편집자]

라면의 계절

요즘 날씨가 무척 쌀쌀해졌습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긴팔을 입고 나가면 점심 무렵에는 '괜히 입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더웠는데요. 이제는 긴팔은 물론 얇은 겉옷까지 필수로 챙겨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이럴 때 유독 생각나는 음식이 있습니다. 바로 뜨끈한 국물의 라면인데요. 그런데 막상 라면을 먹으려고 할 때면 늘 빠지지 않고 따라오는 고민이 하나 있습니다. '봉지라면을 먹을 것이냐, 컵라면을 먹을 것이냐'입니다. 사소할지 몰라도 진지한 고민입니다.

하림 더미식./사진=윤서영 기자 sy@

조금 이상하게 보이실 수 있습니다만, 저는 같은 제품의 봉지라면과 컵라면을 모두 사놓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 그러냐고요? 분명 둘 다 같은 제품인데도 불구, 맛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저만 이런 경험을 해본 것은 아닐 겁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내 입맛이 변했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곤 했는데요. 먹어본 사람만 아는 이 미묘한 맛의 차이, 정말 착각이었던 걸까요? 이번 [생활의 발견]에서는 봉지라면과 컵라면의 차이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조리법이 불러온 변화

봉지 라면이 끓이는 방식이라면 컵라면은 뜨거운 물을 부어서 조리하는 방식입니다. 라면의 역사는 지난달 '건면 VS 유탕면'…라면에 숨은 진실 편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봉지라면이 원조고요. 한국에 컵라면이 도입된 건 1970년대 중반부터입니다. 봉지라면보다 10여 년 늦게 등장했죠.

초창기에는 단연 봉지라면 수요가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그러나 1990년대부터 편의점 문화가 확산하면서 컵라면이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최근에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주인공들이 컵라면을 먹는 장면이 나올 정도였죠. 그만큼 컵라면이 우리의 일상 속에 깊이 자리 잡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농심이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협업한 스페셜 제품./사진=농심 제공

잘 아시다시피 봉지라면과 컵라면은 조리법부터 다릅니다. 이 말은 라면을 제조하는 방식에도 변화를 줄 수밖에 없다는 뜻인데요. 한 번쯤 컵라면 면발이 봉지라면보다 더 바삭하다고 느껴본 적이 있으실텐데요. 이건 절대 기분 탓이 아닙니다.

컵라면은 빠른 조리가 강점입니다. 면이 물을 빠르게 흡수해 골고루 잘 익을 수 있도록 해야겠죠. 그래서 면을 오랜 시간 튀겨 수분을 낮추는 등 표면을 건조하게 만듭니다. 반면 봉지라면은 수분이 일정 부분 남아있도록 하기 위해 튀기는 시간이 짧습니다. 집에서 끓이는 것을 전제로 하는 만큼 면의 탄력과 쫄깃함을 살리기 위한 세밀한 제조 설계가 반영된 겁니다.

/사진=윤서영 기자 sy@

이 같은 과정은 단순히 식감의 차이에 그치지 않습니다. 통상 시중에 판매되는 컵라면은 봉지라면보다 용량이 적습니다. 그럼 열량이 더 낮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소비자들의 생각일 텐데요. 의외로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조리 시간을 단축시키고 면을 퍼지지 않게 하는 설계 과정에 따라 탄수화물과 지방 비율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오뚜기의 참깨라면을 예시로 들어볼까요. 봉지에 담긴 참깨라면 1개의 용량은 115g이고요. 칼로리는 500㎉입니다. 그러나 참깨라면 사발면은 봉지면 대비 용량이 5g 적음에도 칼로리는 20㎉ 더 높았습니다. 농심 너구리도 봉지면보다 컵라면이 25㎉ 높았고요. 짜파게티는 컵라면 칼로리가 60㎉ 많았습니다. '양이 적으니 덜 부담스럽다'는 생각은 절반만 맞는 셈입니다.
분명 짰는데

컵라면을 먹다 보면 가끔 짜게 느껴질 때도 있죠. 이는 컵라면 스프에 더 강한 조미를 했기 때문입니다. 컵라면 스프를 봉지라면에 넣으면 짜고, 봉지라면에 든 스프를 컵라면에 넣어 먹으면 싱거웠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실제 염분량 수치는 오히려 컵라면이 더 낮다는 겁니다. 먼저 참깨라면을 살펴보겠습니다. 참깨라면 봉지면의 나트륨 수치는 1750㎎입니다. 반면 참깨라면 컵라면의 나트륨 수치는 37.7% 낮은 1090㎎이었습니다. 너구리 컵라면(1590㎎) 역시 봉지면(1760㎎)과 비교했을 때 9.7% 낮았습니다.

/사진=아이클릭아트

전문가들은 컵라면의 경우 면에 간이 충분히 스며들 수 있도록 조미 강도를 올려 설계한다고 합니다. 다만 실제 스프의 양 자체는 봉지라면보다 적게 들어가기 때문에 나트륨 함량 자체가 낮게 표시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라네요. 무엇보다 나트륨은 물에 녹는 염분이 기준이 되는 만큼 참깨라면과 같이 기름 성분이 많은 유성 스프의 비중이 커질수록 수치는 더 낮아질 수 있다고 합니다.

마치 이들 봉지라면과 컵라면은 닮은 듯 다른 '이란성 쌍둥이' 같은데요. 같은 브랜드 이름을 달고 있지만 완전히 동일한 제품으로 보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조리 방식과 환경, 소비자 경험 등을 토대로 한 맞춤형 제품이라고 볼 수 있겠죠. 오늘은 이번 [생활의 발견]을 떠올리며 라면 한 그릇 해보는 건 어떨까요? 저는 지금 물을 올리러 갑니다.

윤서영 (sy@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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