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시립화장장 설치, 잇단 반발에 난항
“반대 민원 외면하고 갈등 부추기는 행정” 비판
공모제 도입 취지 무색, 후보지 선정 결과 주목

양산시가 추진하는 종합장사시설(시립화장장) 건립 사업이 최종 후보지 선정을 앞두고 잇단 주민 반발에 부딪히며 진통을 겪고 있다.
어곡동 화장장 건립 저지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7일 강서동주민센터 앞에서 집회를 열고 "반대 주민 의견을 철저히 무시하는 양산시의 소극적인 행정을 비판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강서동주민센터에서는 '종합장사시설 설치 후보지 타당성 조사를 위한 주민 의견 청취'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반대 주민은 참석 대신 반대집회를 선택했다.
비상대책위는 "공모제 취지라면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놓고 진행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화장장 업체 선정 구체적 기준과 항목별 배점 기준은 왜 공개 못 하는지 납득이 안 간다"고 주장했다. 또 "어곡동은 계곡형 분지 형태로 오염된 공기가 원활하게 순환하지 못하고 머무는 지역"이라며 "환경적 측면에서 화장장을 검토할 수 없는 지역"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천주교 부산교구 영성의집 교인들 역시 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화장장 건립 철회를 요구했다.
이들은 "화장장이 들어서려는 터는 영성의집에서 직선거리로 500여m 떨어져 피해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간다"며 "영성의집은 우수한 자연환경으로 소문난 청정지역으로, 전국에서 교육과 휴식을 위해 연간 3만 명 천주교 교우들이 찾아 심신 안정과 휴식, 영적 체험을 통해 인격적 성화를 이루는 곳"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3월 양산시의회에서 '화장장 설치 및 운영 방법 개선을 위한 건의안'을 정부·국회 등 관계기관에 보내 주민 갈등을 유발하는 화장장 건립 대신 부산이나 김해 등 양산 인근 화장장에 추가 운영과 인건비 등을 위한 국비 신청을 건의했다"며 "그럼에도, 계속되는 주민 갈등만 부추기는 것은 깨끗한 환경에서 살고자 하는 주민 환경권을 무시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현재 양산시는 2028년까지 화장로 6기(증설공간 2기 추가 확보), 장례식장, 봉안시설, 자연장지 등 화장시설과 편의시설을 갖춘 종합장사시설을 건립하고자 후보지 타당성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자체 화장 시설이 없는 양산시민은 인근 울산하늘공원, 부산영락공원, 김해추모공원 등을 이용해왔지만 화장 수요가 전체적으로 늘면 해당 지역 주민에게 우선순위가 밀리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더 먼 지역으로 화장을 하러 떠나는 '원정 화장'으로 불편을 겪고 있다.
이에 시는 수차례 장사시설 설치를 추진해왔지만 후보지로 거론된 지역 주민이 반발하면서 사업이 무산된 바 있다. 하지만, 시민 불편을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나동연 시장이 민선 8기 주요공약으로 장사시설 건립을 추진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시는 앞서 주민 반발로 사업이 무산됐던 사례를 되풀이하지 않고자 장사시설 유치를 희망하는 마을 또는 (민간)법인이 주민등록상 거주 70% 이상 동의한 주민동의서와 마을회의록 등을 첨부한 유치신청서를 제출하는 공모제를 도입했다.
현재 재공모를 거친 끝에 강서동과 상북면에 각각 15만㎡, 19만 4000여㎡ 규모로 장사시설 후보지가 신청된 가운데 두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타당성 조사 용역이 마무리 단계다.
후보지 가운데 하나인 강서동에서는 주민과 교인뿐만 아니라 경남외국어고등학교에서도 '학습환경 침해'를 우려하며 반대 의사를 나타내고 있다. 상북면 역시 일부 주민이 반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통도사에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가 혐오시설로 인식되는 장사시설 기피 현상을 극복하고자 까다로운 요건을 갖춘 공모 절차를 도입하고도 여전히 곳곳에서 반발이 불거지면서 또 다른 해법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현희 기자